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기 뺀 담백한 노트북, HP 파빌리온 G6 1019TX

입력 2011-06-01 18: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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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라인업이 워낙 다양해 오래 근무한 나도 헷갈린다.”

HP의 제품마케팅 담당자가 털어놓는 고충이다. 글로벌 노트북 업체 1위인 HP(휴렛팩커드)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프리미엄에서 보급형까지 수십 종의 노트북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음식으로 치자면 ‘엔비(Envy)’와 ‘엘리트북(EliteBook)’이 안심 스테이크나 고급 한정식에 비유할 만 하고, ‘미니(MINI)’와 ‘프리자리오(Presario)’는 먹기 간편한 샌드위치나 김밥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파빌리온(Pavilion)’과 ‘프로북(ProBook)’은 가정식에 해당될 테고.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보급형 노트북인 파빌리온 안에서도 또 여러 모델이 분포돼 있다. 파빌리온 dv시리즈는 HP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제품으로 꽤 강력한 성능과 유용한 부가기능을 자랑한다. 가정식 중에서도 반찬 가짓수가 많고 메인 요리도 맛깔스러운, ‘오늘 엄마가 신경 좀 쓴’ 만찬 정도가 되겠다. 물론 고기 반찬이나 생선구이는 없더라도 된장찌개와 정갈한 밑반찬 몇 개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소박하지만 한 끼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가정식 ‘백반’과 같은 제품은 없는 것일까?

당연히 있다. dv시리즈 바로 아래 라인업인 G시리즈가 그것이다. CPU, 하드 드라이브 용량, 그래픽 카드 등 갖춰야 할 것은 다 갖췄지만 HP가 자랑하는 비츠 오디오 시스템이나 지문 인식 시스템 같은 고급 부가기능은 없다. 기름기 쪽 뺀 담백하고 영양 많은 진짜 가정식 백반인 셈이다. 이 중 15.6인치 노트북에 해당하는 파빌리온 G6 1019TX(이하 G6)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래뵈도 해외에선 ‘패셔니스타’입니다

원래 G시리즈의 특징은 다양한 색상이다. 쿨 블랙(cool black), 샴페인 골드(champagne gold), 얼 블루(Earl blue), 퍼플 판타지(purple fantasy), 스윗 핑크(sweet pink), 체리 레드(cherry red), 차콜 그레이(charcoal grey), 소노마 레드(Sonoma red) 등 생소하고 다양한 색상의 외관이 강점이다. 또한 탈착이 가능한 노트북 케이스를 번들로 제공해 색상을 바꿀 수도 있다. 패션과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에게 걸맞은 노트북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차콜 그레이와 소노마 레드 두 가지 색상 모델만 선보인다. 일단 간(?)을 본 후 반응이 좋으면 다른 색상도 들여올 것으로 짐작된다. 수익을 따져야 하는 기업의 입장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G시리즈의 특장점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리뷰를 진행하게 될 G6의 색상은 차콜 그레이다. 노트북 상판과 팜레스트 부분은 밝은 회색, 모니터 베젤과 키보드 부분은 검정에 가까운 회색이다. 여기에 상판과 하판을 연결하는 밝은 회색빛의 힌지가 포인트가 됐다. 짙은 회색과 밝은 회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모습이 마치 잘 재단한 남성 캐주얼 정장과 같다. 여대생이 쓰기에는 다소 진중하지만, 20~30대 남성들이 들고 다니면 제법 감각 있다는 소리를 들을 만 하다.


무게는 2.38kg으로, 비슷한 성능의 다른 노트북들과 별 차이가 없다. 남성 직장인들이 백팩에 넣고 다닌다면 큰 부담이 없겠지만, 여대생들이 토드백에 넣고 다니기에는 좀 무겁다. 빨강, 노랑 등 색상만 봐서는 여성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만한 노트북인데, 무게가 역시 걸림돌이다. 북미에서는 여학생들이 백팩을 메고 다니는 것이 흔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또한 서양인 체격이 동양인보다는 크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여대생용 노트북으로는 부적합하리라 본다. ‘이래서 국내에는 점잖은 색상만 일부 출시됐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국내에서 G6가 성공하려면 소비자 타깃을 젊은 남성으로 잡아야 할 것 같다.


이 밖에 독립식 형태의 키보드나 팜레스트와 연결된 터치패드가 특이하긴 하지만 크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키보드의 키감이나 터치패드의 터치감은 평이한 수준이고, 디자인도 그다지 눈길을 끌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반적인 노트북이라면 팜레스트에 으레 다닥다닥 붙어있는 각종 스티커가 달랑 3개밖에 없다는 점이 더 신기하다. ‘인텔 코어 i5’, ‘윈도우7’, ‘라데온 그래픽스’가 전부다. 정말 웬만한 부가기능은 다 빼버린 것 같다.


