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청아, ‘늑대의 유혹’ 한경→‘낮과 밤’ 제이미 되기까지

입력 2021-01-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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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낮과 밤’은 낯익은 배우들의 새로운 면면을 발견할 수 있는 드라마였다. 늘 흥행사를 써 온 남궁민의 저력을 다시 확인했으며, 설현의 가능성을 목격할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

그러나 이 작품에서 가장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 인물은 단연 이청아였다. 그는 하얀 밤 마을 실험의 피해자이자 프로파일러 제이미 레이튼 역을 맡아 이청아가 장르물에서도 통하는 인재임을 증명했다.

“작년 한 해를 저는 완전히 낮과 밤이라는 작품에 쓴 것 같아요. 촬영 기간은 8개월 정도였지만 처음 대본을 받고 이 캐릭터를 준비하던 시기까지 합치면 10개월이 넘는 시간이었네요. 모든 사람들이 참 어려운 시기였는데, 다행히 큰 사고나 큰 탈 없이 드라마를 마친 것 같아서 마지막 방송을 보는데 아쉬움 보다는 감사함과 후련한 마음이 더 컸어요.”

이청아는 그의 말대로 10개월이 넘는 시간동안 프로파일러 제이미 레이튼으로 살았다. 극중 긴장감을 유지하며 사건의 전말을 쫓으면서도 하얀 밤 마을 실험의 피해자인 제이미의 서사를 더욱 빛낸 건 극중 파트너인 남궁민과의 찰진 호흡 덕이었다.

“두 사람의 호흡이 곧 극의 긴장감으로 이어지는 화들이 많았기 때문에 초반에 서로의 해석과 이 씬의 템포에 대한 부분을 많이 조율했어요. 3부에 등장하는 엘리베이터 씬 같은 경우도 굉장히 스피디하게 서로의 대사가 오가죠. 그 때는 정말 칼싸움을 하는 기분이었죠. 남궁민 선배는 파트너의 연기에 대한 질문을 굉장히 즐겁게 받아주시는 분이예요. 그래서 초반부터 더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케미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 신뢰는 소통이 바닥에 깔려있어야 해요.”


이후 이청아는 ‘낮과 밤’ 촬영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서도 남궁민과의 연기 호흡을 꼽았다. 16부에 등장한 비밀 연구소 신을 찍던 날을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언급했다.

“16부에 등장한 비밀 연구소 신을 찍던 날이 가장 기억이 납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하얀 밤마을에 관계된 모두가 모이는 큰 신이었어요, 게다가 폭발도 일어나고, 드라마 초반부터 언급되던 ‘괴물’도 등장하는 어렵고 집중해야 하는 신이었죠. 각각 인물들에게 얽힌 감정선도 굉장히 복잡하고 거대했어요. 그 때 도정우에게서 괴물의 인격이 튀어나오는 남궁민 선배님의 장면을 먼저 촬영했어요. 이후 제 촬영 순서가 되어서 도정우가 괴물로 변하는 순간들을 지켜보는 장면을 찍는데, 방금 본 남궁민 선배의 연기를 떠올리면서 연기를 했죠. 도정우에 링크되어서 함께 고통을 느끼는 제이미- 그리고 그 참사의 날로 돌아가는 제이미를요. 대본과는 조금 다르게 연기한 부분이었는데 그 장면을 연기하고 나서 행복했어요.”



이처럼 이청아는 ‘낮과 밤’ 촬영장에서 동료 배우들과 호흡을 나누며 연기적으로 다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경력이 헛되지 않았던 것일까. 이청아의 연기는 날로 원숙해지는 가운데 도전정신을 품고 있다. ‘늑대의 유혹’ 우산 속의 이청아가 ‘낮과 밤’의 제이미로 변하는 과정들이 모두 이청아의 지난 ‘노력’을 증명한다.

“바깥에서 보기에 지금 제 모습이 뭔가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아마 그 사이에 흐른 제 시간과 제 삶의 경험 때문일 거에요. 다들 터닝 포인트에 대한 말씀을 하시지만 저는 아직 터닝 포인트 안에 속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확실히 터닝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되고요.”

아직 완전한 ‘터닝’을 마치지 않았다는 그녀다. 그럼에도 이청아는 그의 연기가 변화하게 된 시점만은 정확하게 짚어냈다. 바로 어머니의 사망이 이청아의 연기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했다.

“터닝 포인트의 시작점을 찾는다면 엄마가 돌아가셨던 때가 그 처음이었던 것 같고 그 이후 제 안에 있던 무언가가 조금씩 변화한 것 같아요. 저는 엄마가 당연히 저희 곁에 계실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았죠. 오랫동안 엄마를 떠나보내는 준비를 했는데도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미뤄뒀던 많은 것들을 다시는 할 수 없다는 게 충격이었어요. 아끼고 준비하고 미루다가 다 놓쳐버렸어요.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그 뒤로 하고 싶었는데 겁났던 것, 해야 하는데 미뤘던 것들을 조금씩 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이런 아픔의 시간을 거쳐 이청아는 연극무대, 해외에서의 거주 등 이전엔 망설였을 도전을 이어갔다. 이렇게 성숙해진 이청아가 파격 변신을 시도한 첫 번째 작품이 ‘뱀파이어 탐정’의 요나 역이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연기자로서 새로운 길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가 기존에 제가 연기해왔던 캐릭터들을 때론 조금 못마땅해 하셨었거든요. 본인 딸과는 전혀 닮지 않았다고요. 맨날 당하고 울고 그런 역할 말고 제가 더 멋진 역할을 하길 바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기존에 들어오던 역할에 더 이상 안착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어요. '롤이 전보다 좀 작더라도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을 연기해야지', '연기자로써 배역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라는 목표를 세우고 회사에 도움을 구했죠. 이 때 ‘뱀파이어 탐정’을 시작으로 점차 제가 맡은 캐릭터들이 다양한 색을 갖기 시작했어요.”


이제 이청아는 더 이상 캔디형 여주가 어울리지 않는 배우로 성장했다. ‘늑대의 유혹’ 속 한경에서 ‘낮과 밤’ 제이미가 되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이청아지만 그녀는 다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이번에 드라마에서 초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어서인지, 다음 작품에서는 평범한 사람으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구의 삶에나 있는 일상적인 사건과 감정들로 흘러가는 이야기요. 요즘 집에서 ‘디어 마이 프렌즈’ 와 ‘네 멋대로 해라’를 다시 보고 있는데 그런 톤을 가진 이야기들 속에서 호흡해 보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킹스랜드, tvN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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