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렉스 바비치가 만든 높이 10.9m의 삼각형 지지대. (출처=AP/뉴시스)
전봇대와 맞먹는 거대한 해바라기가 미국 인디애나의 한 뒷마당에서 피어났다. 주인공은 우크라이나 출신 이민자로, 그는 이 꽃을 전쟁 4년 차를 맞은 조국에 바치는 헌사라고 밝혔다.
13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출신 이민자 알렉스 바비치(47)는 자택 뒷마당에서 높이 10.9m에 달하는 해바라기를 길러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랐다.
■ 어떻게 10.9m 해바라기가 가능했나?
이는 2014년 독일의 한스페터 쉬퍼가 세운 기존 기록(9.17m)을 10년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바비치는 2018년부터 씨앗을 심고 튼튼한 묘목만 골라내며 정성껏 키웠다. 특히 줄기가 높이 뻗을 수 있도록 삼각형 지지대를 직접 설계한 점이 주효했다.

사다리를 타고 해바라기를 관리하는 알렉스 바비치. (출처=AP/뉴시스)
이번 성과에는 가족의 도움이 컸다. 10살 아들은 매일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꽃 위에 네잎클로버를 올리며 행운을 빌었고, 그 덕분에 꽃의 이름은 ‘클로버(Clover)’로 불리게 됐다. 온 가족이 정성을 쏟은 끝에 4년 만에 미국 기록(7.67m)을 넘어섰고, 올해 마침내 세계 기록까지 경신했다.
기네스북 관계자는 “오랫동안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여겨지던 기록을 1.7m 차이로 압도적으로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의 해바라기밭에서 우크라이나 제65기계화여단 신병들이 군사 훈련을 하고 있다. (출처=AP/뉴시스)
해바라기는 우크라이나의 국화로, 평화와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2022년 러시아 침공 당시 국경 도시 헤니체스크에서는 한 여성이 러시아 군인에게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넣어라. 네가 죽은 자리에 해바라기가 필 것이다”라고 외친 영상이 전 세계에 퍼졌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이후 방사능 오염토를 정화하기 위해 방대한 해바라기씨가 심어진 일화도 유명하다. 바비치 역시 체르노빌 참사를 피해 미국으로 이민 온 만큼 해바라기에 특별한 애정을 담았다.

알렉스 바비치의 모습. 기네스북에 오른 해바라기를 배경으로 웃고 있다. (출처=AP/뉴시스)
바비치는 “내가 죽어도 해바라기의 이야기는 남을 것이다. 내 아이와도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우리는 학살이 멈추기만을 기도한다”며 “이 꽃이 사람들에게 평화의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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