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민 “내 삶의 기적? 지금 인터뷰 자체가 기적”

입력 2021-09-0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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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영화 ‘기적’에서 펼친 경상도 사투리 연기가 “어려웠다”는 박정민은 “마음에 품고 있는 꿈에 관한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15일 작품을 선보인 뒤 “부모님을 뵈러 가는 특별함”으로 추석 명절을 맞는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추석 앞두고 15일 영화 ‘기적’ 선보이는 박정민

오랜시간 동굴 안에 있었다
재능 없어 재미있는 일 찾아
마을 간이역이 생기는 일은
내 꿈에 대입해보니 공감 돼
“추석을 맞아 모여든 친척들은 늘 그러했던 것처럼 당신의 근황에 과도한 관심을 가질 것이다. (중략) 친척이 명절을 핑계로 집요하게 당신의 인생에 대해 캐물어 온다면, 그들이 평소에 직면하지 않았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라고 물으면, ‘곧 하겠죠, 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추석 때라서 일부러 물어보는 거란다’라고 하거든, ‘추석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후략)”(2018년 9월21일자 경향신문, ‘추석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가 추석 연휴에 앞서 쓴 칼럼이다. 세간의 화제를 모은 칼럼의 서두처럼 배우 박정민(34)도 한때 그런 “과도한 관심”의 질문을 받았다.

“언제 유명해지는 거야?”

또다시 찾아올 추석 명절. 이를 앞두고 새로운 주연 영화 ‘기적’(감독 이장훈·제작 블러썸픽쳐스)을 15일 선보일 그는 이제 같은 질문을 받지 않을 터이다.

“일이 재미있다”
‘기적’은 경북 봉화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간이역이 생기는 게 인생 목표인 고교생의 이야기를 그린다. 친구 임윤아와 함께 천재적 기질을 발휘하는 그는 결국 꿈을 이룰 것인가. 시나리오를 읽으며, 영화를 촬영하며, 완성작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박정민은 “내 꿈과 상황을 대입했을 때 공감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촬영 때 생각에 추억에 젖기도 했다”면서. 추억을 말했으니 빌미 삼아 먼저 물었다.


- 살아오면서 기적 같은 일이 있었나?

“지금 인터뷰 자체가 기적이다. 영화 촬영하고, 홍보하고, 인터뷰하는 것에 가끔 놀란다. 이런 게 당연하다고 느낄 때쯤, ‘잠깐 당연한 게 아닌데?’라며 놀라곤 한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다. 콕 집어 얘기하자면, 2011년 영화 ‘파수꾼’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에게 갑자기 보석 같은 영화와 역할이 주어지면서 인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으니까.”


- 장편영화 데뷔작인 ‘파수꾼’ 이후 10년이 지났다.

“시간이 빨리 지났다. 추억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지만, 참 많은 일과 감정의 요동이 있었다. 예전에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잡히지 않는 후회도, 알 수 없는 반성도 많았다. 꽤 오랜 시간 동굴 안에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즐겁게 해야 좋은 영화도 할 수 있고, 좋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지 않겠나.”

배우 박정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란 무엇인가
- 최근 몇 년 사이 매년 3∼4편의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나.

“일하는 게 재밌다. 일하지 않을 때는 뭔가 처지고. 일하러 가면 사람들도 만나고,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도 같다. 남들처럼 촬영하고 쉬고, 다시 준비하고 촬영하고 개봉하는 일의 반복이지만 현장에 나가면 여전히 재밌다.”

박정민은 그런 반복 속에서 해나가는 “연기 자체가 맹목적 도전”이라고 말한다.

그는 “(연기자가 된 초반에)날 지지해주는 사람도, 배우 해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끼 자체가 없었던 난 재능이 없으면, 그나마 내가 재미있어할 만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게 “열심히 뭔가를 하는 게 좋았다”고 덧붙였다. 오로지 “연기를 하려면 그래야 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사람과 영화를 만나게 됐다”며 일상과 일이 안겨주는 반복의 소중함을 에둘러 표했다.

‘배우란 무엇인가’, 다시 묻지 않아도 되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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