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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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수진 기자] 야간 중학교를 다니던 가난한 사환 소년이 1300억 원짜리 크루즈를 띄운 ‘선박왕’이 됐다. 김현겸의 인생 역전기는 묵직한 울림을 남겼다.

28일 방송된 EBS ‘서장훈의 이웃집 백만장자’에는 연 매출 3000억 원 규모 해운 기업을 이끄는 김현겸 회장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날 서장훈은 김현겸이 직접 건조한 ‘동북아 1호 크루즈 페리’에 올라 “이대로 오사카에 가고 싶다”며 감탄을 쏟아냈다. 하지만 “여권이 없으면 배 안에만 있어도 밀항”이라는 설명에 곧바로 여행 로망을 접어 웃음을 자아냈다.

김현겸의 출발점은 녹록지 않았다. 어린 시절 부산에서 비교적 넉넉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아버지의 보증 실패로 집안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그는 “육성회비 600원을 내지 못해 교실 앞에 서 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낮에는 사환으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 중학교를 다니며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대학 시절부터 그는 남다른 장사 감각을 보였다. 명동 일대 다방을 시작으로 호텔까지 유자청을 납품하며 일찌감치 사업 수완을 키웠다. 졸업 후 무선박 해운 중개 회사에 입사한 뒤에는 ‘빌딩치기’라 불린 영업 전략으로 회사 매출을 끌어올렸다. 월급 50만 원을 받던 그는 자신이 벌어들인 매출이 그 수십 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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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에 그는 아내 몰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창업에 나섰다. 목표는 단 하나, “10년 안에 배를 사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10년 만에 첫 선박을 손에 넣었지만, 카페리 사업 첫해부터 100억 원 적자를 기록하며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그럼에도 “정기선의 생명은 신뢰”라는 신념으로 텅 빈 배를 쉬지 않고 운항했고, 1년 반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하지만 시련은 끝이 아니었다. 두 번째 배를 들인 직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고, 그는 순식간에 1000억 원이 넘는 빚더미에 올랐다. 회사를 정리하려던 순간, 일본의 최대 채권자로부터 “나는 기다릴 테니 살아남아라”는 공증 서류가 도착했다. 김현겸은 배 한 척만 남기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고, 6년 만에 모든 빚을 갚아냈다.

현재 그는 약 4000억 원 규모의 선박 6척을 보유한 해운업계의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김현겸은 “10년 안에 배를 사겠다는 꿈에 모든 걸 바쳤다”며 “내가 벌어도 되는 돈인지 늘 고민하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업을 하려 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의 말에 서장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깊은 존경을 표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