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2’)이 정현규의 우승으로 엔딩을 맞았다. 지난 2023년 시즌1에 이어 시즌2로 돌아온 ‘데블스 플랜2’는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총 12부작으로 편성됐으며 3주에 걸쳐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순차 공개됐다.

이번 시즌에는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바둑의 전설’ 이세돌을 비롯해 아나운서이자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 시험을 패스한 강지영, 과학고를 조기졸업한 카이스트 출신 배우 윤소희, 프로 포커 플레이어이자 음악프로듀서 세븐하이, 미스코리아 진 출신 대학생 이승현, 멘사 코리아 아이큐 측정 최대치인 156을 인정받은 서울대 출신 인플루언서 정현규, 카이스트 출신 모델 최현준 그리고 배우 저스틴 H. 민, 슈퍼주니어 규현, 가수 츄가 참가했다. 비연예인 참가자로는 1000명이 넘는 경쟁자를 뚫고 김하린, 2021 국제 물리 올림피아드 금메달리스트 박상연,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변호사 손은유, 보드게임 마스터 티노가 출연했다.

정종연 PD의 전작 ‘더 지니어스’ 시리즈와 ‘소사이어티 게임’ 시리즈 그리고 앞선 ‘데블스 플랜’처럼 능력자들의 짜릿한 두뇌 서바이벌을 기대했던 바. 하지만 막상 공개된 완성작은 예상과 달랐다. 일부 플레이어의 비매너, 인성 논란, 친목질(?) 그리고 제작진의 불공정한 규칙 적용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이는 마지막 3주차에 정점을 찍은 바.


여전히 궁금증을 가득 안은 누리꾼들을 위해 27일 진행된 동아닷컴과 정종연 PD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이하 일문일답(질문에는 부연 설명을 추가, 답변은 최대한 멘트를 살렸다).


Q. ‘데블스 플랜2’ 마지막 3주차가 공개된 후 시청자 반응이 뜨겁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

A. 모든 커뮤니티를 보진 않지만 DM를 통해서도 감정을 많이 드러내주시더라. 이런저런 경우를 통해 들었다. 부모님 안부를 묻는 분도 계시고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더라. 인스타그램의 경우 커뮤니티보다는 정제돼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감이 많이 죽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더라.


Q. 서바이벌 감이 많이 죽었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이제 감이 살아갈 나이는 아니고 아무래도 점점 죽어갈 것 같다. 그나마 무언가를 할 때마다 조금씩 배워갈 수 있는 기회 자체에 감사하다. ‘데블스 플랜’은 모든 시즌을 다 다른 포맷을 가져갈 계획이었다. 이번 시즌으로 되게 공부가 많이 된 것은 사실이다. 여러 피드백도 귀 기울여 듣고 있다. 시즌3를 한다면 당연히 더 나은 모습으로 준비하겠지만 지금은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다.


Q. 이러한 (부정적) 반응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이번 시즌 제일 큰 변화는 생활동과 감옥동으로 거주공간을 나눈 것이었다. 두 개 그룹의 대결을 큰 주제로 가져갔는데 아무래도 감옥동은 감옥매치 시스템을 통해 서사가 잘 부여됐던 반면 생활동은 대결 시스템이 없다 보니까 서바이벌다운 서사가 조금 부족했다. 감옥매치가 주는 내용에 따라 생활동이 관심을 못 받은 부분이 있었다.

감옥매치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다거나 생활동의 히든 스테이지 보상이 좀 과하다 등의 반응을 봤다. 감옥동 플레이어들이 상황을 뒤집는 게 여의치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충분히 인정한다.

여러 이유가 있다. 데일리 메인매치에서 매번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전을 쉽게 허용하기 위해서 판도를 엎치락뒤치락하도록 후반부에 역전이 용이하도록 디자인한다. 그런데 실력이 없는데 살아남다가 마지막에 한 게임 잘해서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보니까 각 메인매치 누적 성적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보는 입장에선 과도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균형을 못 맞춘 부분도 느꼈을 수 있겠다 싶다. 나 또한 인정하는 바다.



