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사진제공 |하이지음스튜디오
송중기(39)는 안주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올라온 정상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늘 새로운 걸 꿈꾼다. 좋게 이야기하면 도전의식이 강하고, 삐딱하게 보면 욕망이 가득하다.
31일 개봉하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보고타)은 송중기의 평소 기질과 본성을 자극해 선택한 작품이다. 주위에선 “의외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그는 “무엇이든 도전해 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하지도 않고 후회하는 스타일이 아니다”고 했다.
‘보고타’는 IMF 직후 모든 걸 잃은 한 가족이 희망을 찾아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송중기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인사회 밑바닥부터 회장 자리까지 올라가는 국희 역을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지금까지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자신을 이른바 “떠서 변한 케이스가 아니다. 남들과 달리 스물여덟 살에 늦게 데뷔했고, 연기를 전공했던 것도 아니라 우물 안에 갇혀 고여있기보단 안 해보는 것들을 도전하고 그걸 즐긴다”고 했다.
처음 가보는 콜롬비아 현지 촬영에 대한 호기심은 스페인어 공부, 태어나 처음 귀를 뚫는 등 색다른 변화로 이어졌다.
“콜롬비아에 정착해서 잘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첫 촬영 한 달 전에 먼저 갔어요. 현지 남자들이 모두 귀걸이 장식에 컬러가 화려한 옷들을 입고 있더라고요. 평소엔 시계 등 액세서리를 잘 안 하는 편인데 타투샵에 가서 귀를 뚫었죠. 스페인어도 배웠고요. 스페인어는 리듬도 있고, 정말 재미있어요. 외국어로 연기하는 부담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랬다면 와이프를 어떻게 만났을까요? 하하하!”
영화에서 그는 풋풋한 10대에서 20대를 거쳐 30대까지 변화하는 한 인물을 표현했다.
“민망했죠. 가장 긴 분량으로 나오는 시기가 스물한 살부터 스물두 살이었어요. 그때 제 나이 서른다섯이었어요. 대본을 보고 ‘저 말고 더 어린 친구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더 나이 들면 이런 역할은 시켜주지도 않을 테니까, 조금이라도 어려 보인단 말을 들을 때 하자고 생각했어요.”
‘보고타’는 2020년 첫 촬영을 시작한 후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촬영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그 세월 송중기는 2023년 1월 영국인 여자친구 케이티 루이즈 손더스와 결혼했고, 아들과 딸을 얻었다.
“저도 그렇고 와이프가 아기를 좋아해요. 그러니 둘째가 바로 생겼겠죠? 와이프랑 국적이 달라서 두 아이 모두 한국어와 스페인어로 된 이름이 있어요. 이제 두 살이 되는 아들이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아빠’ ‘대디’라 불러요. 제가 스페인어를 계속 배우고 있는 이유도 아이들과 이야기를 잘하고 싶거든요. 지난달 태어난 딸은 아들과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핸드폰 속 사진을 보여주며) 정말 예쁘지 않아요? 너무 주책인 것 같아도 어쩔 수 없어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