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한 “장나라와 20년 전 인연, 재밌는 추억…버틴 스스로 고마워” (종합)[DA:인터뷰]

입력 2024-10-1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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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준한(41)이 ‘굿파트너’가 남긴 의미를 되짚었다.

김준한은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동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굿파트너’를 떠나보내며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 배우 생활을 해나가는데 있어서 큰 에너지원을 얻었다. 사랑이라는 건 대단한 힘을 가진 것 같다. 힘든 순간이 와도 이 기억에 기대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는 이혼이 ‘천직’인 스타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이혼은 ‘처음’인 신입변호사 한유리(남지현)의 차갑고 뜨거운 휴먼 법정 오피스 드라마.

김준한은 ‘굿파트너’에서 차은경의 오랜 후배이자 동료 변호사 정우진을 열연했다. 진중하고 이타적인 정우진은 차은경을 향한 마음을 자각하지만 끝내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응원하고 지지하며 차은경의 ‘굿파트너’가 되어주는 정우진의 성숙한 사랑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그간 작품에서 수트를 많이 입어온 김준한이지만 특히 ‘굿파트너’에서는 변호사 설정상 매회 수트 차림이었다. 김준한은 “영화 ‘박열’에서 수트를 입은 역할이었는데 그게 어울려서 그런 역할을 맡은 건지, 입다 보니 어울리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감사하다. 나 역시 ‘잘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로 계속 가져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다는 김준한. 그는 “러브라인도 있고, 존재만으로도 따뜻하고 좋은 느낌을 줘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에 다이어트를 해봤다. 딱 봐도 깔끔하고 정돈된 인상을 주기 위해서 외모를 가꿨다. 전작 ‘리볼버’ 때에 비해 9kg을 감량했다. 친구들이 ‘왜 잘생겼지?’ ‘왜 잘생기게 나오냐’고 하더라. 그럴 때마다 ‘미안하다. 그렇게 됐다’고 대답했다. 많이 노력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준한은 “사실 되게 걱정이 많았다. ‘리볼버’에서도 ‘안나’에서도 악인이거나 날카롭고 무서운 캐릭터였기 때문에 정우진처럼 그냥 마냥 따뜻한 사람을 내가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싶었다. 각인된 게 있으면 지우기 쉽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을지 걱정했다. 초반에 ‘안나’를 봐서 몰입이 안 된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회차가 거듭할수록 그 인물로 봐주셔서 다행이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정우진과의 싱크로율 질문에는 “너무 닮고 싶다. 좋은 사람을 연기할 때 항상 배운다. 물론 나쁜 캐릭터를 할 때도 배운다. 살아가는데 스스로 행동에 대한 힌트가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내 로망이 반영된 것도 있다. 우아한 어른들에 대한 바람과 동경 같은 것들이 있었다. 정우진 같은 그런 어른이 되고 싶고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있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극 중 장나라와의 러브라인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닫힌 결말을 원하는 시청자들은 아쉬울 수 있겠지만 정우진의 절제된 표현은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을 남겼다. 김준한도 정우진을 연기하며 어느 정도의 선을 지킬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준한은 “(차)은경이를 남자로서 좋아한다고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상황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본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로 배우에게 주어지는데 어떤 태도로 임할 지는 배우가 해볼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티를 안 내는 것, 잘 숨겨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정우진의 마음이 드문드문 새어나오는 순간은 스치듯 찰나로 담아냈다. 과거 차은경의 청첩장을 받은 순간이나 차은경으로부터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흔들리는 눈빛과 머뭇거리는 몸짓으로.

