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튼콜 너머, 배우들의 진심과 삶을 만나다. [대(학로)배우] 시리즈
한보라 “무대 위 행복, 그 한순간 때문에 계속 걸어요”

뮤지컬 〈라이카〉,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배우 한보라를 만났다. 데뷔 18년 차지만 여전히 설레고, 여전히 무대가 두렵고, 그래서 더 단단해지고 싶은 배우의 고백이었다.

한보라는 가장 깊게 빠졌던 작품으로 창작뮤지컬 〈라이카〉를 고민 없이 떠올렸다. 모든 작품이 의미 있었겠지만, ‘캐롤라인 & 로케보트’ 역으로 무대를 이끌었던 그에게는 마지막 공연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는 듯했다. “리딩 때부터 사랑에 빠질 걸 알았어요. 연습 과정도, 공연도 모든 순간이 특별했죠.”라며 웃었다.

공연 루틴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커피 한 잔이 출근의 포인트”라며 미소 지었다. 극장에 도착하면 몸을 풀고, 넘버와 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훑어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안 하면 불안해요. 연차가 쌓일수록 이상하게 무대가 더 두려워질 때가 있어요.”

의심이 찾아올 때 한보라를 붙잡아주는 힘은 가족과 자연이다. “질문 듣자마자 엄마가 바로 떠올랐어요. 자연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족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힐링돼요.”

팬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말에는 잠시 울림이 머물렀다. “정말 기적 같은 존재예요. 객석에 익숙한 얼굴이 보이면 마음이 울컥하면서도 편안해져요.” 이어 “사랑을 주시는 만큼 더 잘하고 싶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원동력이 돼요.”

뮤지컬 배우로서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도 단순했다.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그 순간 때문이에요. 조명 아래서 공기와 먼지까지 사랑스러워지는 그 순간이 있어요. 그게 너무 행복해서 포기할 수 없어요.”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 이야기를 묻자 그는 여전히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프리다 칼로나 마리 퀴리 같은 인물도 욕심나고, 상반된 일인 이역도 매력 있어요.”

현재 〈레드북〉 막바지 공연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작품에 대한 확신도 전했다. “누가 봐도 재밌고, 잘 만들었고, 생각할 거리까지 있는 공연이에요. 새로운 캐스트들과 함께하는 만큼 더 깊어진 무대를 보여드릴게요.”

한보라는 여전히 겸손했고, 여전히 무대를 사랑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에는 ‘지금 이 일을 할 수 있음’에 대한 감사와 확신이 묻어났다.

“부족한 저를 이렇게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더 열심히 하고 싶고, 더 좋은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도 믿고 지켜봐 주세요. 저도 여러분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오랜 시간 무대 위에서 쌓아온 한보라의 여정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의 응답은 단순했다.

“더 좋은 무대로, 더 오래 여러분 앞에 서겠습니다.”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