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류승룡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을 돌이키며 “액션 영화를 촬영하는 것 보다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류승룡이 주연한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촬영을 돌이키며 “액션 영화를 촬영하는 것 보다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배우 류승룡

괴팍하고 가부장적인 남편 역
‘아내 바라기’ 나와는 정반대
20대 친구들과 신나게 촬영
뮤지컬 장르 성장 자신있어
류승룡(52)이 한류 문화를 대표하는 넌버벌 뮤지컬 ‘난타’ 출신 배우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도마와 칼 등 주방도구를 활용해 신나는 리듬감을 담아낸 무대인 만큼 류승룡의 음악적 소질은 이미 인정받은 셈이다. 그런 그가 2004년 ‘난타’ 이후 18년 만에 다시 춤을 추며 노래했다. 28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새로운 무대이다.

사실 뮤지컬 영화는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로 꼽힌다. 그만큼 류승룡에게도 ‘인생은 아름다워’는 “커다란 도전”이었다. 장르가 관객에게 안길 수 있을 낯섦을 1970∼2000년대 가요가 줄여줄 것이라 확신했다. 1년 동안 최고의 보컬리스트에게서 매주 두세 차례 가르침을 받았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류승룡은 “우리 영화가 한국 뮤지컬 영화 부흥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면서 “우리가 가무(歌舞)에 뛰어난 민족 아니냐.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뮤지컬 장르 역시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가부장적 남편 역, 나와는 정반대”

류승룡은 극중 아내(염정아)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괴팍하고 가부장적인 남편을 연기했다. “요샌 찾아보기 힘든 남자이자 있어서도 안 될 남자”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실제 나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라 캐릭터를 분석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면서 “시나리오에서는 더 팍팍한 인물이었다. 난 집에 가면 밖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아내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해준다. 함께 드라이브 다니는 것도 즐기거든”이라며 웃었다.

극중 그는 학창시절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암에 걸린 아내의 황당한 요구를 마지못해 들어 주기 위해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그는 “나라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아내가 혼자 찾으러 가겠다고 하면 좀 그렇겠지만, 영화에서처럼 함께 찾으러 가자고 하면 제가 나서서 데려다줄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아내가 그렇게까지 몸 상태가 안 좋아지게 두지는 않았겠죠.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아내와 함께 건강검진을 받거든요. 그게 서로를 위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거친 액션보다 어려워”

노래와 춤을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 영화 촬영은 “액션영화보다 더” 힘들었다. 촬영뿐만 아니라 노래 연습, 현장 가녹음, 후시녹음, 안무 및 동선 연습 등 “세 배는 많은 물리적 시간”을 쏟아부어야 했다. 하지만 “진짜 친구들”과 함께 한 현장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극중 친구들로 나오는 앙상블(주인공 뒤에서 춤과 배경을 만드는 역할) 배우들이 진짜 제 대학(서울예술대학) 동기들이에요. 20대를 함께 보낸 친구들과 오랜만에 신나게 논 기분이죠. 제가 먼저 제작사에 친구들의 출연을 제안했는데 ‘너무 좋다’며 동의해주셨어요.”

촬영을 마치고 개봉까지도 유난히 긴 시간이 걸렸다. 2020년 겨울,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그해 11월 제작보고회까지 진행했으나 감염병 확산 여파로 개봉까지 무려 2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개봉을 코앞에 둔 지금 유난히 “설레고 행복”한 이유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나 TV도 중요하지만 영화는 좀 더 다른 의미와 기능을 가진 매체라 생각해요.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관객이 능동적으로 극장에 찾아가야 하고 캄캄한 암실에 앉아서 두 시간 남짓의 시간을 보내야 하잖아요. 그 시간 동안 웃고 울고 느끼고 공감하며 어떤 사람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기도 하죠. 그 소중함을 지난 2년간 더욱 느꼈어요. ‘작품을 더 정직하고 성실하게 만들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