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이하 한국 시각) 칸 국제영화제가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칸 일대에서 열리는 제78회 축제의 상영작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 영화는 황금종려상 수상 후보 자격이 주어지는 경쟁 부문은 물론, 비경쟁 부문에서조차 단 한편도 불리지 않았다.
한국 장편 영화가 경쟁은 물론, 비경쟁 부문에도 초청받지 못한 건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2013년에는 문병곤 감독이 연출한 13분짜리 단편영화 ‘세이프’가 유일하게 단편 경쟁 부문으로 초청돼 단편 부문 최고상인 ‘단편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발표에 앞서 안효섭·이민호 주연의 ‘전지적 독자 시점’, 공효진·이정은 주연의 ‘경주기행’ 등이 칸의 초청을 받기 위해 출품됐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2015년 ‘부산행’, 2020년 ‘반도’로 두 번이나 칸의 선택을 받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 ‘얼굴’ 세 번째 초청을 노렸으나 진출에 실패해 충격을 안기고 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의 유력 초청작으로 일찍이 점쳐졌던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와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모두 후반 작업 중인 관계로 이번 영화제에 출품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8월 열리는 베니스국제영화제를 노리고 있으며, ‘호프’는 내년 칸을 겨냥할 전망이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진출 실패로 드러난 ‘한국 영화 위기론’은 사실상 3년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선이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2022년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가 각각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지만 이후 2023년부터 줄곧 경쟁 부문 진출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봉준호와 박찬욱 감독이 새 영화를 내놓지 않으면 한국 영화는 칸 경쟁 진출이 불가능하다는 조롱 섞인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