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트 남우현, 기스트암 수술→은퇴 고민…솔로 컴백하기까지 (종합)[DA:인터뷰]

입력 2023-11-3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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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올해 4월 말에 큰 수술을 했어요. ‘기스트암’이라고 희귀암인데요. 10시간 전신마취 수술로 복부를 20cm가량 갈랐어요. 두 달 동안 밥도 못 먹고 고생 아닌 고생을 했죠.”

그룹 인피니트 멤버 남우현(32)의 솔로 앨범 발매를 기념하는 인터뷰였다. 데뷔 13년 만에 그리고 솔로 데뷔 7년 만에 선보이는 첫 정규 앨범이기에 서로 기대감이 남다른 자리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암 투병기를 듣는 순간 얼음이 됐다. 처음 듣는 소식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투병을 회상하는 남우현의 모습이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고, 담담했다.

투병 고백에 앞서 “늘 불안해했다. 인피니트 전성기에도 즐기지 못했다”던 남우현. 그런 그가 암으로 인한 공백기를 어떤 마음으로 보냈을지, 지난여름 인피니트 컴백에 어떤 생각으로 임했을지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2년 전에 생긴 자그마한 종양이었는데 특별한 증상은 없었고 가끔 따끔따끔한 느낌만 살짝 있었어요. 그러다 4월에 건강검진을 했는데 조그마했던 게 4cm 정도로 자란 거예요. 그냥 두면 계속 자란다고,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너무 건강하니까, 별거 아니겠지 싶었는데…. 복강경 수술로 시도했다가 그 안에 엄청 큰 게 있어서 개복 수술이 됐대요. 수술 직후에는 숨도 못 쉬겠고 일주일 동안 넋이 나가 있었어요. 패닉이었죠.”



‘운명의 장난’ 같은 타이밍이었다. 지난해 오래 몸담았던 울림엔터테인먼트를 떠나 고민 끝에 올해 3월 현 소속사와 손잡고 약 한 달 만이었다. 당시 남우현은 5월에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로 계획하고 뮤직비디오 일정까지 모두 정해놓은 상황이었다.

“수술 때문에 일정을 다 취소했어요. ‘내가 아파서 앨범도 못 내게 됐다’ 싶어서 답답했고 속상했고 서글펐어요. 자존감이 바닥이었죠. 남에게 피해 끼치는 것을 너무 싫어하다 보니 ‘가수 활동은 나랑 안 맞는 건가’ ‘회사 계약하자마자 이럴 수 있지?’ ‘숨쉬기도 힘든데 내가 다시 춤추고 노래할 수 있을까?’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은퇴도 생각했어요.”

암흑으로 빨려 들어갈 때마다 남우현을 구한 건 가족과 회사 식구들 그리고 인피니트 멤버들이었다. 속상해할까봐 차마 팬들에게는 털어놓을 수 없었다는 남우현. 그는 수술 후 세 달 만에 인피니트 컴백과 콘서트까지 마쳤다. 내색조차 하지 않았기에 팬들은 ‘수술을 했다’는 정도만 인지했을 뿐 남우현의 희귀암 투병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일을 다 접고 내 시간을 가져야 하나’ 많이 생각했는데 회사도 멤버들도 용기를 많이 줘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인피니트 멤버들도 ‘이렇게 빨리 활동해도 되냐’고 걱정하면서 ‘쉬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아파도 무대 위에서 아픈 게 나을 것 같아서 강행했고 참고 견디면서 했죠. 병원에서 ‘예전처럼은 못 할 것’이라고 했는데 진짜 그렇더라고요. 숨이 너무 차고 노래가 잘 안 나와서 답답했는데 이겨내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연습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어요.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소화가 많이 느려졌고 하루에 한끼 밖에 못 먹지만 밥도 잘 먹고 있어요.”



활동을 재개한 만큼 박차를 가해 첫 솔로 정규 앨범 ‘WHITREE(화이트리)’까지 왔다. ‘WHITE’와 ‘TREE’의 합성어로 겨울과 잘 어울리는 ‘하얀 눈이 덮인 나무’를 연상케 함과 동시에 계절감을 살렸으며, 남우현의 이니셜 ’WH’와 별명 나무 ‘TREE’ 사이 ‘I’, 인스피릿(공식 팬덤명)이 함께한다는 뜻을 담았다.

앨범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윈터송 11곡을 만날 수 있다. 꾸준히 작사, 작곡, 편곡 각 분야에 골고루 참여해온 남우현은 타이틀곡 ‘Baby Baby(베이비 베이비)’를 포함해 4곡의 수록곡까지 총 5곡의 작사, 작곡에 직접 참여했다.

“몸이 100% 회복은 안 됐지만 욕심이 커서 발매 시기를 내년까지 미루고 싶지 않았어요. 팬 분들이 기다려주신 만큼 빨리 내고 싶었고 콘서트도 하고 싶었고요. 퍼포먼스를 병행한 이유도, 이겨내고 싶어서예요. 저처럼 몸이 안 좋았던 분이나 힘들었던 분이 저를 보면서 용기를 가지고 힘을 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우현이도 열심히 하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한 가지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족들은 이번 활동도 걱정하세요. 걱정을 많이 끼쳐서 죄송하지 않은 죄송함이 있지만 제가 열심히 해야 부모님께서도 ‘내 아들이 하고 싶은 거 하는 구나’ 느끼실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것도 있어요.”