김준한은 “청첩장을 받을 때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나’ 발견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도 모르던 자기 마음을 발견해서 표정에서 숨겨지지 않는 것. 잘 소화해낸 것 같다. 이미 청첩장은 나왔고 사랑하는 게 보이니까, 자기 마음을 드러내서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 사람은 아니니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마음을 우정으로 잘 선회해서 가꿔온 것 같다. 정우진의 마음을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 좋아한다는 것을 인지하거나 몰래 마음을 키워온 쪽이라면 ‘좀 이상한 사람 아니야?’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 자기 무의식은 그럴 수 있으나 의식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람을 친구로서 지켜주고 싶고 힘이 필요할 때 힘이 되어주고 싶은 쪽으로 의지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며 “본능의 영역은 컨트롤할 수 없겠지만 인간으로서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노력을 해본 것 아닐까”라고 분석했다.

정우진의 엔딩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두고 끝나서 재밌다. 기대가 있는 상태로 끝나는 게 좋지 않나. 은호(표지훈)가 이야기할 때 그런 여유는 생긴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니야’라고 에너지를 쓰지 않고 그냥 그렇게 받아들인 게 재밌는 지점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우진과 차은경의 발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내가 대답하면 결론을 내버리는 것 같아서 시청자들의 권리를 뺏고 싶진 않다. 각자의 방식으로 상상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연애할 때 정우진과 비슷한 ‘짝사랑’ 스타일이냐”는 질문에는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 졸이고 주변을 맴도는 그런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을 품고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인 거니까. 나도 그런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캐릭터들의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인터뷰 도중 상대 배우였던 장나라와의 특별한 인연도 언급됐다. 과거 밴드 이지(izi)의 드러머로 활동했던 김준한은 장나라가 2004년 가수로 무대에 오른 당시 그의 뒤에서 드럼을 연주한 인연이 있었던 바. 두 사람이 함께한 무대 영상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시금 화제가 됐다.

김준한은 “당시 나는 연습생이었다. 너무 오래전 일이라 나도 선배도 까먹고 있었다. 장나라 선배와 작품을 하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았고 재밌겠다 싶었다. 미팅하러 가는 날 떠올랐다. ‘어? 옛날에! 잠깐만!’ 첫 만남 때 말씀드렸더니 재밌는 인연이다 하시더라”면서 “주변 친구들도 재밌다면서 많이 보내주더라”고 말했다.

김준한은 2005년 이지(izi)의 드러머로 데뷔했지만 연기자로 전향한 후에도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다. 긴 무명 시절 끝에 영화 ‘박열’(2017)의 다테마스 가이세이로 얼굴을 알렸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안치홍과 ‘안나’의 최지훈을 통해 대중적 인지도를 확장했다. 배우로서 입지를 탄탄한 다진 현 시점에 드러머로 활동한 과거가 ‘반전 이력’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김준한은 “예전에는 음악 했던 과거를 내세우지 않으려고 했다. 지우고 싶었다. 이지의 ‘응급실’이 워낙 유명한 노래다 보니 프로필에도 올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재밌어해 주시고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삼아주시니까 나도 같이 즐기고 있다. 재미난 추억처럼 하나 가져갈 수 있어서 신기하다”고 털어놨다.

음악 하던 20대 시절을 돌아보며 “진짜 힘들었다. 연기자가 되는 과정도 힘들었다. 지금 너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과거가 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의 나에게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하다. 그때 그런 시기를 보내줘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니까.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는 “음악에 대한 관심은 있다. 연기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음악은 아예 배제하고 지우려고도 했는데 나는 역시나 음악이 좋더라. 과거에 써둔 곡도 있고 녹음한 곡도 있어서 기회가 되면 사람들과 나눠볼까 싶기도 한데 어떤 형식으로 할지 고민 중”이라며 “배우로 봐주시니까 이제는 나라는 사람을 다양하게 보여드려도 괜찮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런 기회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소통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나라는 나를 보여드리는 게 조금은 조심스러운 것도 있다. 작품 외적인 것에 대해 조심스럽다. 조금씩 용기 내서, 너무 작품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소통할 방법을 잘 찾아볼 것”이라며 “느리더라도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습득해 나가야겠다”고 약속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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