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후의 명곡' '뮤직뱅크' 등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한 권재영 PD가 2005년,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인대밴드 성기 노출 일명 '카우치 사건' 뒷이야기를 전했다.
권 PD는 지난 15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던 중에 '카우치 사건'을 언급했다.
'카우치 사건'은 2005년 7월 30일 MBC '음악캠프' 생방송 도중 당시 밴드 카우치와 스파이키 브랫츠의 멤버가 공연 중 돌연 상·하의를 벗고 신체를 노출했다. 생방송인 탓 문제의 장면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권 PD는 "그 방송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었다. 프로그램이 폐지되면 몇십 명이 직업을 잃는다"며 "그 중 한 사람이 제 아내다. 당시 음악캠프의 메인 작가가 아내였다. 제가 집에 있었는데 아내한테 문자가 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고 직후 제작진이 무대로 뛰어 올라가 그들을 끌어내리고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둔 뒤 경찰에 신고했다"이라며 "경찰이 사건을 일으킨 당사자뿐 아니라 담당 PD와 작가까지 참고인으로 연행했다. 경찰은 혹시라도 제작진과의 사전 모의가 있었는지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사자들은 마약 조사까지 받았는데 모두 음성이 나왔다. 맨정신에서 저지른 일이라는 게 더 놀랍다"고 말했다.
또 권 PD는 "음악캠프는 주 시청층이 10대 청소년들인 프로그램이라 시청자들이 받았던 충격이 훨씬 컸다"며 "객석에 앉아 있던 청소년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MC 화면으로 넘어갔는데, 당시 MC였던 신지도 손을 덜덜 떨며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인디밴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권 PD는 "10년 이상 퇴보했다고 본다. 인디밴드는 사실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뿌리였다. 그런데 이 사건으로 무너지면서 상대적으로 올라온 음악 장르가 힙합"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후 '음악캠프'는 바로 종영됐고, 생방송으로 진행됐던 음악방송이 '딜레이 생방송' 체제로 바뀌게 됐다.
권 PD는 "그 이후 지상파 3사가 동시 생방송을 하지 않는다. 5~10초, 많게는 5분가량 딜레이 방송을 원칙으로 하게 됐다. 이를 담당하는 주조정실에서는 혹시 모를 사고가 발생하면 내보낼 수 있는 여분의 화면을 상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당시 방송 화면 및 유튜브 영상 캡처
동아닷컴 연예스포츠뉴스팀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