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세영의 어쩌다: ‘이따금 어째서 왜?’로 시작된 이슈 뒤집어 보기. 전체 맥락, 행간을 짚어내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코너.
높은 시청률에 취해 디테일은 안중에도 없다. 배우들이 열연이 아까울 지경이다.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연출 유제원, 극본 양희승)에 관한 이야기다.
19일 방송된 ‘일타 스캔들’ 12회에는 전후 맥락을 벗어나는 장면이 등장한다. 남행선(전도연 분)이 최치열(정경호 분)에게 보낸 메시지를 지동희(신재하 분)가 삭제하는 장면이 그렇다. 지동희는 최치열 휴대전화를 손쉽게 잠금 해제하고 남행선 메시지를 삭제한다. 이는 10회 방송 내용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앞서 10회에는 만취한 최치열을 귀가시키기 위해 최치열 휴대전화를 잠금 해제하는 전종렬(김다흰 분) 모습이 담긴다. 전종렬은 잠긴 휴대전화를 열기 위해 최치열 눈을 까뒤집는 행동까지 한다. 배우들 열연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그러나 배우들 열연이 무색하게도 12회에서는 최치열 휴대전화 잠금이 손쉽게 해제된다. 지극히 지동희 캐릭터의 서사를 보여주기 위해서.
일각에서는 최치열이 휴대전화 잠금 설정을 했다가 해제했을 수 있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최치열은 일타 강사다. 누구보다 보안에 신경 써야 하는 인물이다. 남해이(노윤서 분)를 위해 올케어반 자료를 출력한 이력까지 확인되는 시스템 아래 강사로 재직 중인 캐릭터다. 휴대전화 잠금 설정해놓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은 보안이 중요한 직군에 대한 상식에서 어긋난다.
‘일타 스캔들’은 방송 초반 디테일에 신경 쓰는 척 하지만, 정작 곳곳에서 옥에 티가 발견된다.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남행선과 김영주(이봉련 분) 등이 입 가리개를 착용하고 위생에 신경쓰는 척 했지만, 정작 이후 입 가리개가 등장하는 장면은 손에 꼽을 정도다. 조리하거나 진열된 음식 앞에서 대화하는 장면이 수도 없이 나온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극성 엄마들이 주로 찾는 반찬가게에서 위생을 찾아볼 수 없다.
‘일타 스캔들’ 제작진은 선택적 디테일을 추구하는 모양이다. 높은 시청률에 시쳇말로 ‘흐린 눈’ 하고 넘어갈 것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배우들이 노력하는 만큼 제작진도 노력을 보여줘야 할텐데, 오히려 작품 퀄리티를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극적 재미를 위해 포기한 디테일은 대체 언제쯤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남은 분량에 관심이 쏠린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