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 ‘낙원의 밤’ 차승원 씨, 태구에게 너무한 거 아니오 (리뷰)

입력 2021-04-08 1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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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 ‘신세계’에 낭만 한 스푼
‘낙원의 밤’ 엄태구가 농도 짙은 누아르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낙원의 밤’은 조직의 타깃이 된 한 남자와 삶의 끝에 서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신세계’ ‘마녀’로 짜임새 있는 액션을 선보였던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엄태구는 조직에 배신 당한 중간보스 태구 역을, 전여빈은 불치병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재연 역을 맡았다. 일련의 사건으로 모두에게 표적이 되어 제주도로 몸을 피한 태구는 삼촌의 심부름으로 자신을 마중 나온 재연과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태구는 재연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삶을 포기한 재연이 왠지 모르게 안쓰럽고 신경 쓰인다. 사람 하나쯤은 쉽게 죽이는 태구에게 재연은 보호하고 싶은 대상이 되어버렸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차승원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급변한다. 자신의 조직원을 습격한 태구를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찾아 나선 마이사(차승원 분). 그는 태구의 주변인을 하나씩 제거하며 태구를 압박해온다. 그 범위가 좁혀질수록 긴장감도 짙어진다. 여기에 박호산(양 사장 분)의 비열함이 더해져 더욱 촘촘한 연출이 완성됐다.

잔혹한 마이사와 야비한 양 사장의 컬래버레이션이 태구를 한없이 동정하게 만든다.


태구와 마이사 조직의 추격신은 긴장감의 최고조를 찍는다. 태구는 차 한 구석에 몰린 채 집단 린치를 당한다. 이 모습은 ‘신세계’ 속 명장면 엘리베이터 신이 떠오르기도 한다. 태구의 처절한 발악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태구를 향한 연민은 깊어진다. 한 편으로는 최악(마이사)에 대립하는 차악(태구)의 모습에 통쾌한 마음이 든다.

극의 긴장감은 전여빈이 해소한다. 전여빈은 약 1시간 30분이 넘도록 이어진 팽팽한 대립을 단 몇 분 만에 해결한다. 그럼에도 ‘낙원의 밤’에는 절대 낙원이 찾아오지 않는다.

‘낙원의 밤’은 제77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한국영화로 유일하게 초청받았다. 베니스 국제 영화제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은 “‘낙원의 밤’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계에서 나온 가장 뛰어난 갱스터 영화 중 하나”라며 “박훈정 감독은 정형화 되지 않은 복합적인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각본 집필능력, 인상적이고 거장다운 연출력으로 전폭적인 관심을 받을 만하다”고 극찬한 바 있다.

‘낙원의 밤’ 연출력은 실로 대단하다. 액션을 요란하지 않게 담아냈다. 특히 엄태구는 ‘낙원의 밤’을 통해 제대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저음의 목소리와 카리스마 있는 눈빛으로 극의 톤을 무게감 있게 유지했다. 영화의 주축으로서 극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태구가 표적이 된 과정에 공감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에는 납득이 가지만 생판 모르는 태구의 인생과 결정에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극 초반 태구의 인간성이 더 돋보였더라면 감정이입이 한결 자연스럽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낙원의 밤’은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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