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ry president Park Chan-wook poses for photographers at the jury photo call at the 79th international film festival, Cannes, southern France, Tuesday, May 12, 2026. (AP Photo/Andreea Alexandru)

Jury president Park Chan-wook poses for photographers at the jury photo call at the 79th international film festival, Cannes, southern France, Tuesday, May 12, 2026. (AP Photo/Andreea Alexandru)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같은 세계 3대 영화제로 묶이지만, 칸 국제영화제의 출발은 올초 베를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칸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에 위촉된 감독 박찬욱이 예술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드러내 국제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3일(한국 시간) 제79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개막과 함께 영예의 황금종려상 향배를 가를 경쟁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에서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은 영화 예술 내 정치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정치와 예술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예술 작품이 정치적 진술을 담고 있다 해서 그것을 예술의 적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 반대로 정치적 메시지가 없다 해서 작품 가치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라고도 말을 더했다.

박 감독은 “훌륭한 정치적 메시지도 예술적으로 충분히 구현되지 못한다면 결국 ‘프로파간다’에 머물 뿐”이라는 경계도 더했다. 정치적 메시지의 유무를 떠나, 그것을 얼마나 깊이 있고 창의적으로 구현하느냐가 예술의 본질이라는 점을 짚은 셈이다. 최근 영화계가 메시지 중심 담론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작품 자체의 완성도와 표현 방식’을 우선시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Jury president Park Chan-wook, sixth from left, poses with jury members Demi Moore, Isaach de Bankole, Laura Wandel, Stellan Skarsgard, Chloe Zhao, Ruth Negga, Diego Cespedes and Paul Laverty pose for photographers at the jury photo call at the 79th international film festival, Cannes, southern France, Tuesday, May 12, 2026. (AP Photo/John Locher)

Jury president Park Chan-wook, sixth from left, poses with jury members Demi Moore, Isaach de Bankole, Laura Wandel, Stellan Skarsgard, Chloe Zhao, Ruth Negga, Diego Cespedes and Paul Laverty pose for photographers at the jury photo call at the 79th international film festival, Cannes, southern France, Tuesday, May 12, 2026. (AP Photo/John Locher)

이번 발언이 더욱 주목받는 배경은, 올초 독일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불거졌던 논란과 맞물려 있다. 당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이었던 감독 빔 벤더스는 가자 지구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영화인은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해당 발언은 현실 문제에 대한 영화인의 책임을 외면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고, 일부 영화인들의 영화제 보이콧 움직임까지 불러오기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박찬욱 감독은 예술과 정치의 관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했다. 정치적 메시지를 무조건 배척하지도, 반대로 메시지만으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지도 않는 태도를 통해 예술성과 사회적 발언 사이의 균형점을 제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단에는 위원장인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데미 무어, 루스 네가, 클로이 자오,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 9명의 영화인이 이름을 올렸다. 우리 영화는 나홍진 감독의 야심작 ‘호프’가 경쟁 부문에 올랐다. 경쟁 부문 최고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의 향배는 23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