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 속 조보아의 존재감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남자 구미호’라는 소재를 내세운 만큼 이동욱, 김범을 둘러싼 전개가 이어지면서 우리가 알던 조보아의 매력도 빛을 잃어가는 모양새다.
최근 ‘구미호뎐’은 산신이었던 이연(이동욱)이 전생의 남지아(조보아)를 죽여야만 했던 사연, 그리고 이연과 이랑(김범) 등 구미호 형제의 과거 악연, 이무기의 존재 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에 ‘구미호뎐’ 8화는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5.7%, 최고 6.4%, 전국 가구 기준 평균 5.1%, 최고 5.6%로 수목극 1위를 차지했으며 채널 타깃인 남녀 2049 시청률 역시 수도권 평균 3.5%, 최고 3.9%, 전국 평균 4.0%, 최고 4.4%를 기록하는 등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케이블, IPTV, 위성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그러나 이 같은 전개에도 불구하고 ‘구미호뎐’ 속 이동욱의 상대역인 조보아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극 초반 조보아가 맡은 남지아는 ‘도시괴담을 찾아서’의 담당 PD로 담대한 배짱을 보여주고 구미호라는 미스터리한 존재를 쫓으며 걸크러시한 매력을 뽐냈다. 주저함이 없고 빠른 상황 판단력을 보여주며 요즘 트렌드에 맞는 여자 주인공으로서 활약했다.
문제는 점차 회차가 진행되고 이연의 화려한 능력, 이연과 이랑 구미호 형제의 서사, 또한 막강한 최종 보스 이무기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정작 남지아가 여느 판타지물과 마찬가지로 구미호의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 수동적 캐릭터에 그치게 됐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직접 전생을 확인한 후 아음에 이입해 이연을 책망하는 부분이나 어린 시절의 자신이 최면 치료를 받는 모습을 보고 기겁하는 장면의 연기 역시 조보아의 지난 필모그래피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움을 자아낸다.
앞서 조보아는 ‘몬스터’, ‘사랑의 온도’, ‘이별이 떠났다’ 등을 거쳐 차분하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압도적인 비주얼을 앞세운 통통 튀는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한 것은 물론, ‘이별이 떠났다’를 통해서는 그 해 연기대상 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 다음 세대를 이끌어 갈 여배우로서 손색이 없는 행보였다. 뿐만 아니라 SBS '복수가 돌아왔다'에서도 배우 유승호와의 커플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데뷔 초 연기력에 대한 의심을 불식시키고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성장한 셈이다.
이 가운데 조보아는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서도 그만의 밝은 매력을 어필했다. ‘빌런 판독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다채로운 표정을 보여줬다. 한 때 ‘조보아 표정 보는 맛에 골목식당을 본다’는 말도 나왔을 정도.
이처럼 조보아는 풍부한 표정과 통통 튀는 밝은 매력으로 승부해 온 배우다. 보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태어난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조보아가 유독 ‘구미호뎐’에서만큼은 힘을 쓰지 못한다. 온갖 판타지적인 요소와 화려한 액션 같은 볼거리가 많아서 일까. 아니면 남지아 캐릭터가 조보아에 맞지 않는 옷이었던 것일까. 남은 회차 동안 조보아의 표정만큼 다채로운 매력이 드러난 연기를 ‘구미호뎐’에서 볼 수 있길 바란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