Q. 플레이어 캐스팅의 기준이 있나.

A. 딱 부러지고 다양한 느낌을 좋아한다. ‘이런 사람 처음 봤네’ 싶은 분을 제일 선호한다. 게임에서 우리가 낸 퀘스트에 대해 답을 내줄 수 있는 사람도 중요한데 다양한 인간 군상이었으면 좋겠다 싶다. 새로운 캐릭터가 있어야 새로운 스토리가 된다고 생각한다. ‘데블스 플랜2’에서는 김하린 씨를 만났을 때 개인적으로 처음 보는 느낌이라 좋았다. 10년 전의 나였다면 섭외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이런 분을 찾는다.

이제 정치인은 섭외하기가 부담된다. 정치색 관련 없이 방송을 잘할 것 같고 캐릭터성이 확실한 분을 섭외해왔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오해받는 부분도 있고 결과에 따라 시청자의 반응도 있었던 것 같다. 직업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데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연락 주셨으면 좋겠다.


Q. 공개 전 이세돌 사범의 출연이 화제를 모았다. 메인매치 ‘핼러윈 몬스터’에서 이세돌 사범이 탈락했을 때 PD로서 어떻게 지켜봤나.

A. 이세돌 사범을 섭외할 때 공을 들인 건 맞지만 특별히 한 출연자가 중요하다고 혜택을 더 준다거나 그런 건 없었다. 출연자에게 사전에 ‘이중 실선’ 룰을 알려주는 건 말도 안 된다. 티노 같은 분은 룰북을 보는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발견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런 평가를 들어서 안타까움도 있다.


Q. 게임 진행이 불공정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정현규가 생활동 히든 스테이지에서 기름종이를 사용해 ‘기사의 여행’을 성공했다.

A. 기름종이를 꺼냈을 때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해내고 못해내느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는 그렇게 판단해서 진행시켰는데 보는 입장에서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조 시스템 때문에 종이가 가만히 있지도 않아서 크게 도움이 안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Q. 히든 스테이지 성공 보상이 언제든지 원할 때 받을 수 있는 ‘피스 10개’이지 않았나. 메인매치 ‘균형의 만칼라’ 이후 정현규가 감옥동으로 가는 것이 결정된 후 피스 보상을 받겠다고 했다. 피스 10개를 받되 정해진 대로 감옥동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시기가 어긋난 것에 대해 왜 문제 삼지 않았나.

A. 결과를 발표하기 전 개인 인터뷰에서 정현규가 보상을 쓰겠다고 했다. 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그 타이밍’에 하자고 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부족해보였을 수는 있다. 정현규는 미리 쓸 생각을 했기 때문에 (제작진은)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타이밍에 쓸지 제작진에 물어봤고 ‘뒤에 쓰는 게 상황이나 그림이 압도하는 게 나올 것 같아서 뒤에 하자’고 한 것이다. 이 친구의 의도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정현규의 실수에 의한 건 아니다.



Q. 10화 ‘균형의 만칼라’ 쿠키 영상을 통해 규현이 정현규의 히든 스테이지 보상 ‘피스 10개’를 알고 있었고 정현규가 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편집하지도, 본편에서 보여주지도 않고 왜 쿠키 영상으로 공개했나(※넷플릭스 시스템상 다음 화로 넘어가면서 놓친 시청자들이 많기 때문).

A. 방송에 안 냈어도 이야기가 나왔고 디깅(파고들기)의 대상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규현 윤소희가 알았을까’를 숨기기 위해 숨기는 것밖에 안 되지 않나. 보여주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했다. 정현규가 그걸 숨기고 ‘결승전에 대한 베네핏’이라고 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의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도 맞았다. ‘피스 10개’라고 하면 결승전 한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지 않나. 연합의 대상으로서는 같이 결승전에 가면 되고 부담이 안 되니까.

(제작진의) 미스였을 수도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더 이야기가 되게끔 한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중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크리티컬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넘어갈 수도 있는 건데 미묘한 부분은 쿠키로 돌리는 것을 선호한다.


Q. 메인매치 ‘언노운’에서 손은유가 잘못된 정보를 언급하자 딜러가 선을 긋는 발언을 한 것은 어떤 상황이었나.

A. 딜러가 스스로 한 게 아니라 내가 딜러에 지시해서 알려준 것이었다. 블러핑할 타이밍도 이유도 없었다. 게임이 진행이 전혀 안 된 상황이었고 수를 잘못 둔 게 아니라 잘못 이해한 게 아닌가 싶었다. 그것 때문에 게임이 망가질 수 있다고 판단해 개입했다.


