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선언’ 이병헌 “20대 공황장애, 그 공포감으로 연기했죠” [인터뷰]

입력 2022-07-2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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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병헌은 영화 ‘비상선언’에서 비행 공포증을 가진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20대 무렵 겪은 공황장애 증상을 떠올리며 극한의 공포를 되살려 연기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8월 3일 개봉 앞둔 영화 ‘비상선언’ 이병헌

2년만에 영화…보상 같은 작품
송강호·전도연과 호흡 큰 의지
‘테러범’ 임시완 연기·표정 감탄
‘연기 잘한다’ 칭찬 아직도 뿌듯
8월 3일 주연작 ‘비상선언’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 이병헌(52)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뭉클하다. “매년 1∼2편의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게 일상”이었던 그도 감염증 사태 여파를 피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 ‘남산의 부장들’ 이후 2년 만에 새 영화를 선보이게 된 그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 묻어났다.

‘비상선언’은 “오랜 기다림의 시간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영화다. 항공 재난물로써 장르 영화가 줄 수 있는 “스펙터클한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지난 2년간의 혼란한 사회상을 비행기 안으로 고스란히 옮긴 듯한 설정이 “전 세계적인 공감”까지 불러일으킬 것이라 자신했다.

28일 화상으로 만난 이병헌은 아내 이민정도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온종일 무대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 시사회에서 아내를 볼 시간도 없었다”던 그는 “시사회를 마치고 보니 ‘내일 촬영이 있는데 (영화를 보고 우느라) 눈이 퉁퉁 부었다. 어쩔 거냐’라는 아내의 투정 어린 문자가 와 있었다”며 웃었다.


●“공황장애로 느낀 공포감, 잊을 수 없어”

이번 영화는 화산 폭발을 다룬 ‘백두산’에 이은 그의 두 번째 재난영화다. 두 영화에서 모두 극한의 재난 속에서 딸을 지키려는 아빠를 연기한 그는 “이번 영화에서 딸로 나온 김보민 양이 ‘백두산’에서 제 딸을 연기했던 김시아 양의 친동생이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저도 아들 가진 아빠이다 보니 (아빠를)연기할 때는 경험이 주는 확신이 있어요. 다만 아들 가진 아빠와 딸 가진 아빠는 다르더라고요. 제게 육아는 ‘육체적인 힘이 많이 드는 것’인데 딸 가진 아빠들은 말로 조곤조곤 육아를 하더라고요. 아이를 대할 때 눈빛과 터치, 말투부터 달랐어요. 주변에 딸 가진 아빠들을 많이 관찰 했죠.”

비행 공포증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20대에 경험했던 공황장애 증상”을 떠올렸다. “지금 여기서 죽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만큼 “극한의 공포”를 느꼈었다고 돌이켰다.

“1997년 미국 가는 비행기였는데, 잊을 수가 없어요. 숨이 안 쉬어졌죠. ‘비행기를 세워 달라’ 부탁까지 했을 정도죠. 저 때문에 의사선생님이 계신지 찾는 기내방송까지 했어요.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때의 공포를 아직도 잊지 못해요.”


●“아무리 들어도 좋은 ‘연기 잘한다’는 말”

송강호, 전도연 등 이번 영화에서 함께 호흡한 배우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천군만마를 얻은 듯 큰 의지”가 됐다. 극중 테러리스트를 연기한 후배 임시완 역시 놀라웠다. “불길하고 수상한 정신이상자”라는 어려운 캐릭터를 “딱 맞는 표정과 연기”로 살려냈다.

“실제 시완 씨는 영화 팀 전체가 귀여워하는 막내죠. 평소에 아주 엉뚱한 질문을 자주해서 답할 때 고민을 많이 하게 만들어요. 하하. 먼저 ‘선배님 집에 놀러 가면 안 되냐’고 묻기도 했어요. 영화 외적으로도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해요.”

관객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히는 그는 여전히 “연기 잘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행복”하다. 아무리 칭찬이라도 같은 말을 계속 들으면 지겨울 법도 하건만 “들을 때마다 늘 기분 좋고 뿌듯”하다.

“가끔은 관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연기를 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는 것뿐이죠. 그 이후의 평가는 관객들의 몫이라 생각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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