타이틀곡 ‘Baby Baby(베이비 베이비)’는 남우현이 단독으로 작사에 참여해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녹였다. 캐럴을 연상시키는 시티 팝의 신나는 멜로디에 그의 서정적인 보컬을 얹어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와 몽글몽글 포근한 겨울 감성을 잘 담아냈다. 남우현은 “첫사랑을 떠올리면 왠지 흰 눈이 생각나지 않나. 첫사랑을 생각하면서 이 노래를 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Baby Baby’뿐 아니라 또 다른 달콤한 분위기로 겨울을 느낄 수 있는 ‘Kiss me if you love me(키스 미 이프 유 럽 미)’와 강렬한 기타가 특징인 ‘Save Us(세이브 어스)’도 수록됐다. 감수성과 트렌디한 사운드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피아노 록(Piano Rock) ‘미래에서’는 로맨틱 애니메이션 서사가 뚝딱 써지는 드라마틱한 보컬을, ‘I’ll be alright(아이 윌 비 올라잇)’에서는 스스로를 토닥이며 위로하는 듯한 감성적인 보컬을, ‘낙원 (My Paradise)(마이 파라다이스)’에서는 청량한 보컬을 들을 수 있다.

더불어 시간이 흘러 ‘과거의 나’와 마주했을 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Love myself(러브 마이셀프)’,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펼쳐지는 귀여운 연인의 설렘을 그려낸 ‘California(캘리포니아)’, 불처럼 타오르는 강렬한 사랑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낸 ‘불장난’ 등으로 트랙리스트를 다채롭게 채웠다.




“준비 과정에서 200곡 정도를 받았는데 다양한 곡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회사에서도 하고 싶은 음악 다 하라고 하셔서 정말 제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려고 노력했어요. 하하. 타이틀곡은 대중성도 있고 계절감도 잘 어울리는 곡으로 준비했고 제가 추구하는 음악적 요소는 수록곡에 담았어요. 제 이야기도 많이 녹였는데 특히 7번 트랙 ‘I’ll be alright’에는 제 심정을 많이 담았어요. 솔직담백하게 가사에 표현하고자 했어요.”

‘I’ll be alright’는 남우현이 단독으로 작사, 작곡에 참여한 곡이다. 그는 찬란하기만 했던 삶으로 다시금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힐 때, 스스로를 토닥이며 괜찮다고 위로해 주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힘들었던 감정을 담았어요. 올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 감정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것 같아요. 선배들이 ‘인기는 파도와 같다. 파도처럼 왔다가 다시 밀려 나니까 인기 많을 때 잘 즐기라’고 했는데 돌아보면 저는 늘 불안해했어요. ‘이게 영원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이 체조경기장에 많은 분이 찾아와주시지 않겠지’ 라며 오지도 않은 일들을 미리 생각하면서요. 그때의 행복을 못 느끼고 지나간 것 같아서 아쉬워요. 꿈같기도 하고요.”

인피니트 멤버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남우현은 “타이틀곡 ‘Baby Baby’를 듣고 노래 좋다고,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성규는 ‘California’를 좋아한다. 내가 쓴 곡을 좋아하더라”고 전했다. 스스로의 만족도에 대해서는 “100%다. 너무나 만족하고 있고 애정도 많이 담겼다. 많은 분이 좋아해주실 것 같다”면서 “큰 바람이지만 빌보드 차트에 들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11번 트랙에 ‘Baby Baby’ 영어 버전도 있으니 해외 팬 분들도 공략해 보겠다”고 말했다.



데뷔 13년, 이제는 인스피릿이 가족 같고 친구 같다는 남우현. 그는 “나라는 사람을 좋아하고 나의 음악을 좋아해서 와주시는 분들”이라며 “팬 사인회에 오기까지 과정이 되게 어려운 일인 것도 알고 있다. 나에게 용기를 주고 좋은 말을 전해주시는 그 마음이 예뻐서 진심으로 임하고 싶다. 가수 남우현으로서도 인간 남우현으로서도 감사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팬 분들에게 가장 의지를 많이 해요. 인스피릿이 보낸 메시지를 보면서 혼자 울기도 해요. 팬 사인회를 하면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는데 이제 내가 돈 버는 직장인이 됐어. 나 이제 월급 받아서 CD 마음껏 살 수 있어’ ‘오빠 덕분에 힘든 일 잘 이겨 냈어’ ‘우현아 넌 잘하고 있으니까 절대 걱정하지 마’ 등 감동적인 말들을 해주세요. 울컥울컥해요. 이번 팬 사인회에서는 많이 울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아요.”

솔로 앨범 활동 이후에는 팬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액션 영화 ‘더 가디언’ 주연으로 발탁돼 2024년 1월 필리핀서 로케이션 촬영도 앞두고 있다. 남우현은 곡 작업도 한창이라며 내년에도 앨범을 선보일 것이라고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거의 다 회복됐으니 걱정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연습도 많이 했어요. 무대에서 보여드릴게요. 제가 어떤 녀석인지, 어떤 친구인지. 무대에서 프로답게 잘할 친구니까, 건강하게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릴게요. 영화 촬영도 무리 안 되는 선에서 잘해봐야죠. 제가 몸 쓰는 건 또 잘하거든요. 미래의 제 모습이요? 계속 음악을 하고 있을 거고 배우로서도 크게 성장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디너쇼도 가야죠! god 선배들처럼 인피니트로서 멤버들과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봐야죠.”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블레이드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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