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우리병원 한상훤 병원장

부천우리병원 한상훤 병원장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유난히 갈증이 심해지는 날이 이어진다면, 단순한 일시적 증상이 아닐 수 있다. 당뇨병은 혈당 수치만으로 판단하기엔 너무 조용하고도 교묘하게 몸속을 파고드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이후 별다른 불편감 없이 지내다 우연한 기회에 당뇨 진단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각 증상이 없거나 가볍다고 해도 결코 안심해선 안 되는 이유다.

당뇨병은 단순히 당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포도당이라는 에너지원이 혈액 속에만 맴돌고 세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발생하는 대사 질환이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제 역할을 못 하면서 체내 에너지 활용이 어려워지는 것이 핵심이다. 혈당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결국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가고, 이 과정에서 다량의 수분이 함께 배출되며 갈증과 소변 증가, 식욕 과다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당뇨병 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식생활이다. 규칙적인 식사와 식이섬유 섭취, 과도한 단순당·지방·염분 섭취 제한이 기본이다. 음주나 폭식은 혈당 조절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꾸준한 운동이 병행되면 혈당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은 식후 30분 정도에 가볍게 시작해 하루 30분 이상, 주 3회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권장된다. 단, 혈당 조절 상태에 따라 운동 강도를 조절해야 하며,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의사와의 상담이 선행돼야 한다.

정기적인 혈액 검사와 안저 검사, 신장기능 평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당뇨병은 발병 자체보다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만성 합병증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망막병증, 당뇨병성 신증, 족부 궤양, 심혈관계 질환 등이 있으며, 한 번 발생하면 치료가 쉽지 않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혈당 조절과 함께 최소 연 1~2회의 관련 정기 검진이 필수다.

하지만 당뇨병은 꼭 이런 증상들을 동반하지 않는다. 아무런 자각 없이도 혈당 수치만으로 진단 기준을 넘을 수 있어 정기적인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당화혈색소(HbA1c) 검사는 단순한 순간 혈당 측정을 넘어,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상태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이 검사는 혈액 내 적혈구의 혈색소가 포도당과 결합한 비율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공복 여부나 식사와 관계없이 언제든 시행할 수 있다. 특정 시점의 혈당 수치가 아닌 전반적인 혈당 관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당뇨병의 진단뿐 아니라 치료 반응 평가에도 필수적인 검사다.

또한 최근에는 보다 세밀한 혈당 관리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CGMS,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System)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몸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24시간 혈당 변화를 5분 간격으로 자동 기록하고, 스마트폰이나 전용 기기에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식사 후 급격한 혈당 상승(혈당 스파이크)이나 야간 저혈당처럼 자가측정으로 놓치기 쉬운 변화를 포착할 수 있어, 혈당의 ‘흐름’을 파악하고 조절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당화혈색소는 장기적인 혈당 조절 상태와 합병증 위험도를 파악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지표이며, 연속혈당측정기는 보다 실질적이고 주체적인 혈당 관리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자신의 혈당 패턴을 알고 꾸준히 관찰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많은 분이 당뇨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하는 병이라며 두려워하지만, 꾸준한 관리와 자기 주도적 건강 습관만 잘 형성해도 삶의 질은 충분히 지킬 수 있다. 당뇨병은 피할 수 없는 병이 아니라, 준비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질환이다.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 작은 생활 습관에서 시작된 변화가 나중에 큰 차이를 만든다. 당뇨병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금 당장은 증상이 없더라도, 자기 몸을 돌아보며 정기적인 검사와 관리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부천우리병원 한상훤 병원장 (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