엔터테인먼트 강화 노트북이라고요? 확실합니까?

G6가 내세운 또 하나의 특징은 음악 및 영화 감상에 걸맞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이다. 그 근거는 HD 브라이트뷰 디스플레이, 알텍 랜싱 스피커, SRS 프리미엄 오디오 기술에 있다. HD 브라이트뷰 디스플레이는 일반 화면보다 더 선명하고 밝은 영상을 제공하고, 알텍 랜싱 스피커는 노트북용 스피커로 명망이 높으며, SRS 프리미엄 오디오 기술은 꽤 우수한 사운드 시스템이다.


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는 웬만한 노트북에 다 탑재되어 있는 것들이다. 저가형 넷북보다야 확실히 좋겠지만, 동급 노트북에 비해 뛰어나다고 보기는 힘들다. 엔터테인먼트 전용 노트북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기본적인 성능이 평균 이상인 보급형 노트북이라고만 이해하면 되겠다. 실제로 태생적으로 저질 시각과 막귀를 보유한 본 리뷰어는 다른 노트북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어쨌든 기본기는 탄탄하다. 인텔 2세대 코어 i5 2410M CPU, 4GB 메모리(8GB까지 업그레이드 가능), 640GB 하드 드라이브(5400rpm), AMD 라데온 HD 6470M 그래픽카드, 64비트 MS 윈도우7 홈프리미엄 64비트가 탑재됐다. 웹검색, 동영상 및 음악 감상에는 전혀 무리가 없으며, 웬만한 온라인 게임도 충분히 구동 가능하다. 일부 보급형 노트북은 내장 그래픽의 한계 때문에 온라인 게임 그래픽 수준을 일정 이상 올리지 못하는데 G6는 그럴 일은 없다. 어떤 용도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에 HP 이름값은 하는 노트북이다.


게임은 가끔만 하세요

마지막으로 게임 구동 능력을 점검했다. 성능 점검에서 합격점을 받았으니 고사양 3D 게임은 무리라고 해도 웬만한 온라인 게임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많은 사용자층을 확보해야 하는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요구 사양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 FPS 게임 ‘아바’를 실행했다. 아바는 2007년에 제작된 게임으로, 현재는 웬만한 노트북에서 원활하게 구동되는 게임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G6에서도 무리 없이 실행됐고 게임 내내 끊김은 없었다.


다음은 MMORPG 게임인 ‘테라’였다. 테라의 그래픽 옵션은 0부터 6까지 조절할 수 있는데 웬만한 고사양 노트북이 아니면 최고급 옵션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중간 단계만 돼도 꽤 쓸만한 노트북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 단계인 3으로 설정하고 실행해본 결과, 게임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끊김 현상 때문에 매끄러운 플레이는 불가능했다. 그래픽 옵션을 중간 이하로 내린다면 무난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G6의 게임 성능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팬이 돌아가는 소리가 꽤 크게 들리는 것이 신경 쓰인다. 소음계에 나타난 수치는 약 63dB로, 조용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긴다면 다른 사람에게 충분히 민폐를 끼칠만한 수준이다(참고로 사무실의 일상 소음은 약 50dB). 물론 게이밍 노트북이 아닌 일반 노트북 특성상 게임 구동 시 어느 정도의 소음은 감안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참고로 게임 실행이 아닌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그 보다 조용하고 차분함을 유지한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발열이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왼쪽 키보드와 팜레스트 부분이 무섭게 달아올랐다. 온도계로 측정해본 결과 특정 자판의 온도는 44도까지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냉각 기술을 탑재한 게이밍 노트북의 경우 보통 30도 정도). 뜨거워서 도저히 게임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발열에 민감한 사용자의 경우 오래 게임을 즐기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을 내리자면, G6로 온라인게임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다지 쾌적하게 즐길 수는 없다. 따라서 주로 게임을 하기 위해 노트북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G6 말고 다른 게이밍 전용 노트북을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게임 이외에 다용도로 쓰기 위해 노트북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에게는 G6로도 충분하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G6의 출고가는 약 90만원 대다. 꽤 쓸만한 성능을 감안한다면 가격대 성능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동영상 감상, 온라인 게임 등 여러 부문에서 평균 이상의 성능을 내고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어느 한가지 뛰어난 부분이 없다는 말도 된다. 여러 가지 기능을 고루 활용하고 싶은 실속파 사용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다.

글/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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