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나무엑터스
배우 박은빈(30)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다. 앳된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데, 사실 그는 올해로 데뷔 26년 차다. 네 살 무렵 카메라 앞에 나선 이후 쉬지 않고 안방극장을 누볐다. 출연작만 56편. 단연 돋보이는 성과는 18일 종영한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를 연기하면서 넷플릭스 비영어권 드라마 1위까지 올려놓았다.
글로벌 흥행을 이루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온 탓에 박은빈은 “이제 웬만한 일에는 동요하지 않는 성격이 됐다”고 말한다.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그의 답변에는 한 치의 막힘이 없었다. 그런 그도 ‘엄마’라는 단어 앞에서는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드라마의 성공에도 엄마는 마냥 기뻐하지 못하셨을 거예요. 제가 홀로 감내해야 하는 부담과 힘듦을 전부 이해하는 사람은 엄마뿐이거든요.”
●“엄마와 걸어온 26년”
1996년 아동복 카탈로그 화보를 찍으면서 연기 인생이 시작됐다. 2001년 ‘명성황후’ 등 사극부터 2007년 판타지 드라마 ‘태왕사신기’ 등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동안 곁에 늘 “엄마”가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15년 이상을 제 전담 매니저로 일하셨어요. 그만큼 엄마뿐 아니라 매니저로서도 존재감이 정말 커요. 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우영우’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제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다 보이니까 짠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드셨을 거예요.”
눈시울을 붉힌 박은빈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왜 엄마 얘기를 꺼내셔서는”이라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 손 잡고” 촬영현장을 다니기 시작한 그는 어느새 30대로 자랐다.
“캐릭터와 제 삶의 균형을 놓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연기 말고 내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연기에 인생 전부를 쏟아 부을 정도로 거창한 목표나 꿈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나름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하하!”
●“우영우처럼 용기 있게 살래요”
그런 생각의 방식 덕분에 ‘우영우’의 신드롬급 인기에도 “도취될 겨를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관심과 칭찬 모두 드라마가 받고 있는 것”이라며 의연하게 말했다.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땐 솔직히 무서웠어요. 진중하게 다가간 노력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관련해)미처 놓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다행히 작품을 무사히 마쳤으니 오랜만에 여행을 가볼까 해요. 지난해 12월 KBS 2TV ‘연모’를 마치자마자 2주 만에 ‘우영우’ 현장에 투입돼 한 번도 쉬지 못했거든요.”
물밀듯 신작 출연 제안이 쏟아지고 ‘우영우’도 시즌2를 논의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당분간 “유보” 상태로 남겨둘 작정이다.
“주변의 기대가 커진 만큼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제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이 있다면 다시 나서야죠. 두려워도 용기내 앞으로 나아간 우영우처럼 저도 용감하게 살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