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음악을 맡아 세계적 주목을 받은 정재일이 이번에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지옥’을 작곡했다. 서울시향이 정재일에게 위촉한 신작 ‘Inferno’가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세계 초연 무대로 오른다.

이번 작품은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보이지 않는 도시들’에서 영감을 받았다. 정재일은 “인간이 만들어가는 지옥의 풍경”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거대한 화음으로 시작해 혼돈의 소용돌이, 잠시의 평온, 이어지는 불협화음과 비극적 절정으로 전개된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점진적 변화 속에서 칼비노의 마지막 문장과 맞닿는 메시지를 던지며 ‘지옥 한가운데서 지옥이 아닌 것을 찾아 지속시키라’는 울림을 전한다.

공연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로 이어진다. 피아니스트 박재홍이 협연자로 나서 화려한 피아노 기교와 오케스트라의 대화가 어우러진 무대를 선보인다. 24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긴장과 유머, 어둠과 낭만이 교차하는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서울시향 제공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서울시향 제공


박재홍 (c)rohsh

박재홍 (c)rohsh


피날레는 브람스 교향곡 1번이다. 20년 넘는 시간을 들여 완성한 대작으로, ‘베토벤 교향곡 10번’이라는 찬사를 받은 곡이다. 비장한 서주에서 출발해 서정적 선율과 우아한 분위기, 그리고 마지막 4악장에서 빛을 향한 환희가 폭발하는 구조는 가을 밤의 카타르시스를 배가시킨다.

서울시향은 이번 무대를 ‘2025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과 박재홍’이라는 타이틀로 선보인다. 공연은 9월 25일과 26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티켓은 1만 원에서 12만 원이며, 서울시향 누리집과 콜센터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회원 할인과 청년 할인 혜택도 마련돼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