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겸 배우 정우성이 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보호자’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감독 겸 배우 정우성이 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보호자’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톱 배우에서 신인 감독으로…‘보호자’ 연출·주연한 정우성

연출과 동시에 주연, 쉽지 않았던 도전
동료 배우들과 새 관계, 더 조심스럽죠
절친 이정재와 영화제 초청 특별한 경험
“안녕하세요. 신인 감독 정우성입니다.”

톱 배우 정우성(50)의 얼굴에 이전과 다른 긴장감이 역력했다. 데뷔 29년차, 30여 편의 주연작을 선보여 온 베테랑이지만 첫 연출작인 ‘보호자’ 개봉을 앞두고 “설레면서도 두렵다. 만감이 교차한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8월 15일 개봉하는 영화는 10년 만에 출소해 딸의 존재를 알게 된 남자 수혁(정우성)과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그를 가만두지 않으려는 이들의 추격을 그린 액션물이다. 연출은 물론 주연배우로도 나선 그는 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연기만 했다면 조금 더 그럴듯한 액션, 조금 더 그럴듯한 통쾌함을 추구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이 영화를 통해 폭력이 가장 익숙했지만 지금은 폭력에서 멀어진 사람에 대한 딜레마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힘줘 말했다.


●“연출 주연 동시에, 쉽지 않았다”

정우성이 처음부터 연출을 계획했던 건 아니다. 배우로서 출연 제안을 받았으나 연출하려던 감독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차한 뒤, 제작사와 상의한 끝에 연출자로 나서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쩌면 “익숙하고 뻔해 보일 수 있는 스토리” 안에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나만의 연출 색”을 보여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어디에선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예요. 이야기 구조 역시 굉장히 단순하죠.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런 익숙한 스토리가 오히려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감독으로서 어떤 시선으로 이 익숙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을까 궁금했어요.”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해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감정에 치중하는 감독 정우성과 액션에 신경을 쓰는 배우 정우성이 부딪히는 순간도 있었다.

“배우 정우성에게는 ‘넌 액션만 하면 안 돼!’라고 말하면서도 배우 정우성에게 정우성 감독님의 디렉션이 명확한 듯 막연하게 다가왔어요. 막연한 디렉션의 정답을 찾아 헤매며 주인공의 액션을 성난 황소의 몸부림으로 표현하려 했죠.”

배우 박유나, 김준한, 박성웅, 김남길, 감독 겸 배우 정우성이 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보호자’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배우 박유나, 김준한, 박성웅, 김남길, 감독 겸 배우 정우성이 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보호자’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정재와 나란히 영화제 초청, 기분 남달라”


극중 수혁을 뒤쫓는 추격자 역을 맡은 김남길과 박성웅은 ‘감독’ 정우성과의 만남에 대해 “촬영현장, 무엇보다 연기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분이니만큼 그런 감독님 앞에서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정우성 역시 평소에도 절친한 두 사람에게 디렉션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동료배우들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게 참 어려웠죠. 오히려 사적인 친분이 있는 동료들이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어요. 사적인 감정이 아니라 프로 배우로서 이 작품을 택해주길 바라며 시나리오를 건넸죠.”

영화는 개봉에 앞서 일찍이 토론토, 시체스, 하와이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국제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특히 일부 영화제는 절친한 친구인 이정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헌트’와 함께 초청됐다. 그는 “각각의 연출작으로 나란히 레드카펫까지 밟았던 그 순간을 절대 잊을 수 없다”며 슬며시 웃었다.

“(이)정재 씨와 각자 연출작으로 영화제에 동행하고 그곳에서 같은 감정을 느끼고 교감하고 즐길 수 있다는 게 정말 남달랐어요. 이런 마음을 또 느낄 수 있을까 싶어요. 하지만 감독으로서는 해외 영화제보다는 빨리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