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빌리프랩
[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송곳니가 채 여물지 않았던 뱀파이어 소년은 이제 케이(K)팝의 한 장르가 됐다.
뱀파이어란 퇴폐적이면서도 묵시록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성장해온 그룹 엔하이픈이 다 자란 송곳니만큼이나 뾰족한 커리어의 정점에서 다시 한번 세계관의 방점을 찍었다.
지난 몇년 간 어느때보다 과열된 케이팝의 세계관 전쟁은 ‘청량미’와 ‘퇴폐미’라는 두 축의 평행선 위에서 진화해 왔다. 그중에서도 엔하이픈은 ‘뱀파이어 소년과 인간 소녀의 금기된 사랑’이란 서사를 빌려, 탈현실적 판타지를 좇는 동시에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과 결핍을 응시해왔다. 여느 팀과 차별화된 독자적인 서사와 짜임새 있는 세계관은 팬덤의 몰입감과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지만, 이는 동시에 마니악한 장르 음악으로 치부되며 진입 문턱을 높이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그러나 엔하이픈은 이 세계관을 쉽게 휘발되는 시각적 도구나 음악의 장식으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탄탄한 서사를 음악으로, 또 그 음악을 다시 무대 위 퍼포먼스로 풀어내는 삼위일체의 구조적 결합과 구현은, 자칫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마니악한 설정들에 밀도와 개연성을 더하며 엔하이픈을 이야기의 설계자이자 실연자로 군림하게 했다.
엔하이픈은 자신들의 세계관을 독립적인 스토리 IP(지식재산권)로 흥행시킨 유일무이한 그룹이기도 하다. 이들의 뱀파이어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하이브 오리지널 웹툰 ‘다크문: 달의 제단’은 2억 뷰수를 돌파, 북미에서는 25주 연속 ‘웹툰 톱 10’을 기록하는 등 글로벌 돌풍을 이끌었다. 애니메이션 IP의 격전지 일본에서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귀멸의 칼날’, ‘나루토’ 등 레전드 애니메이션 제작사 애니플렉스가 시리즈 제작을 공식화했다. 애니플렉스가 케이팝 아이돌이 주인공인 웹툰 기반 작품을 내놓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탄탄한 세계관을 음악으로 확장한 음반의 성취 역시 독보적이다. 올초 발매한 미니 7집 ‘THE SIN : VANISH’는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2위로 진입시키며 여섯 개 앨범을 연속으로 해당 차트 상위권에 올려놓는 대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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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가 입증한 권력, 서울서 시작된 ‘피의 연대기’
새 월드투어 ‘블러드 사가’(BLOOD SAGA)는 커리어 하이를 맞은 엔하이픈이 새롭게 내놓은 공연이다. 1~3일 케이스포돔에서 신호탄을 쏘아올린 이번 공연은 서울에 이어 전 세계 21개 도시로 이어진다. 이번 공연은 압도적인 지표로 파급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서울 공연은 선예매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고, 오는 7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공연은 오픈 직후 단숨에 매진돼 두 차례나 추가 회차를 확정지었다. 케이팝 보이그룹 중 최단기간 일본 3대 돔 투어라는 기록을 보유한 이들은 이번 투어를 통해 4대 돔을 석권하며 글로벌 위상 또한 공고히 할 전망이다.‘피의 서사’란 파격적인 이름을 붙인 이번 공연은 이들이 축조해온 다크 판타지 세계관을 가장 순도높게 압착해놓은 무대이자, 팬덤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결집지키는 ‘교조적’ 세리머니로 읽히기도 한다. 이날 케이스포 돔은 아이돌의 본질적 맥락과 닿아있는 ‘우상화‘ 행위가 가장 투철하게 발현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인상적인 대목은 ‘피의 추종자’라는 드레스코드다. 검거나 붉은 옷을 입고 박쥐, 송곳니, 혈액, 관 등 뱀파이어와 연결되는 상징적 아이템을 2개 이상 착용한 엔진(팬덤명)은 럭키드로우에 참여해 특전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관객을 세계관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이러한 이벤트는 이들이 전파하는 다크 판타지에 양감을 불어 넣으며 몰입을 더했다.
세계관을 충실하게 반영한 무대 디자인과 구조물,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세트리스트 역시 몰입감을 이끌었다. 이번 공연은 4가지 챕터의 서사가 모여 완성된다. ‘VANISH’(사라지다)로 명명한 첫번째 챕터는 ‘우리의 만남을 가로막는 세상의 억압을 찢고 너에게 향하며 ‘진정한 피의 서사’를 선포’하는 내용을 담았다.
가장 첫 무대는 미니 7집 ’THE SIN : VANISH’의 타이틀곡 ‘KNIFE’가 열었다. 너를 향해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챕터인 만큼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낸 멤버들은 첫 무대부터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냈다.
‘HIDEOUT’(은신처)란 이름을 붙인 챕터 2는 ‘너의 흔적을 쫓아 도착한 아름다운 숲에서 너를 떠올리며 함께할 미래를 노래한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히트곡 ‘Big Girls Don‘t Cry’와 ‘No Doubt’이 경쾌한 시작을 알렸다.
