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평생’이라는 표현을 뛰어넘어 ‘죽음’까지 언급하는 그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배우들과의 인터뷰에서 으레 나오는 발언이었지만 느낌이 달랐다. 올해 중학교에 갓 입학한 만 13세 소녀의 각오였기 때문이다.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유나(본명 전소현)는 중학교 1학년이지만 연기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더 길다. 필모그래피도 장르 구분 없이 화려하다. 만 5세부터 단편 영화들을 경험했으며 영화 ‘포스트 잇!’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비롯해 드라마 ‘지옥’ ‘그린마더스클럽’ 그리고 ‘파친코’ 시리즈 등에 출연했다. ‘유괴의 날’에 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으며 지난해에는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통해 무대에도 올랐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에서는 주인공 차은경(장나라)과 김지상(지승현)의 외동딸 김재희를 열연했다. 김재희는 강하고 성숙한 척 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고 혼란에 빠지는 인물. 유나는 이혼 가정 자녀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유나는 “재희가 그냥 좋았고 끌렸다. 너무 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미팅 당시 감독님이 ‘재희는 아픔과 힘듦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가는 아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연기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무뚝뚝한 아이지만 마지막에는 엄마와 더 친해지는 이야기이기에 섬세한 감정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굿파트너’에는 오디션이 아닌 김가람 감독의 제안으로 캐스팅됐다. 전작 ‘파친코’ 시리즈 속 연기가 인상 깊었다는 극찬과 함께 온 제안이었다. 감독의 믿음에 유나는 연기력으로 보답했다. 그의 열연은 이혼의 과정을 어른들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유나는 “마지막에 아빠와 재회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6부는 ‘힘듦을 성장으로 삼는 아이’라는 말이 표현된 회차 였다. ‘아빠를 용서하지 않고 만나도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만나지 않나. 재희가 성장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격정적인 감정신이 많았지만 힘들지는 않았다고. 유나는 “감정신을 재밌어 한다”면서 “침대에서 엄마한테 ‘하던 대로 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속상함과 분노를 담아 언성을 높이는 게 필요했는데 그런 것을 해본 적이 없어서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눈물 연기를 앞두고는 슬픈 발라드를 들으며 집중했다고 고백했다. 이별의 감정을 아직 잘 모르는 나이지만 도움이 됐다고. 유나는 “‘파친코’ 때 감정신을 찍기 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별 노래를 듣고 도움을 받았다.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한 것이라 무슨 노래인지는 잘 모른다(웃음). 감정 신을 찍기 전에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듣는 게 내 루틴”이라며 “음악을 들으며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상황에 몰입하면서 감정을 올리곤 한다”고 털어놨다.
‘굿파트너’ 현장의 유일한 아역 배우였던 유나는 많은 배려를 받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극 중 부모였던 지승현과 장나라도 진짜 아빠와 엄마처럼 챙겨줬다고. 새벽 촬영도 거의 없었고, 간혹 입에 붙지 않는 말투는 유나의 아이디어를 녹여서 수정했다고도 덧붙였다. 유나는 “내 의견을 되게 잘 들어주셔서 나도 아이디어를 낼 때 좀 더 생각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엄마에게 말할 때 원래 재희가 엄마한테 화를 내는 듯 한 장면이었는데 재희의 마음을 조금 더 고백하는 대사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첫 방송 당시 시청률 7.8%로 시작한 ‘굿파트너’는 급격한 상승세를 타더니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했다. 최종회 시청률 15.2%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나는 “부모님과 본방사수를 할 때도 있었고 유튜브에서 클립 영상을 보기도 했다. 외동이라 평소에도 사랑을 받는데 가족들과 함께 방송을 볼 때 어깨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친구들도 ‘잘 봤다. 너 되게 잘하더라’고 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미취학아동 시절 놀이의 개념으로 뮤지컬 학원에 다니며 연기를 시작한 유나. 점점 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그는 올해 배우로서 목표가 생겼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굿파트너’를 촬영한 시기이기도 하다.
유나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늘고, 표현하는 폭도 넓어지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다짐하고 말하는 건 처음인데 올해 들어서 서서히 이런 마음이 들었다. 가까이 있는 목표보다는 멀리 있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어, 과학, 체육에도 관심이 많지만 현재 유나의 최대 관심사는 연기. 학업과의 병행 문제를 묻자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유나는 “그렇게 어렵진 않은 것 같다.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 건 아니어서 학업 스트레스는 거의 받지 않는다. 마음가짐을 ‘즐겁게 하자’고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 아빠도 강요하지 않으신다. ‘공부는 네가 하고 싶을 때 해’ ‘기초만 해두면 나중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할 수 있으니까’라고 하셨다. 아빠가 ‘점수 받고 속상해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거면 공부를 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는 괜찮기로 했다. 내가 행복하면 되니까”며 웃었다.
일찍이 진로 결정도 끝냈다. 유나는 “배우로 확정했다.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영화 ‘파묘’를 정말 인상 깊게 봐서 어린 무당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 악역도 해보고 싶다. 특히 악역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역할이고 상상해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평생’이라는 표현을 뛰어넘어 ‘죽음’까지 언급하는 그 눈빛은 사뭇 진지했다. 배우들과의 인터뷰에서 으레 나오는 발언이었지만 느낌이 달랐다. 올해 중학교에 갓 입학한 만 13세 소녀의 각오였기 때문이다.
