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치 장벽을 넘어…할리우드로 간 감독들

입력 2021-01-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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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장준환·윤성현 감독(왼쪽부터)이 잇따라 할리우드로 날아간다. 이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직접 연출하거나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한국영화의 영역을 넓힐 기세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동아일보DB·넷플릭스

봉준호의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그 후…한국영화의 스토리 확장

임상수, 누아르 영화 ‘소호의 죄’ 연출
장준환 ‘지구를 지켜라!’ 美 리메이크
윤성현·정병길 감독들도 러브콜 받아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난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트로피를 거머쥐고 한 말이다. 한 편의 영화가 지닌 보편적 스토리만으로도 전 세계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또 다시 입증하듯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연출자들의 할리우드행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강한 개성과 재능을 인정받으며 더 큰 무대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치겠다는 감독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임상수·장준환·윤성현…잇단 할리우드행
‘하녀’ ‘돈의 맛’ 등을 연출해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호평 받은 임상수 감독이 최근 할리우드행을 발표했다. 한국의 열매엔터테인먼트와 미국 제작사 2W네트워크가 함께 만드는 누아르 영화 ‘소호의 죄’를 연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 촬영을 목표로 하는 영화의 주연으로 브래드 피트와 휴 잭맨 등이 이미 물망에 오를 만큼 현지에서도 기대를 모으는 분위기이다.

‘1987’의 장준환 감독도 할리우드로 날아간다. 자신의 2003년 작품 ‘지구를 지켜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을 연출한다. ‘지구를 지켜라!’는 신하균과 백윤식이 주연해 한 청년이 화학회사 사장이 지구를 위협하는 외계인이라며 납치한 뒤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 감독은 영화 ‘미드소마’의 아리 에스터 감독과 함께 손잡고 현장을 지휘한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첫 넷플릭스 직행작인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도 최근 할리우드 러브콜을 받았다. 이미 현지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사냥의 시간’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은 그는 이를 계기로 할리우드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이들 외에도 ‘악녀’의 정병길 감독도 할리우드 에이전시 CAA와 계약을 맺고 드라마 버전을 연출한다.

스토리의 확장, 한국영화가 중심에

최근 한국영화 연출자들의 잇단 할리우드행은 좀 더 새로운 기획과 스토리를 원하는 현지의 욕구와도 맞닿아 있다는 시선이 많다. 이들 모두 현지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를 직접 쓰면서 이야기를 구성하며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임상수 감독의 ‘소호의 죄’의 공동제작사 2W네트워크의 도나 스미스 대표는 “임 감독이 제시한 작가적 비전이 우리의 목표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출자들이 그동안 일궈온 성과에 힘입은 바도 크다. 도나 스미스 대표는 “전작 ‘하녀’와 ‘돈의 맛’ 등에서 보여준 치밀하고 수려한 연출 역량과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 등에 비춰 작품에 가장 적합한 감독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4관왕 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 역시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영화계의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영화가 임권택·박찬욱·이창동 감독 등 작품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영화제에서 잇따라 수상하는 등 힘을 과시한 데 이어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면서 이를 바라보는 현지 시선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할리우드 리포터 등 현지 영화전문지들은 ‘곡성’의 나홍진·‘부산행’의 연상호·‘벌새’의 김보라·‘콜’의 이충현 감독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들을 할리우드행의 또 다른 주자로 꼽기도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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