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은주

고 이은주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2005년 2월 22일, 배우 이은주가 세상을 떠났다는 속보가 전해지면서 한국 연예계의 시간이 멈춘 날이다.

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자택에서 이은주가 숨진 채 발견됐고, 가족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수사 당국은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타살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당시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서가 발견됐다는 사실도 함께 전해졌다.

이은주는 1980년 12월 22일생으로, 사망 당시 만 24세(한국 나이 25세)였다. 1997년 데뷔 이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오! 수정’, ‘연애소설’, ‘태극기 휘날리며’와 드라마 ‘카이스트’, ‘불새’ 등에 출연하며 2000년대 초반 충무로와 브라운관을 오간 대표 배우로 자리했다. 특히 2004년 SBS 드라마 ‘불새’는 최고 시청률 30%를 넘기며 화제를 모았고, 그는 이 작품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넓혔다. 같은 해 10월 개봉한 영화 ‘주홍글씨’는 그의 마지막 출연작으로 남았다.

비보가 전해지자 방송사들은 일부 프로그램 편성을 조정했고,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모 글이 급증했다. 동료 배우와 영화인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제작사 관계자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고인은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작품과 촬영 환경 등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이후 연예인 사망 보도에 대한 논의를 촉발한 사례로 언급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유명인의 극단적 선택을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지, 언론의 보도 범위는 어디까지여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어졌다. 학계에서도 2005년 2월 22일 전후의 보도 양태와 대중 반응을 분석한 연구가 발표되며, 사건은 미디어 책임 문제와 함께 다뤄졌다.

2026년 2월 22일 오늘, 그의 이름은 여전히 작품과 함께 호명된다. 매년 기일이 되면 동료와 팬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2005년 2월 22일은 한 배우의 생이 멈춘 날짜이자, 한국 연예 산업이 유명인의 고통과 보도의 책임을 함께 돌아보게 된 날로 기록돼 있다. 21년이 지난 지금도 이 그의 이름이 반복해 언급되는 이유는 이 사건이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산업과 언론의 과제를 동시에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