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악역으로 재평가 기회를 맞은 송하윤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통해 연기에 대한 시야가 확 트였다. 앞으로의 내가 기대된다”며 웃었다. 사진제공|킹콩 by 스타쉽
글로벌 화제 속 종영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 박민영·송하윤
친구들과 왕래 끊고 몰입
날 지독하게 괴롭혔지요
덕분에 새 도전 자신감 쑥↑
동갑내기 배우인 박민영과 송하윤(38)은 20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해준 작품으로 꼽았다. 주연한 드라마가 11%대 시청률을 훌쩍 넘기고,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에서 한국 작품 최초로 TV쇼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굵직한 성과를 안겨준 것 때문만은 아니다. 2022년 전 남자친구 관련 논란에 휩싸였던 박민영은 “긴 어둠의 터널을 끝내준 작품”으로, ‘희대의 악녀’라는 수식어를 얻은 송하윤은 “내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기회”로 추억했다. 친구들과 왕래 끊고 몰입
날 지독하게 괴롭혔지요
덕분에 새 도전 자신감 쑥↑
●송하윤 “상상 초월 악녀 캐릭터…연기 시야 넓혀준 ‘은인’”
송하윤은 드라마에서 하나뿐인 친구 박민영의 남편 이이경을 빼앗는 ‘악녀’ 정수민을 연기하면서 “상상에서도 못 해본 악행들”을 줄줄이 벌였다. 이이경과 결혼하기 위해 임신했다고 거짓말하는 건 예사고, 막판엔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탐욕과 질투가 온 얼굴을 뒤덮어 입가 근육이 꿈틀거리는 모습은 독기 그 자체였다.
“사실 아직 정수민이 이해는 되지 않아요. 그렇다면 큰일 나죠. 하하! 악한 캐릭터를 품는 게 쉽진 않았어요. 그런데 신기한 게 감독님의 ‘액션!’하는 소리가 다른 세상으로 날 데려가는 느낌이 드는 거 있죠. 몇몇 장면은 촬영한 기억이 안 날 정도였어요. 어쩔 땐 정수민한테 홀린 기분까지 들었다니까요.”
데뷔한 지 19년 만에 맡은 첫 악역을 위해 1년여간 SNS도, 친구들과의 왕래도 끊었다. 그는 “악역을 연기하는 방법을 몰라서 나를 지우는 방식을 택했다”고 돌이켰다.
“잔인하리만치 스스로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가뒀어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정수민의 심리를 알고 싶어서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해 공부하기도 하고요. 마음이 무너질까봐 힘들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고, 눈물도 한 방울 안 흘렸죠.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마지막 촬영을 할 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는 “용서받지 못할 악역이었어도 곁에 아무도 없는 정수민이 신경 쓰였다. 나라도 지켜주고 싶었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지금까지 착한 역할만 했어요. 대부분 해피엔딩이었죠. 캐릭터를 이야기에 두고 와도 안심이 됐어요. 이번엔 정수민 혼자 교도소에 두고 온 게 못내 마음에 걸려요. 제겐 연기에 대한 시야를 넓혀준 고마운 친구거든요. (연기의)권태를 씻어주고, 성격도 바뀌게 해줬죠. 새로움 앞에서 후회해도 도전해 보잔 생각이 커져요.”
덕분에 앞으로의 변화를 더욱 기대하고 있다. 송하윤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살아왔다. 평생 그렇게 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드라마가 시간이동 소재여서 어딜 가든 ‘돌아가고 싶은 때가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의 대답은 늘 ‘지금’이에요. 실수도, 후회하는 순간도 당연히 많지만 모두가 좋은 경험이었어요. 그게 절 단단하게 만들어줬죠. 이후의 제가 궁금해지는 이유이기도 해요. 다시 악역이 찾아온대도 ‘오케이’ 입니다.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