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할 말 할래요 - ‘전’효진 기자가 아낌없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코너
가수 임영웅이 ‘정치인만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다’는 무개념 발언으로 비난을 받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임영웅은 지난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려견의 생일을 축하하는 사진과 글을 게재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상황과 맞물리면서 한 누리꾼이 임영웅과 나눈 다이렉트 메시지(DM)를 공개해 논란이 생겼다.
DM에서 이 누리꾼은 임영웅에게 “이 시국에 뭐 하냐. 목소리를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다. 앞서 계엄령 겪은 나이대 분들이 당신 주 소비층 아닌가”라고 말을 걸었다. 이에 임영웅은 “뭐요”라고 퉁명스럽게 답장을 시작,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임영웅 사칭 혹은 게시글 합성 의혹이 있었지만 논란이 일어난 지 사흘째인 오늘(9일)까지 소속사 물고기뮤직을 비롯해 임영웅 본인조차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임영웅 본인이 저지른 경솔한 발언이었음을 사실상 인정하는 꼴이 됐다.
더욱이 또 다른 누리꾼이 임영웅에게 시국 관련 DM을 보냈다가 차단당했다는 내용의 인증글이 온라인에 게재됐고, 임영웅 공식 팬 카페인 ‘영웅시대’에 DM 관련 게시물이 삭제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정치 성향을 강요할 권리, 의무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발언의 파장을 고려할 때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은 더욱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정치인도 아닌데 왜 목소리를 내냐’는 임영웅의 가벼운 한 마디는 많은 공감을 얻기 힘들다. 연예인이기 전에 본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가. 임영웅의 논리대로면, 지난 주말 윤석열 탄핵 촉구 시위에 참가한 100만 명의 국민(주최 측 추산)은 한순간에 정치인이 됐다. 혹은 이들은 정치인도 아니면서 거리에 모여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 어떤 집단이 되어 버렸다.
굳이 지나가는 누리꾼이 던진 메시지 하나에 자신의 무개념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을까. 손가락을 잘못 놀린 후 목소리는커녕 아예 침묵 중인 임영웅과 관계자들, 묻히길 기다리는 모양새가 정말 없어 보인다.
전효진 동아닷컴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