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콘텐츠온·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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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공포물=여름’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진 지 오래다. 2024년 2월 말 개봉해 1000만 신화를 이룬 ‘파묘’가 이를 입증했듯, 봄은 더 이상 ‘공포 영화의 비수기’가 아니다. 올해 봄 극장가도 다시 한 번 서늘해질 준비를 마쳤다. 사이비 종교를 둘러싼 이면을 파고드는 ‘삼악도’와 실제 괴담을 스크린으로 옮긴 ‘살목지’가 그 전면에 선다.

‘춘계 공포’의 포문을 여는 작품은 11일 개봉하는 ‘삼악도’다. 조윤서와 곽시양이 주연을 맡은 ‘삼악도’는 일제강점기 이후 사라진 줄 알았던 사이비 종교의 실체를 추적하는 탐사보도팀의 이야기를 그린다. 폐쇄된 마을의 기괴한 풍습과 금기된 구역에서 발견되는 고문서 등 고증에 기반한 오컬트적 장치를 촘촘히 설계해 심리적 압박감을 극대화한다. 역사적 트라우마와 집단 광기의 접점을 파고든다는 점에서 ‘파묘’ 이후 눈높이가 높아진 장르 팬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4월 8일 개봉하는 ‘살목지’는 현실 밀착형 공포를 내세운다. 실제 ‘심령 스폿’으로 알려진 충남 예산의 살목지 저수지를 배경으로, 로드뷰 화면 속 정체불명의 형체를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화제가 됐던 ‘살목지 괴담’의 시각적 재현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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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는 김혜윤, 이종원, 장다아 등 젊은 대세 연기자들을 내세워 디지털 기기와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의 공포를 생생하게 그려낸다는 것에서 1020세대 관객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과 SNS에 익숙한 MZ 세대에게 단순 관람을 넘어선 ‘체험형 호러’의 극치를 선사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봄 극장가에 공포가 몰리는 현상은 상대적으로 대형 작품이 적은 비수기를 노린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파묘’ 뿐만 아니라 제작비 대비 6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깜짝 흥행에 성공한 ‘곤지암’, 68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장기 흥행에 성공한 ‘곡성’ 모두 전통적 비수기인 ‘봄 시즌’에 개봉했다.

전문가들은 호러 장르가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물량 공세형 프로모션에 앞서 관객의 자발적 ‘입소문’에 의해 흥행 여부가 좌우된다는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가 즐비한 여름이나 명절 시즌을 피해 봄을 택하는 것은 장르 팬들의 초기 몰입을 유도한 뒤, 그 반응을 일반 관객으로 확산되게 하고 나아가 상영 공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