‘펭수’ 등장 후 1년…예능 ‘부캐·컬래버’ 전성시대 열다

입력 2020-04-0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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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자이언트 펭TV’의 펭수가 TV의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예능프로그램과 유튜브 기반 다양한 콘텐츠 등 방송 흐름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제공|EBS

■ 방송가는 어떻게 달라졌나

유산슬·조지나 등 연예인 캐릭터화
이슬예나PD “형식에 구애받지 않아”
예능·드라마까지, 협업의 유행 선도
지상파 유튜브 ‘웹 예능’ 제작 영향도

펭수가 나타난 지 1년이 지났다. 남극에서 온 10살 남짓 펭귄 캐릭터 펭수가 작년 4월2일 EBS ‘자이언트 펭TV’로 처음 얼굴을 드러낸 이후 방송가와 광고계를 누비고 있다. ‘EBS 캐릭터’라는 편견을 깨고 폭 넓은 지지층을 얻은 펭수의 신드롬급 인기로 방송가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 “예능 캐릭터의 위상 제고”

‘자이언트 펭TV’의 연출자 이슬예나 PD는 펭수의 탄생 이후 방송가에서 가장 뚜렷하게 읽히는 변화로 “캐릭터의 중요성”을 꼽았다. 이 PD는 “출연자를 가상의 배경과 이야기 구조를 가진 캐릭터로 그리는 것이 최근 예능프로그램 사이에서 트렌드로 각광 받고 있다”며 “펭수가 시청자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그런 흐름에 힘을 보태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각종 예능프로그램이 ‘부캐’(부가적인 캐릭터)라는 개념을 차용해 한 명의 연예인을 다채로운 모습으로 그려 보이고 있다. ‘유산슬(트로트가수)’ ‘닭터유(치킨 요리사)’ ‘유DJ 뽕디스파뤼(DJ)’ 등 다방면 활동에 나선 MBC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 MBC ‘나 혼자 산다’의 즉석 상황극으로 만든 ‘조지나’ 캐릭터를 올리브 ‘밥블레스유2’에 등장시킨 박나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예능프로그램의 흥미 요소가 여러 출연자가 빚어내는 호흡에서 캐릭터의 매력으로 옮겨가면서 출연자수가 줄어드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복수의 연예인들이 등장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등 최대 4명까지만 등장시키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슬예나 PD는 “캐릭터(의 매력)가 강하면 일정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컬래버레이션’에 활짝 문 연 방송사들

펭수가 촉발한 유행은 또 있다. 바로 활발한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펭수가 SBS ‘정글의 법칙’과 ‘스토브리그’ 등 다른 방송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계정에 공개하면서 ‘컬래버레이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의 주인공들이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하고, EBS ‘딩동댕 유치원’의 뚝딱이가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등장하는 식이다.

유튜브 계정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포맷 예능프로그램도 속속 나오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는 올해부터 전문 스튜디오를 세우고 이른바 ‘웹 예능’ 제작에 나섰다. 한 방송 관계자는 “유튜브 활동을 중점으로 단번에 방송가를 삼킨 펭수의 인기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지상파 방송사라고 해서 그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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