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이용주 감독의 ‘서복’, 끝나지 않은 이야기 #스핀오프

입력 2021-04-16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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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주 감독이 밝힌 '서복'의 상징성
'죽음의 두려움' 공유-'무한의 두려움' 박보검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돌아왔다. '서복' 공유, 박보검의 동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다.

이용주 감독은 지난 13일 진행된 영화 '서복' 화상 인터뷰에 참석해 '서복'의 출발점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용주 감독은 411만 관객 영화 '건축학개론' 이후 9년 만에 복귀했다. 이 감독은 2019년 '서복' 촬영 시작 직전까지 스토리를 짜냈다. 대본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6년이 걸렸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모르겠어요. 부담감이 많았던 거 같아요. '건축학개론'이 흥행할 줄 몰랐거든요. 저도 모르게 부담감을 갖고 '다음 작품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간이 오래 걸렸죠. 160억 원의 블록버스터급 예산 역시 부담이 됐어요. 잘 써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죠. 한 번의성장통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서복'은 이용주 감독의 고민에서 시작된 영화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이용주 감독은 삶의 유한성, 죽음의 두려움을 느꼈고 꼭 영화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불신지옥'을 개봉한 2009년에 가족 중 한 분이 돌아가셨어요. 암 투병을 오래 하시다 돌아가셨는데 충격이 컸죠. 그 이후로 연세가 많으신 어머니가 보였어요. 내 옆에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연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많이 힘들었던 상황이 이 이야기를 꼭 해야한다는 강박을 갖게 했죠"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민기헌(공유 분)의 특별한 동행을 그린 영화. 동행 속 서복과 기헌은 끊임없이 서로의 다름을 통해 고민에 빠진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며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용주 감독은 자신의 고민을 민기헌에게 투영했다. “사는 게 무서운지 죽는 게 무서운지 모르겠다”는 공유의 대사는 이용주 감독의 심정을 대변한다.


"'서복'의 설정상 기헌이 바라보는 시점이 중요했어요. 민기헌은 죽음에서 벗어나고자 서복을 보호해요. 결국은 나이를 먹거나 병들어서 죽는 게 정해진 미래라는 걸 알고 있지만 생명 연장에 대한 욕망이 있죠. 반면 서복은 '영원히 사는 것도 두렵다'고 해요. 죽음과 두려움의 테마를 계속 고민했죠. 서복은 우리가 두려워하는 유한성(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났지만 무한성(영생)의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항상 자신의 운명을 생각하는 서복은 자신의 존재 의의를 고민한 거죠"

이런 관점에서 '서복'은 SF라는 장르적 특성이 아닌 철학적 메시지가 우선된 영화다. 이용주 감독 역시 "SF를 기획한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화려하고 웅장한 SF를 기획한 게 아니었어요. 복제인간이라는 설정에 관계자들이 자연스레 기대하는 지점이 부담됐죠.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그리려는데 선택된 게 복제인간이었어요"


민기헌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투영됐다면 서복은 이를 초월한 존재로 그려진다. 끝이 없는 삶을 사는 서복에게 허락된 공간은 조금의 유리로 둘러싸인 실험실뿐이다. 서복에게 세상이란 수도 없이 읽은 책들과 자신을 만들어낸 ‘엄마’ 임세은 연구소장(장영남 분)과의 대화가 전부다. 박학다식한 서복에게 부족한 점은 공감과 사회성이다.

성공적인 실험체라고 불리지만 순진무구한 표정의 서복은 미완의 존재로 느껴지기도 한다.

"대본을 쓸 때 서복이 어떻게 감정을 갖게 되는지 고민했어요. 책도 많이 읽고, 임세은 박사와 대화를 하며 뭔가를 초월한 존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서복이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서는 테두리를 규정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감독인 저마저도 이해하지 못하는 절대지점이 있죠. 서복이 절대자, 예언자 같은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걸 깨우친 사람, 영원희 사는 동안 '나는 어떤 존재가 돼야지'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서복은 의미있는 무언가가 되기 위해 기헌을 선택했다고 봐요. 상식적으로는 힘들 수 있는 설정이지만 서복이 이를 뛰어넘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기헌이 서복을 이해했다고 봤죠"


9년의 기록이 담긴 '서복'. 이용주 감독은 그 이야기를 이어갈 생각이다.

"스핀오프를 생각하고 있어요. 차기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을 꽤 오래 했죠. '불신지옥' 당시 피폐해졌어요. 어두운 생각을 하기가 싫어서 '건축학개론'을 썼어요. 그랬더니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죠. 지금은 또 밝은 걸 하고 싶네요. '서복'을 오래해서 지쳐요(웃음). 스핀오프가 밝을 순 없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극본을 맡게되면 결국 같은 테마에서 자유롭진 않을 거 같아서 아이템을 고민 중입니다"

사진|CJ ENM 제공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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