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미스터트롯’ 양지원 “팬 없이 가수도 없어, 새싹 될게요”

입력 2020-04-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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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미스터트롯’ 양지원 “팬 없이 가수도 없어, 새싹 될게요”

흔히들 인생에 세 번의 큰 기회가 온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모두가 기회를 잡는 것은 아니다. 오로지 준비된 자만이, 기다림 끝에 기회를 제 것으로 만든다. 결국 놓치거나, 잡거나 결과는 두 갈래뿐이다.

4살에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해 ‘트로트 신동’으로 20여년 트로트 외길을 걸어온 양지원.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길고 긴 무명의 시절이 계속됐다. 트로트를 모두 내려놓고 떠나려던 그때, 기적처럼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을 만났다. 누구보다 간절했던 양지원에게 찾아온 큰 ‘기회’. 그리고 양지원은 기회를 잡아냈다.

“‘미스터트롯’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두 달 동안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원서를 쓰면서도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걸까’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어린 시절의 해맑은 저를 기억하는 분들에게 더 잘하는 모습,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어요. 결정적으로는,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가수를 그만둘 생각도 했었기 때문에 더 고민됐어요. 부모님의 설득에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했어요.”


양지원이 ‘미스터트롯’을 만나기 직전까지 그의 트로트 ‘외길’은 다사다난했고 파란만장했다. 실력의 문제는 아니었다. 부모님의 퇴직금과 사업 자금까지 끌어왔지만 반응은 기대만큼 터지지 않았고 경제적 위기는 가족 내 갈등으로 번졌다. 설상가상으로 “군대 다녀오면 잘 케어주겠다”던 회사는 양지원이 입대한 후 파산했다. 양지원은 군 병원에 다니면서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고백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빨리 군 복무를 마치고 더 좋은 노래를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죠.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 해야 할지 아니면 현실적인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제대 후에는 일용직도 해보고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방황 속에 1년을 보냈어요. 그래서 ‘미스터트롯’이 더욱 절실했던 것 같아요. 가슴 아픈 과거가 있기에 잠도 안 자고 열심히 준비했죠.”

양지원은 ‘예선전만 통과해도 좋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고 본선 2차 1:1 데스매치에서 김중연에게 패배하며 탈락했다. 그는 “후련했다. 나보다 출중한 분이 올라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고 고백했다. 다만 자극적인 편집으로 인해 인성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는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라고 털어놨다. 양지원은 “하지만 해명할 생각은 없다. 내가 좀 더 겸손한 자세로,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그 일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국민 여러분이 주신 한약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스터트롯’을 떠올리면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있지만 저는 아직 ‘설렘’이 남아요. ‘앞으로 트로트가 정말 잘 되겠구나’ 하는 설렘이요. 승패와 관계없이 무대에 서는 것 자체로도 의미 있었습니다. (‘미스터트롯’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드디어 재발견된 양지원은 ‘미스터트롯’을 기점으로 더 많은 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게 됐다. 그는 인터뷰 내내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더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팬이라고 생각해요. 팬이 없으면 가수도 없는 거니까요. 그래서 거의 모든 댓글을 다 읽어봐요. 저의 부족한 점에 대한 피드백을 빨리 받을 수 있더라고요. 팬 분들께 새싹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사랑과 응원에 힘입어 저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야겠죠.”

양지원은 ‘미스터트롯’ 이후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며 음악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근황을 밝혔다. 정통 트로트를 내세운 신곡 준비에 한창이다.



“당장 유행 타는 후크송은 오래 못 간다고 생각해요. 제 목소리를 빌려서 감정을 녹여낼 수 있는, 가사가 가진 힘이 있는 노래를 선물하고 싶어요. 많이 돌아가는 길일 수 있겠지만 그럴수록 정상에 올랐을 때 값지잖아요. 팬들 곁에서 오래오래 가수 생활하고 싶어요.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다가가 롱런하는 가수가 될게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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