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도굴’ 이제훈 “흙맛으로 보물 찾는 꾼…통쾌한 웃음 안겨줄 것”

입력 2020-11-0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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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굴’의 주연 이제훈은 제작사를 설립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자는 의지로 각자 성장해온 이들”과 함께 작품 개발에 나섰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내일 개봉하는 영화 ‘도굴’서 180도 연기 변신한 이제훈

재미없는 내 성격과 정반대 캐릭터
다양한 연기는 나를 살아 숨쉬게 해
30대 지나가기 전 멜로도 찍고싶다
땅바닥에 박히듯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흙의 냄새를 맡고 맛을 본다. 흙의 냄새와 맛을 통해 땅 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줄 아는 대단한 감각을 지녔다. 판단과 감각으로 천문학적인 호가의 유물을 손에 넣고 든든한 배짱 하나로 더 큰 음모에 맞서는데, 모습은 되레 유쾌하기만 해서 한껏 통쾌함을 안겨준다.

4일 개봉하는 영화 ‘도굴’(감독 박정배·제작 싸이런픽쳐스) 속 이제훈(36)의 새로운 면모이다. 스스로 “말이 없어 가만히 (남의 말을)경청하는 편”이며 “재미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고 말하지만, 요즘엔 혼자 들떠 어릴 적 개구쟁이 같은 “실없는 소리”를 해댄다는 그에게서 딱 극중 도굴꾼의 모습이 묻어났다.

“저를 보고 주위 사람들이 ‘쟤, 왜 저래?’ 할 정도였으니까요. 하하!”

배우 이제훈.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일상적 규칙…“영화가 전부”
영화 ‘도굴’은 고찰의 금동불상과 고구려 고분벽화 등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유물을 손에 넣으려는 도굴 ‘전문가’들의 이야기. 가벼운 터치로 캐릭터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제훈은 “목적이 분명해 사기꾼의 기질도 드러낸다”면서 “한 없이 분위기 잡고, 묵묵한 것보다는 말 많고 떠들면서 상대를 사로잡는 매력”을 말했다.

실제로 이제훈은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줄 알았다. 특히 연기를 하고 영화를 찍는 일에 대한 관심을 말할 때에는 막힘이 없었다. 자신의 일상에 유일한 “행복이고, 살아 숨쉬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자부했다.

배우 이제훈.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어릴 때부터 스크린에 비치는 배우들의 모습이 친숙했다. 내가 저 안에 들어가도 좋을 듯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과연 그 일은 내게 행복을 주고 살아 숨쉬게 하는 원동력이 될까?”

정작 대부분 일상에서 그는 “재미없는 삶을 산다”고 말한다.

“운동하고 촬영하고 집으로 돌아가 쉬거나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극장에 간다.”

그만큼 일상의 정해진 규칙 안에서 살아가는 셈인데, “하루가 금방 간다”고 말할 만큼 빼곡하게 보인다. 극장과 영화에 대한 애정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이제 어디서든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게 됐다. 만드는 이들의 다양성과 방향성도 풍부해졌다. 긍정적이다. 다만 극장 상영도 쭉 가기를 매우 바라고 있다. 그건 태블릿PC와 또 다르다. 극장 영화 관람은 힐링의 체험이다.”

배우 이제훈.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제 사랑 이야기를”…따스한 견딤
그렇다면 향후 그가 극장에서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동안 사랑 이야기를 많이 해보지 못했다. (나이에)‘4자’가 붙기 전에 30대의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 좋은 상대배우와 로맨스나 멜로 장르를 함께하면 좋겠다.”

넉넉한 웃음으로 그가 말한 상대배우는 현재로선 신혜선이다. ‘도굴’에서 고미술계 엘리트 큐레이터 역을 연기한 그에 대해 이제훈은 “극과 극의 모습”을 지녔다고 말했다. “극중 중심이 서 있고 내면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맑고 엄청 귀엽다.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 로맨스 코미디 장르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그렇게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무대는 여전히 자신에게 남아 있는 갈증이라고 이제훈은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증도 더해가지만 물리적 한계라는 것도 있으니 “더 부지런해지고 건강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사계절이 찾아오지만 추위와 더위에 익숙해지고 적응하는 게 아니라 대비하는 거다. 앞으로 과정을 즐길 수 있고 힘듦을 감내하는, 그런 경험을 하는 게 곧 살아가는 것 아니겠느냐.”

감염병 시대를 힘겹게 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 싸워서 이겨내자”고 말을 건네는 이제훈의 얼굴에 따스함이 그렇게 번졌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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