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송이      사진제공 | 앰베서더 서울 풀만호텔

자연산 송이 사진제공 | 앰베서더 서울 풀만호텔




숲의 향기를 접시에 담는 계절이 돌아왔다. 호텔 레스토랑들이 기다렸다는 듯 가을 송이를 식탁 위에 올리고 있다. 짙은 솔향과 특유의 풍미로 ‘가을의 향기’를 책임지는 귀한 식재료, 송이버섯. 호텔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송이를 해석하며 계절 한정 미식 경쟁에 나서고 있다.

송이버섯은 소나무와 공생하는 버섯으로, 인공 재배가 거의 불가능해 대부분이 자연산이다. 동의보감에는 “송이는 나무에서 나는 버섯 가운데 으뜸”이라 적혀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왕에게 진상하거나 사신에게 선물한 기록이 여럿 등장한다.

맛은 부드럽고 향은 강렬하다. 만지면 손끝에 배일 정도로 향이 깊어, 살짝 구워도 존재감이 확실하다. 익히면 향이 더욱 진해지기에 구이, 국물, 찜 어디에 써도 ‘가을의 냄새’를 낸다.
호텔 업계는 이 향을 어떻게 담아낼까.

송이버섯을 활용한 웨스틴 조선 서울 ‘스시조’의  요리.

송이버섯을 활용한 웨스틴 조선 서울 ‘스시조’의 요리.


웨스틴 조선 서울의 일식당 ‘스시조’는 송이버섯과 잎새버섯, 만가닥버섯을 듬뿍 넣은 ‘가을 버섯 돌솥밥’과 보탄에비를 돌판에 구운 ‘보탄에비 이시야끼’를 선보인다. 중식당 ‘홍연’은 자연산 송이 소고기와 왕새우찜을 한 상에 담은 ‘중추가절’ 코스로,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는 송이 전복, 채끝 바비큐, 가리비 냉채말이 등으로 시즌 분위기를 완성했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 중식당 유에 ‘자연송이의 계절’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 중식당 유에 ‘자연송이의 계절’


쉐라톤 그랜드 인천의 중식당 ‘유에’는 이름부터 운치 있는 ‘자연송이의 계절’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5코스 세트엔 자연송이 비파두부, XO소스 바닷가재, 자연송이 한우 안심볶음이 등장한다. 식사는 탕면 또는 볶음밥, 짬뽕, 짜장 중 선택할 수 있다. 단품 메뉴도 풍성하다. 자연송이 소고기 덮밥, 자연송이 아스파라거스 볶음, 해삼·전복 요리 등으로 폭을 넓혔다.
여의도 메리어트 ‘Autumn on a Plate’ 디너 코스

여의도 메리어트 ‘Autumn on a Plate’ 디너 코스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 ‘파크카페’는 ‘Autumn on a Plate’라는 이름으로 송이버섯을 메인 요리에 끌어들였다. 미국산 안심이나 호주산 양갈비 스테이크에 송이버섯을 곁들이고, 디너 코스엔 전복구이를 추가했다. 추석 연휴엔 20% 할인, 이후엔 10% 할인 혜택도 제공해 특별한 모임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의 중식당 ‘호빈’은 이름처럼 가을 맛을 담은 ‘추미칠품’을 선보였다. 자연송이구이 전채, 토마토 속 킹크랩 제비집, 북경오리 껍질, 자연송이 해삼, 버섯탕면, 볶음밥, 후식까지 이어지는 7코스로 구성돼 ‘가을 한상’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송이버섯의 매력은 향 하나로 요리의 인상을 바꾼다는 데 있다. 쉐프들 사이에선 송이가 다른 재료의 향을 감싸는 버섯으로 통한다. 살짝 익히면 고소한 솔향이 퍼지고, 육수에 넣으면 은근한 단맛이 난다. 전복, 새우 같은 해산물과도 잘 어울린다. 일본에선 도기 주전자에 국물을 낸 ‘도빙무시’로 송이의 맛과 향을 즐긴다.
결국 송이버섯의 매력은 향 그 자체에 있다. 한철의 재료가 주는 짙은 향이 가을이라는 계절을 완성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