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킬로이의 다섯 번의 특별한 포옹- DP월드투어 챔피언십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 〈18〉

입력 2024-11-18 16: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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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매킬로이가 17일 밤(한국시간) UAE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시즌 최종전인 DP 월드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아내 에리카 스톨과 , 딸 포피 케네디 매킬로이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DP월드투어

로리 매킬로이가 17일 밤(한국시간) UAE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시즌 최종전인 DP 월드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아내 에리카 스톨과 , 딸 포피 케네디 매킬로이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DP월드투어



로리 매킬로이가 DP월드투어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매킬로이는 우승 직후에 다섯 번의 진한 포옹을 했는데, 매번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첫 번째 포옹은 캐디인 해리 다이아몬드와 했다. 그들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같이 자란 친구다. 매킬로이가 올해 US오픈에서 짧은 퍼팅을 두번이나 실수하면서 우승을 놓치자, 전문가들이 캐디 교체를 주문하고 나섰다. 해리는 다른 캐디들과 달리 로리의 플레이에 좀처럼 관여하지 않는데, 전문가들은 로리의 공격적인 성향을 견제해 줄 노련한 캐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 로리는 ‘해리가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린 아이라면, 해리는 성숙한 어른이다’라는 말로 친구를 변호했지만, 해리 다이어몬드가 느꼈을 부담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매킬로이는 친구의 부담감을 말끔하게 덜어주었다. 그들의 포옹에는 미안함과 감사가 있었다.
같은동네 골프클럽 후배인 톰 맥기빈의 PGA투어 카드 확보를 축하하는 로리 매킬로이, 사진:출처 ㅣTV 방송 화면 캡처

같은동네 골프클럽 후배인 톰 맥기빈의 PGA투어 카드 확보를 축하하는 로리 매킬로이, 사진:출처 ㅣTV 방송 화면 캡처


두 번째 포옹은 끝까지 경쟁을 이어간 라스무스 호이가드와 했다. 둘은 올해 로열 카운티 다운에서 개최된 아이리시 오픈에서도 우승을 다투었다. 아이리시 오픈은 상금 규모가 작지만, 북아일랜드인으로서 매킬로이가 우승을 갈망하는 대회다. 매킬로이는 시종일관 선두를 달리고 있었는데, 호이가드가 마지막 라운드 후반 9개 홀에서 5타를 줄이면서 한 타 차이로 우승했다. 매킬로이에게는 고향 팬을 실망하게 한 순간이었지만, 라스무스 호이가드에게는 쌍둥이 형인 니콜라이에게 가려있던 존재감을 높이는 계기였다. 라스무스의 활약은 매킬로이에게는 또 하나의 기쁨이었다. 내년에 벌어질 라이더컵에서 호이가드 쌍둥이 형제의 대활약이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포옹에는 격려와 기대가 있었다.

경기 직후 그린에서 인터뷰가 이어졌다. 유럽의 투어 종합우승 여섯 번은 세베 발레스테로스의 기록과 같은 것이라는 리포트의 지적에, 매킬로이는 “모두가 세베가 유럽 골프와 라이더컵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알고 있다. 유럽 라이더컵 라커룸에는 세베의 명언들만 있다. 그가 1995년 마지막으로 라이더컵에서 입었던 셔츠가 탈의실에 있다. 세베는 유럽 골프에 정말 큰 의미를 지니고 있고, 그와 같은 선상에서 언급되는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세베와 로리는 나이 차이가 많다. 세베가 선수가 아닌 캡틴으로 라이더컵에서 미국팀을 이겼을 때도 매킬로이는 여덟 살에 불과했다. 경기에서 같이 활약한 것은 아니지만, 세베를 언급하며 목이 멘 것만으로 세베 발레스테로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세배는 1976년 19살의 나이로 디오픈에 혜성처럼 나타났고, 세베의 활약을 본 영국 골프계는 라이더컵에서 미국과 맞설 팀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유럽 전역으로 확대하기로 결심했다. 세베가 라이더컵에 참여하면서 유럽은 처음으로 미국에서 벌어진 라이더컵을 이겼고, 세베 이후에는 미국과의 상대 전적에서도 앞서게 되었다. 매킬로이의 인터뷰는 고인이 된 세베에 대한 포옹과 같았다. 그들의 포옹에는 경의와 그리움이 있었다.
대회 주최 측은 로리 매킬로이의 우승을 축하하며 세베 발레스테로스와 함께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사진제공 ㅣ DP월드투어

대회 주최 측은 로리 매킬로이의 우승을 축하하며 세베 발레스테로스와 함께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사진제공 ㅣ DP월드투어


네 번째 포옹은 딸과 와이프와 했다. 매킬로이는 선수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매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이혼 소송이 진행되면서 여러 루머가 있었지만, 마지막에 소송을 취하하고 재결합했다. BMW PGA챔피언십에서 빌리 호셜에게 연장전에서 패하고 딸을 안고 씁쓸히 골프 코스를 떠나던 모습이 팬들에게 선연히 남아 있지만, 그는 두 달 만에 DP월드투어 최종전을 우승하며 가족과 팬들에게 선물을 안겼다. 그들의 포옹에는 사랑이 있었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가는 길에 숀 라우리, 톰 맥기빈을 비롯한 몇 명의 선수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킬로이는 그들과 일일이 포옹한 후에 무엇인가를 잊은 듯 다시 톰 맥기빈에게 돌아왔다. 그의 물음에 맥기빈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한 번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그것이 다섯 번째로 주목할 만한 포옹이었다. ‘너 PGA투어 카드 확보했어?’라고 물은 것으로 보였다. DP월드투어 상위랭커 중에 PGA투어 카드가 없는 10명에게 내년도 PGA투어 참가자격을 주는데, 톰 맥기빈이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극적으로 마지막 카드를 받았다. 로리와 톰은 13살 차이로 톰은 로리의 활약을 보며 골퍼의 꿈을 키웠다. 로리와 톰은 북아일랜드의 홀리우드라는 작은 골프클럽 소속이다. 같은 클럽맨을 챙기는 매킬로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로리 매킬로이가 세베 발레스테로스에게서 전수받은 골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포옹을 통해서 톰 맥기빈에게 전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포옹에는 보살핌과 미래가 있었다.

그가 보여 준 다섯 번의 포옹에는 골프의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보여주는 감동이 있었다.



윤영호 골프 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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