Q. ‘균형의 만칼라’에서 정현규가 카이스트 수학과 출신 최현준에게 “너 산수할 줄 알아?”라고 발언한 장면도 크게 논란이 됐지만 사전에 편집하지 않았다.

A. 정현규에 대한 최현준의 공격성을 발화시키는 지점이었다. 산수 발언은 정현규가 할 수 있는 여러 말 중에 분명히 제일 아플 것 같은 말이었겠지만 공격적인 말이 나갈 수 있는 맥락이었다. 정현규에게 이미지가 안 좋겠다고 뺄 수도 있지만 그러면 최현준의 서사가 삭제되니까. 누구를 보호해주고 싶어도 이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비호감이 있다면 원인은 보여줘야 되니까. 상호적인 부분이 있다 보니 그런 부분이 딜레마다.



Q. 특히 정현규와 연합을 이루고 그를 밀어줬던 규현과 윤소희가 비난을 많이 받았다. 특히 정현규와의 파이널 대결에서 맞붙었던 윤소희는 교착 상태가 되자 예상보다 쉽게 한발 물러섰다. 우스갯소리로 ‘우승을 양보했다’는 말도 나왔는데.

A. 윤소희가 11회차까지 ‘결승전을 같이 가겠다’는 작전 하에 연합을 유지한 건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결승전 녹화 당시 마지막 베팅을 포기할 때 깜짝 놀라긴 했다. 인터뷰를 들으니까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도 아쉽긴 했다. 그 행동을 못하게 막는 시스템 자체가 서바이벌에서는 불가능하다.

규현과 윤소희 개인의 성정을 알고 섭외했다. 두 분은 한 번 한 약속은 지키려는 마음이 굉장히 강하고 그걸 넘어가기 쉽지 않은데 나름 도전하려고 들어왔다. ‘균형의 만칼라’ 때 최현준과 정현규를 두고 세븐하이 쪽으로 넘어간 게 본인 성정에는 안 맞지만 ‘여기 왔는데 뭔가 해봐야하지 않나’ 그런 순간이었다.

사회에 있을 때 쭉 가지고 살아온 방식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 잘하는 플레이어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배신과 거짓말을 해서 승리만 바라보라고 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 극복 못하는 플레이어도 있고 잘 해주는 플레이어도 있는데 그런 부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현규, 최현준, 손은유처럼 승리만을 보는 플레이어가 아니어도 규현, 윤소희 등 같은 플레이어는 예전 프로그램에서도 많았다.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이 10으로 가득 차 있는 캐스팅이 반드시 옳다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시즌을 통해서 이야기한 부분은 스스로 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결정권은 나에게 있는데 인성 관련 욕을 듣는 출연자들을 보며 마음이 무겁다. 내 시스템 안에 들어와서 욕을 먹어서 미안하다. 비판이나 비난은 나에게 해주는 게 응당치 않나.


Q. 편집 방향에 대한 출연자들의 요구나 불만은 없었나. 반응은 어땠나.

A. 녹화 끝나고 출연자들을 많이 만났고 현준이 등 영상 통화도 많이 했다. 스크리닝을 공개한 이후로 ‘편집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는 말만 들었다. 잘해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본인이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나왔다고 생각한 것 같다.



Q. 출연자들에 대한 비난에 제작진으로서 책임을 느끼나.

A. 미안한 마음이 있다. 정현규의 태도 이슈는 나도 이렇게 크게 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걱정되는 부분도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모든 출연자 중 하나로서 좋게 봤기 때문이다. 나에게 와야 할 화살이 출연자에게 가는 게 나도 불편한 부분이 있다. 각 사람들이 증오 댓글을 남기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는데 법무적으로 무언가 해결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넷플릭스든 우리든 최대한 도와드릴 것이다.

시청자분들도 출연자 입장으로 생각해보면 이해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나도 녹화하면서 그런 부분을 생각하다 보니까 놓치는 때도 있더라. 출연자들은 관대하게 봐주시고 날카로운 잣대는 나를 향해주시기 바란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