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김기연. 스포츠동아 DB
두산 베어스 포수 김기연(27)은 올해 데뷔 후 가장 바쁜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 트윈스에서 두산으로 이적하자마자 주전 포수 양의지(37)의 확실한 백업으로 자리 잡아 존재감을 뽐냈다. 정규시즌 95경기에서 타율 0.278(252타수 70안타), 5홈런, 31타점, 출루율 0.337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김기연은 지난해까지 1군 통산 42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2023년 28경기에 나선 바 있지만, 존재감이 크진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양의지의 부상 이탈 공백을 메우는 날이 많았다. 마스크를 쓴 이닝도 총 579이닝으로 양의지(608.1이닝)와 큰 차이가 없다. 타격감이 한창이던 7~8월에는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들기도 했다. 외국인투수들의 부상과 부진, 대리 처방 파문 등으로 전력 구성에 어려움을 겪던 두산으로선 김기연의 존재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2016년 데뷔 이후 무려 8년 만에 2군보다 1군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그에게서 만족감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마무리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김기연은 “점수를 매기는 것은 주전 선수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풀타임 주전으로 뛴 게 아니기 때문에 시작도 안 했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주전이 되면 점수를 매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운이 좋게 기회를 많이 받았다.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었다”면서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년에 더 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산 김기연. 이천ㅣ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지난해 겨울 김기연은 LG의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35명)에서 제외돼 타 구단의 지명을 기다리는 처지였다. 예비군 훈련 도중 두산에 지명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올해는 1군 경험을 확실히 쌓고 비시즌을 보내고 있는 만큼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이전에는 비시즌을 보낼 때 다음 시즌 1군에서 경기를 뛰는 것을 목표로 준비했다”며 “이제는 1군에서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결과를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아예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아프지 않고 1년을 풀로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밝혔다.
김기연의 매력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다. 지금은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돼 프레이밍의 필요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생존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제는 프레이밍의 중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에 공을 최대한 빠르게 뺄 수 있도록 포구하는 게 중요해졌다. 포수들이 미리 준비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요즘은 주자들이 웬만하면 변화구 타이밍에 뛰려고 하기 때문에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블로킹을 잘해야 투수들이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고, 올해 도루저지율(14.3%)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