결연한 의지를 드러낸 유나(본명 전소현)는 중학교 1학년이지만 연기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더 길다. 필모그래피도 장르 구분 없이 화려하다. 만 5세부터 단편 영화들을 경험했으며 영화 ‘포스트 잇!’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를 비롯해 드라마 ‘지옥’ ‘그린마더스클럽’ 그리고 ‘파친코’ 시리즈 등에 출연했다. ‘유괴의 날’에 5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돼 화제를 모았으며 지난해에는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통해 무대에도 올랐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에서는 주인공 차은경(장나라)과 김지상(지승현)의 외동딸 김재희를 열연했다. 김재희는 강하고 성숙한 척 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받고 혼란에 빠지는 인물. 유나는 이혼 가정 자녀의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유나는 “재희가 그냥 좋았고 끌렸다. 너무 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미팅 당시 감독님이 ‘재희는 아픔과 힘듦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가는 아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이 연기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며 “무뚝뚝한 아이지만 마지막에는 엄마와 더 친해지는 이야기이기에 섬세한 감정 표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굿파트너’에는 오디션이 아닌 김가람 감독의 제안으로 캐스팅됐다. 전작 ‘파친코’ 시리즈 속 연기가 인상 깊었다는 극찬과 함께 온 제안이었다. 감독의 믿음에 유나는 연기력으로 보답했다. 그의 열연은 이혼의 과정을 어른들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유나는 “마지막에 아빠와 재회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16부는 ‘힘듦을 성장으로 삼는 아이’라는 말이 표현된 회차 였다. ‘아빠를 용서하지 않고 만나도 된다’는 마음을 가지고 만나지 않나. 재희가 성장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격정적인 감정신이 많았지만 힘들지는 않았다고. 유나는 “감정신을 재밌어 한다”면서 “침대에서 엄마한테 ‘하던 대로 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속상함과 분노를 담아 언성을 높이는 게 필요했는데 그런 것을 해본 적이 없어서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눈물 연기를 앞두고는 슬픈 발라드를 들으며 집중했다고 고백했다. 이별의 감정을 아직 잘 모르는 나이지만 도움이 됐다고. 유나는 “‘파친코’ 때 감정신을 찍기 전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별 노래를 듣고 도움을 받았다.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한 것이라 무슨 노래인지는 잘 모른다(웃음). 감정 신을 찍기 전에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듣는 게 내 루틴”이라며 “음악을 들으며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상황에 몰입하면서 감정을 올리곤 한다”고 털어놨다.
‘굿파트너’ 현장의 유일한 아역 배우였던 유나는 많은 배려를 받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극 중 부모였던 지승현과 장나라도 진짜 아빠와 엄마처럼 챙겨줬다고. 새벽 촬영도 거의 없었고, 간혹 입에 붙지 않는 말투는 유나의 아이디어를 녹여서 수정했다고도 덧붙였다. 유나는 “내 의견을 되게 잘 들어주셔서 나도 아이디어를 낼 때 좀 더 생각했다. 병원 응급실에서 엄마에게 말할 때 원래 재희가 엄마한테 화를 내는 듯 한 장면이었는데 재희의 마음을 조금 더 고백하는 대사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첫 방송 당시 시청률 7.8%로 시작한 ‘굿파트너’는 급격한 상승세를 타더니 최고 시청률 17.7%를 기록했다. 최종회 시청률 15.2%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나는 “부모님과 본방사수를 할 때도 있었고 유튜브에서 클립 영상을 보기도 했다. 외동이라 평소에도 사랑을 받는데 가족들과 함께 방송을 볼 때 어깨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친구들도 ‘잘 봤다. 너 되게 잘하더라’고 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미취학아동 시절 놀이의 개념으로 뮤지컬 학원에 다니며 연기를 시작한 유나. 점점 연기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그는 올해 배우로서 목표가 생겼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굿파트너’를 촬영한 시기이기도 하다.
유나는 “연기는 하면 할수록 늘고, 표현하는 폭도 넓어지는 것 같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다짐하고 말하는 건 처음인데 올해 들어서 서서히 이런 마음이 들었다. 가까이 있는 목표보다는 멀리 있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고 각오를 다졌다.
국어, 과학, 체육에도 관심이 많지만 현재 유나의 최대 관심사는 연기. 학업과의 병행 문제를 묻자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유나는 “그렇게 어렵진 않은 것 같다.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 건 아니어서 학업 스트레스는 거의 받지 않는다. 마음가짐을 ‘즐겁게 하자’고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 아빠도 강요하지 않으신다. ‘공부는 네가 하고 싶을 때 해’ ‘기초만 해두면 나중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할 수 있으니까’라고 하셨다. 아빠가 ‘점수 받고 속상해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거면 공부를 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는 괜찮기로 했다. 내가 행복하면 되니까”며 웃었다.
일찍이 진로 결정도 끝냈다. 유나는 “배우로 확정했다.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영화 ‘파묘’를 정말 인상 깊게 봐서 어린 무당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고 악역도 해보고 싶다. 특히 악역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역할이고 상상해본 적이 없는데 언젠가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