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 ‘퀴어의 특별함’ 아닌 ‘일상의 퀴어’에 대하여[인터뷰]

입력 2024-10-28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티빙·메리크리스마스·빅스톤스튜디오

사진제공|티빙·메리크리스마스·빅스톤스튜디오

21일 티빙을 통해 공개된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 ‘신예 극본가’로 데뷔한 ‘베스트셀러 소설가’ 박상영 작가 얼굴에는 긴장감보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대한민국 땅에는 아직 없었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포부를 현실화할 수 있어서였다.

드라마 기반이 된 건 2019년 출간된 박 작가의 동명 소설이다. 박 작가는 원작 소설을 통해 인터내셔날 부커상, 더블린 문학상, 메디치 외국어 문학상 등 세계 유수 문학상 후보로 지명되며 일찌감치 한국 문학의 젊은 대표 작가로 주목받았다.

무엇보다 박 작가는 대한민국에 사는 성소수자 남성의 삶과 사랑을 미화 혹은 편견 없이 사실적으로 담아낸 소설을 통해 ‘한국 퀴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러한 소설의 장점을 드라마에도 녹여냈다.

○“일상의 퀴어 그리고 싶었죠”

드라마 공개에 앞서 개봉한 이언희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과도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했음에도 드라마는 성소수자 남성과 여사친의 우정에 초점을 맞춘 영화와 달리 주인공인 성소수자 고영(남윤수)의 로맨스와 그의 성장담에 초점을 맞췄다.

“성소수자를 다룬 기존 한국 작품들은 판타지와 다름없는 가벼운 BL물, 혹은 지나치게 어두운 퀴어물로 양분됐어요. 이렇게 ‘일상적인 퀴어의 삶’을 고스란하게 담아낸 문법의 작품은 우리 드라마가 최초인 것 같아요. 해외 시청자분들에게도 DM이 많이 오는데, 한 프랑스 시청자께서는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현실에 깊이 와닿은 작품은 없었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제작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퀴어를 소재 삼았다는 이유로 많은 편견과 제약에 부딪혀야 했기 때문이다.



“퀴어 소재가 ‘돈’이 되는가에 대해 의사결정권자분들과 대중의 시선이 차이가 있어요. 사실 대중은 OTT를 통해 외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이제 퀴어 소재에 익숙하지만 나이가 좀 있으신 플랫폼 결정권자분들의 시각은 좀 달랐거든요. 사실 그래서 투자받는 게 쉽지 않았죠.”

○“진심으로 연기해준 남윤수에 감동”

많은 배우가 동성애자 연기를 꺼렸기 때문에 캐스팅도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박 작가는 용기 있게 주인공으로 나서준 남윤수에게 더욱 감사하다고 힘줘 말했다.

“남윤수 배우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캐릭터를 해석했고 성소수자를 전형화하거나 대상화하지 않고 정말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연기도 연기지만 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남윤수 배우의 태도와 진심에 정말 감동했어요. 퀴어분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직접 들으면 이제는 스스로를 그 커뮤니티에 일환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 눈물이 핑 돌았어요.”

박 작가는 앞으로도 소설과 극본을 함께 집필할 예정이다. 예스24 크레마 클럽에서 연재했던 ‘지푸라기 왕관을 쓴 여자’의 단행본이 내년 출간될 예정이며, 현재는 2022년 발간됐던 자신의 또 다른 대표작인 ‘믿음에 대하여’를 기반으로 한 영상화를 준비하고 있다. ‘믿음에 대하여’ 역시 성소수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다.

“제 작품을 통해서 퀴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꾸고자 하는 거대한 야망 같은 건 없어요. 전 그냥 새로움의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고, 이것에 대한 공감을 얻길 바랄뿐이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