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20년차, 고충 고백
"2년전 폐혈증으로 죽을 뻔 해"
[DA:리뷰] 홍석천 “성관계 300번? 짜깁기 기사…큰 상처” (종합)"2년전 폐혈증으로 죽을 뻔 해"
홍석천이 성소수자 연예인의 고충을 털어놨다.
12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홍석천은 최근 자신을 찾아온 ‘번아웃 증후군’과 관련된 고충을 털어놓기 위해 보살들을 찾았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의욕적으로 업무나 생활을 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홍석천은 올해 커밍아웃 20주년을 맞이했다고 밝히며 “내가 상징성이 있으니 뭐가 터지면 다 나한테 입장표명을 하라더라. 이태원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때에도 나한테 입장을 왜 안 밝히냐고 하더라. 20년 동안 커밍아웃한 유명인은 나 혼자니까 항상 문제가 되면 내가 공격 대상이 되는 게 힘들다”고 호소했다.
가장 힘들었던 일화로는 짜깁기된 오보를 꼽았다. 홍석천은 과거 한 대학교 강의에서 성소수자로서의 삶과 소신 등을 공유했다. 한 학생이 이상형을 묻자 홍석천은 당시 유행하던 영화 ‘300’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는 “나는 유머스럽게 ‘300명의 남자가 웃통 까고 달려오는 게 너무 좋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다들 좋아하더라”고 떠올렸다. 반면 한 학생은 홍석천에게 성관계 횟수를 물었고, 노골적인 질문에 야유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홍석천은 민망해 하는 학생을 배려해 “아까 이상형이 ‘300’에 나오는 친구들이라 했으니 그냥 300번이라고 할까”라고 장난스레 대답해 분위기를 풀었다.
이 가운데 현장에 있던 한 인턴기자는 홍석천의 강의 내용을 짜깁기한 기사를 냈다고. 홍석천은 “내가 중학교 때 정체성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더니 ‘중학생 때 300명과 성관계’라는 기사를 썼다. 중학교 때 전교생이 290명이었다”며 “이걸 믿을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다 믿더라. 계속 퍼져서 가족까지 들먹이며 욕을 듣게 됐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이날 홍석천은 ‘나도 힘든데 거절을 못하겠다’는 주제로 고민 상담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태원 가게를 정리할 때도 동네 상인들한테 미안했다. 두 번째는 내가 희망의 메시지가 됐던 분들에게 실패한 게이로 비춰질까 걱정된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20년간 제대로 휴식을 취해본 적이 없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홍석천은 “년 전에 폐혈증으로 죽을 뻔 했다. 병원에서 급하게 수술을 해 살아났다. 내가 번아웃이 됐다고 느끼고 조금씩 일을 줄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서장훈은 “사람이 아무리 능력이 좋더라도 방전에는 당할 수 없다”며 휴식을 재차 강조했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