이어 감미로운 멜로디와 매력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Sleep Tight’에서는 은신처를 연상시키는 ‘작은 숲’을 형상화한 구조물이 내려와 서사를 탄탄하게 뒷받침했다. 이후 ‘Moonstruck’, ‘Paranormal’에서는 분위기가 한번 더 반전됐다. 멤버들은 돌출 무대로 나가 팬들과 교감하며 자유로운 에너지를 발산했고 특히 ‘모 아니면 도’, ‘Future Perfect’로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객석에 모인 1만750명의 엔진(팬덤명)이 전원 기립하며 떼창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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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를 넘어 결행으로… 다크 판타지를 ‘현실’로 소환한 150분
챕터 3는 그야말로 이번 공연의 절정이자, 가장 극적인 연출과 전환으로 메시지를 강화하는 파트였다. 세번째 챕터 ‘BLOOD SAGA’(피의 서사)는 마침내 ‘피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의 죄를 짊어지며 사랑을 표출’하는 구간이다. 본격적인 무대의 시작 전 재생된 VCR에서는 사랑을 쟁취하려는 멤버들과 수십명의 붉은 망토를 입은 의문의 세력이 대치하는 액션이 선보였는데, 영상이 끝남과 동시에 망토 무리들이 무대 위로 난입하며 영상 속 다크 판타지는 이윽고 현실이 됐다. 망토 무리들과의 무대에서 흘러나온 곡은 투어 공연에서 첫 선을 보인 ‘Stealer’. 감격에 겨운 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지만 이는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결심(챕터 1)과 몽환(챕터 2)을 지나 챕터 3는 마침내 실행과 결행으로 나아간다. “널 뻔뻔하게 훔쳐”, “금기 위를 달려”란 가사로 대표되는 ‘Stealer’를 지나, 미니 2집 ‘BORDER : CARNIVAL’ 타이틀곡 ‘Drunk-Haze’ 무대에서는 뱀파이어들의 만찬을 연상시키 듯 고딕스러운 테이블 미쟝센이 펼쳐졌다. “달콤한 이 향기도, 붉은 빛 송곳니도, 즐겨봐 이 Carnival”이란 가삿말과 멤버들의 관능적인 테이블 퍼포먼스는 카니발리즘의 미학적 코드를 더듬는 짜릿함을 지나, 마침내 ‘Bite Me’란 물리적 실행에 도달했다. ‘Bite Me’(날 물어)란 행위는 곡 안에서 ‘키스’와 ‘구원’을 함의한다.
뒤이은 ‘Fate’와 ‘CRIMINAL LOVE’는 비로소 하나 된 둘의 결속이 한층 단단해지고 깊어지는 심화의 단계이자 카타르시스가 폭발하는 구간이다.
‘Fate’ 무대에서는 대형 LED를 통해 핏빛 빛물이 쏟아지며 이들의 ‘피의 서사’가 마침내 절정에 치달았음이 암시됐다. 곡이 끝나고 무대 위 홀로 남은 멤버 정원에게는 핀 조명이 내렸고, 이윽고 그는 몸을 던지듯 높은 무대 뒤로 추락하는 듯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정원이 사라진 자리에는 화면을 통해 핏빛 호수에 빠진 한 남자의 실루엣만이 남았다. 객석의 모두가 충격에 잠겨 숨을 죽인 그 순간, 무대 위로 관과 묘지를 형상화한 구조물이 차츰 모습을 드러냈다. 관 위에 누운 정원과 그 주변을 애도하듯 둘러싼 멤버들까지 완전히 베일을 벗으며 마침내 ‘CRIMINAL LOVE’의 전주가 시작됐다 ‘CRIMINAL LOVE’는 웹툰 ‘다크 문: 달의 제단’의 두 번째 OST다. 추상적이던 판타지가 물리적 공간에 또박또박 새겨지고, 이것이 다시 시네마틱한 공연 경험으로 확장되며 비로소 이야기는 형형한 생명력과 텍스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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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와 사운드, 비주얼의 결합, 케이팝 세계관이 도달한 시네마틱 정점
그렇게 쨍한 핏빛으로 황홀하게만 몰아쳤던 정식 공연은 끝이나고 앙코르 파트에 해당하는 챕터 4 ‘LOST ISLAND’(잃어버린 섬)에 도착했다. 해당 파트에서는 ‘여정 끝에 도착한 미지의 섬. 함께라는 믿음으로 우리의 세상을 새롭게 써 내려가자는 외침’을 이야기한다. 보다 편안한 복장으로 객석 가까이 내려온 멤버들은 ‘Lost Island’와 ‘XO’ 등을 연달아 부르며 엔진과의 밀착 호흡을 이어갔다. 6명의 멤버들 그리고 1만 여명이 관객이 150분이란 동안 함께 호흡한 엔하이픈의 새 월드투어 ‘BLOOD SAGA’ 2일 공연은 케이팝 세계관이 얼마나 더 세밀하게 그려지고 깊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이것이 시네마틱 공연 경험으로서 얼마나 큰 폭발력을 지닐 수 있는지를 증명한 무대였다. 단순히 시각적 콘셉트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텍스트와 사운드, 그리고 비주얼에 해당하는 퍼포먼스와 연출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좀처럼 뚜렷한 예술적 성취를 완성했다.
지난 6년간 엔하이픈이 지속해온 장르 실험은 모두가 편승하는 시류에는 단단히 결계를 치고, 자기만의 세계에 부지런히 물을 주고 밭을 일구면서 울창한 숲을 이루는 일에 가까웠다. 그리고 지금 공연을 통해, 그들이 가꿔낸 고유한 세계의 장막을 한 겹 한 겹 걷어내는 일은 전례 없이 유희적이고 탐미적이기만 하다.
이제 케이팝 세계관의 판타지를 두고 믿고 안믿고의 사상검증이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낡아빠지고 구태의연하다. 가능 세계는 원래가 현실 아닌 대안적 세계를 말하지만 언제나 현실에 근거한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이듯, 속는 만큼 황홀할 뿐이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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