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겐 너무 소중한 너’ 박예니 “유쾌한 진구 선배님 닮고파”

입력 2021-05-20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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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기 쏙 뺀 말간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12일 개봉한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감독 이창원·권성모·제작 ㈜파인스토리)를 내놓은 연기자 박예니(28)의 이야기다. 올해로 갓 데뷔 2년차로 예쁜 모습이 욕심날 법도 하지만, 인생 첫 영화를 위해 기꺼이 순박한 ‘시골 처녀’를 자처했다.

이유는 딱 하나다. “시청각장애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따뜻한 기운에 녹아들기 위해서”이다. 데뷔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뉴욕대 학사·하버드 석사 등 화려한 학력도 모두 뒤로 감췄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만난 박예니는 “스크린 데뷔작이 ‘내겐 너무 소중한 너’인 것이 내게는 선물 같은 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진구 선배님의 유쾌한 에너지 닮고파”

영화는 기획사 사장인 진구가 갑작스레 사망한 직원의 딸이자 시청각장애를 가진 정서연의 ‘가짜 아빠’ 행세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박예니는 우연히 마주친 이들을 집에 들이는 연주 역을 맡았다. 치매 아버지를 모시기 위해 꿈인 무용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캐릭터이기도 하다.




-첫 영화다. 영화관에서 보니 어떤가.

“개봉 다음 날에 집 근처 영화관에서 제 돈을 내고 관람해봤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관객이 많이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극중 재식(진구)과 은혜(정서연)의 ‘케미’가 정말 좋아서 제 기분까지 좋아지더라고요. 이런 작품에 출연해 연기도 배우고, 사람도 얻다니. 아직도 안 믿겨요.”


-첫 영화 촬영이 어땠나.

“그동안 드라마에서 조·단역을 주로 하다보니 주연이 빛나야 한단 생각에 제 대사를 번개처럼 ‘슝’ 하고 해버리곤 했어요. 그런데 진구 선배님을 포함한 현장에 있는 선배 연기자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네가 천천히 많은 것들을 해줘야 감독님들이 쓸 수 있는 옵션들이 많아져’라고요. 자신감을 많이 쌓았어요. ‘나 여기 있어도 되는구나!’하고 느낀 첫 현장이랄까요?”


-진구와 호흡은 어땠나.

“진구 선배님은 현장에서 절대 유쾌함을 잃지 않아요. 저도 힘듦을 유머로 승화하려는 스타일이라 그 점이 많이 비슷했죠. 진구 선배님께서도 제게 ‘에너지 넘친다’는 칭찬을 자주 해주셨고요. 그래서 더 닮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시청각장애를 다룬 영화다.

“처음부터 그 주제가 정말 좋았어요. 시청각장애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사람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길 기대하는 마음이 가장 앞섰죠. 특히 코로나 펜데믹으로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시기이니 꼭 필요한 영화가 아닌가 싶었어요.”


-영화에서 꼭 봐줬으면 하는 메시지는?

“누구나 다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요. 슈퍼맨이나 아이언맨 같은 ‘슈퍼 히어로’만 영웅이 아니라 매일을 살아내면서 내 가족과 아이를 지키는 모든 사람들이 영웅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금수저’ 편견? 제가 깨야 할 숙제”

안방극장에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지만, 화제는 일찌감치 됐다. 2017년 엠넷 예능프로그램 ‘너의 목소리가 보여’ 시즌4에서 반전 가수로 출연하는 등 끊임없이 방송가를 두드린 덕분이다.


-연기를 꿈꾼 이유는?

“제 성격이 하나에 꽂히면 뜨겁게 사랑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막연하게 재미있어서 연기자를 꿈꿨지만, 가면 갈수록 내게 무언가가 쌓이는 것이 느껴졌어요. 나아가서 언젠가부터 연출자, 동료 연기자들과 함께 세상을 바꿀 수 있겠다는 상상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너무 거창한가요? 하하하!”


-뉴욕대·하버드대 졸업 이력이 돋보인다.

“뉴욕대 심리학과로 입학해서 연기과로 전과해 쭉 연기를 했어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연기자를 꿈꾸고 있다는 건 아셨지만, 진짜로 1학년 끝나고 전과를 신청하니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내 딸이 한다면 하는 애였구나, 그러신 거죠. 하하하! 졸업할 때 즈음엔 제가 연기하는 걸 좋아해주셨어요.”


-학력 때문에 ‘금수저’ 이미지도 있는데.

“사람이 선입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열심히 하다보면 깰 수 있지 않을까요? 고생이라고 할 것까진 없어도 미국에서 아기들 돌보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적지 않은 인종차별에도 독립영화 현장에 꾸준히 참여했어요. 마음이 다치는 일들도 종종 생겼지만, 모든 것이 제게는 ‘성장통’이라 믿고 있어요.”




-작년 출연한 KCC 광고 등이 온라인상에서도 화제가 됐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서 ‘짤’(짧은 동영상)로 돌아다니는 걸 많이 봤어요. 조용히 ‘좋아요’를 누른 적도 많죠. 신기하면서도 아직 실감은 안 나요. 부족한 부분들을 빨리 채워서 더 잘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를 꿈꾸고 있나.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화려하고, 멋있는 배우들은 이미 많잖아요. 저는 편한 언니, 옆집 딸내미 같이 부담스럽지 않고, 어쩐지 내 얘기 같은 마음이 들게 하는 배우로 다가갔으면 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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