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주년 남진 “가요계 황제? 됐고! ‘오빠’ 소리, 보약 먹는 기분” [DA:인터뷰]

입력 2024-09-0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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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생 남진이 여생 동안 영원한 ‘오빠’의 위엄을 보여줄 예정이다. “노래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무대에 설 것”이라며 ‘팬’을 활동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남진은 데뷔 60주년 콘서트 영화 ‘오빠, 남진’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영화 제작사에서 제안했을 때는 ‘내가 다큐 찍을 나이인가?’ 싶었다. 아직 마음이 젊어서 그런 생각했나 보다. 가수를 한 지 60년이 지났으니, (다큐 제작) 할만하더라. 이 분야에서 가장 오래, 현역으로 있는 가수가 나니까”라고 소감을 말했다.

“‘오빠, 남진’이라는 영화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든다. 사회자들이 황태자, 황제 이렇게 부르는데 별로다. 가수가 황제냐? 나는 그냥 영원한 오빠, 원조 오빠다. 오빠라고 불리는 게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보약 먹는 기분이 든다. 나이 팔십에 이렇게 다리 떨면서 춤추고 무대 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나. 흥을 자제할 뿐 더 할 수 있다. 흥이 떨어질까 봐 두려울 뿐이다. 그래서 몸, 마음을 다 건강하게 훈련 중이다.”


‘오빠, 남진’ 대한민국 최초의 팬덤을 이끈 남진의 데뷔 60주년, 오직 팬들을 위한 헌정 영화다. 영화에서 남진은 ‘님과 함께’를 비롯해 ‘가슴 아프게’, ‘빈 잔’, ‘울려고 내가 왔나’, ‘모르리’까지 총 5개의 대표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해 들려줬다.

남진은 “감성이란 것이 한계가 있다”며 “특히 노래할 때의 감성은 연습으로 되지 않는다. 60년 동안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님과 함께’는 50년이 넘었는데 세월이 흘러 나도, 팬들도 나이가 들었다. 지금, 이 노래를 듣고 공감할 수 있게끔 더 깊고 노련하게 불러야 한다. 그래서 늘 어렵다. 같은 노래인데 달라야 하니까”라고 베테랑 가수의 고충을 고백했다.

이어 “그 감성을 찾게 해달라고 늘 기도한다. 요즘도 노래 연습을 하는데 감성을 마음에 담는 데 더 집중한다. ‘님과 함께’를 예로 들자면 옛날에는 마냥 즐겁게 부르려고 했다면 지금은 마음을 정돈하면서 가사를 곱씹는다. 깊이 느껴본다. 그러면 오래된 노래도 새롭게 느껴진다”라고 나름의 방법을 공유했다.

“노래를 하면서 만족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아쉬움만 남는다. 겸손이 아니다.”



영화에는 남진 팬들을 비롯해 쟈니 리, 장윤정, 장민호, 송가인, 설운도, 박현빈 등 선후배들의 인터뷰가 담겼다.

그 중 한 팬은 ‘신랑보다 남진’이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이에 남진은 “그 팬의 남편과 아주 잘 아는 사이다. 내가 남편이면 섭섭하다. (팬이) 과장했다”라고 수줍어하면서도 “팬들이 나를 붙잡아준다”라며 은퇴를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팬’을 언급했다.



이런 ‘팬 바보’ 남진에게도 팬을 떠나보내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활동 제약을 받았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자 ‘오빠’만 보던 팬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든 것.

남진은 “미국에서 3년 살고 돌아왔는데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결혼하고 아이가 있었고 팬들도 옛날 같지 않았다. 전성기에 친했던 사람들도 현역에 없고 다 새로운 사람들로 바뀌어 있더라. 우울증이 올 정도였지만 겉으로 표현을 못했고 속으로만 ‘워메 죽겄네’ 했었다”라며 “폼만 잡다가 그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자기와의 싸움이었다. 내비치는 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라고 슬럼프 상황을 상기, 팬들의 소중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가수 남진’에 대한 정보는 넘치지만, ‘아버지 남진’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관련해 남진은 “당연히 정보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냥 여러분들 가족과 똑같다”라며 “인간 김남진. 자식들 앞에서 ‘내가 가수 남진이다’라고 하면 애들이 이상하게 생각한다. 연예계 이야기를 해 본 적 없다. 우리 가족 이야기만 할 뿐이다. 당신네 사는 것과 똑같다. 연년생 4명이라 옛날에 학교 다닐 때는 1, 2, 3, 4학년 한 바퀴를 다 돌아야 했다. 학교 행사 직접 다 갔었다”라고 팬 사랑 못지않은 가족 사랑 면모를 보였다.

후배들에게는 “인성을 갖추라”라고 조언했다. 그는 “나 때는 매체가 3개뿐이었다. 지금은 100개가 넘는다.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났으면 전 세계로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팝을 하던 사람이니까. 그래서 이런 좋은 환경에 있는 후배들이 부럽다. 그러니 인성을 더 갖춰야 한다. 인간은 적응을 잘하니 소중함을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 스타가 되려고 하지 말고, 다 함께 가요계를 이끌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가수이기 전에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끝으로 남진은 “현역에서 최고 꼰대(원로 가수)가 되어보니 책임감을 느끼고 부담이 된다. 후배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가 내 숙제다. 좋은 선배로 남고 싶다”라고 바람을 나타냈다.

“‘노래가 안 되니까 은퇴한다’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나는 여전히 노래할 수 있다. 그래서 아직 은퇴할 생각이 없다. ‘안 되는 날도 오겠구나’ 막연하게 상상해도 심장이 내려앉지 않는다. 90살이 되든, 몇 살이 되든 노래가 될 때까지 무대에 설 것이다."

‘오빠, 남진’은 9월 4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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