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철인왕후’ 파도 파도 괴담…거짓 사극의 업보

입력 2020-12-15 15: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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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이슈] ‘철인왕후’ 파도 파도 괴담…거짓 사극의 업보

최근 들어 이토록 시청자들에게 미움 받은 드라마가 또 있었을까. 정통 사극 마니아들은 물론 퓨전 사극을 선호하는 세대에 이르기까지 tvN ‘철인왕후’를 향한 시선이 따갑다.

‘철인왕후’는 불의의 사고로 대한민국 대표 허세남 영혼이 깃들어 ‘저 세상 텐션’을 갖게 된 중전 김소용(신혜선 분)과 ‘두 얼굴의 임금’ 철종(김정현 분) 사이에 벌어지는 영혼가출 스캔들을 그린 작품으로 2016년 방영됐던 중국 드라마 ‘태자비승직기’를 원작으로 만들어 졌다.

신혜선의 첫 사극 도전은 물론 김정현 역시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아 연기 변신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철인왕후’를 둘러싼 불온한 조짐은 첫 방송 이전부터 이어졌다. 원작 소설 ‘태자비승직기’의 작가 셴청이 다른 작품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서슴없이 사용하고 고려 사신들을 욕보이는 등의 장면을 묘사하는 등 혐한(嫌漢)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혜선이 연기하는 철인왕후, 김정현이 연기하는 철종이 실존인물이라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드라마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코믹을 표방하는 작품인 만큼 역사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샀다.

이런 방송 전 논란에도 불구하고 ‘철인왕후’ 1, 2회는 꽤 나쁘지 않은 성적을 얻었다. 지난 14일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코리아에 따르면 ‘철인왕후’(연출 윤성식, 극본 박계옥‧최아일) 2회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평균 9.5% 최고 10.9%, 전국 기준 평균 8.8% 최고 9.9%를 기록, 케이블과 종편을 포함한 동시간대 1위에 올랐다. 1회 시청률도 1회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평균 8.7% 최고 11.0%를 기록하며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1위에 올랐다. 전국 기준 또한 평균 8.0% 최고 9.9%를 기록했다.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기준)



이 같은 수치에도 불구하고 정작 온라인에서 터져 나온 반응들은 칭찬보단 비판 일색이다. 상상 이상의 역사 왜곡, 위험천만한 대사 및 상황 설정 등이 철인왕후, 순원왕후, 철종, 김좌근 등 역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알만한 인물들의 이름으로 인해 사실성을 얻고 있기 때문.


특히 현대 남성의 영혼이 들어간 철인왕후(신혜선)가 철종을 두고 ‘주색에 빠진 왕’이라고 단언하거나, ‘조선왕조실록도 지라시였네’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임금의 손을 내리치는 등 돌발적인 언행들이 이어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신정왕후 조 씨가 미신 등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는 모습, 순원왕후 김 씨가 궁녀의 손을 빌어 주름을 펴기 위한 리프팅에 힘쓰는 모습 등 경악할 만한 장면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시청자들은 관련 부처에 ‘철인왕후’에 대한 제재를 청원하고 나서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존 인물의 이름 혹은 칭호를 사용한 만큼 이와 관련한 반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제 고작 1~2회가 방송됐을 뿐임에도 ‘철인왕후’를 둘러싼 논란은 그야말로 파도 파도 괴담 수준이다. 언제부턴가 방송가는 정통 사극을 TV에서 지워버리고 잘 생기고 예쁜 배우들에게 한복만 입혀놓고 사극이라고 우기며 이를 퓨전 사극이라고 불렀다.

이번 ‘철인왕후’를 둘러싼 논란은 어쩌면 몇 년 간 계속 되어온 ‘퓨전 사극’이라는 변종을 계속 방치했을 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뻔히 알면서도 그저 돈 때문에 이를 외면해 온 방송가가 마땅히 받아야 할 업보일지도 모른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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