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느 방송인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성이 쓰는 생리휴가를 두고 “남녀 갈등만 촉발하는, 아주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고 규정했다고 들었다. 아마도 그는 생리가 여성의 몸에 얼마나 큰 통증과 피로,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여성에게는 일상생활 자체를 어렵게 만들 정도의 불편과 고통을 동반하는 생리적 현상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생리를 단순히 매달 반복되는 자연스러운 현상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진통제를 먹고도 식은땀을 흘리며 출근하는 사람, 수업 시간 내내 통증을 참다가 조퇴하는 학생, 생리 첫날이면 하루 종일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생리는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같지 않다.

생리란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두꺼워졌던 자궁내막이 수정란을 만나지 못했을 때 혈액과 함께 몸 밖으로 배출되는 과정이다. 쉽게 말해 한 달 동안 준비했던 작은 ‘생명의 방’을 철거하는 공사와 같다. 문제는 이 철거 과정이 생각보다 거칠다는 점이다.

생리 기간이 되면 자궁은 안에 남아 있는 혈액과 내막 조직을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반복적으로 수축한다. 이때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자궁 수축을 촉진하는 동시에 통증도 야기한다. 프로스타글란딘 분비가 많을수록 자궁은 더 세게 쥐어짜고, 통증은 더 강해진다. 다시 말해 생리통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라 자궁 근육이 실제로 반복 수축하면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현상이다.

흔히 출산 전 여성들이 생리통을 더 심하게 겪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의 자궁경부는 상대적으로 좁고 단단하다. 좁은 출구로 많은 양의 물을 밀어내려면 더 큰 압력이 필요한 것처럼 자궁 역시 더 강하게 수축해야 한다. 특히 젊은 여성일수록 프로스타글란딘 분비가 활발한 경우가 많아 하복부 통증뿐 아니라 허리 통증, 메스꺼움, 설사, 두통까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여성들이 출산 후 생리통이 줄었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출산을 거치면서 자궁경부가 넓어지고 자궁의 수축 양상도 일부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부인과에서는 오래전부터 “아이를 낳고 나면 생리통이 좀 줄 수 있다”는 말을 해왔다.

물론 모든 생리통을 정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통제를 먹어도 견디기 어렵거나 점점 통증이 심해진다면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골반염증성 질환 같은 질환이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생리통은 때로 몸이 보내는 구조 신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생리휴가 제도가 만들어졌다. 생리휴가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할 경우 월 1일의 휴가를 부여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상의 권리다. 물론 일부에서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의 부정사용 가능성만으로 제도 전체를 ‘악습’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마치 병가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병가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대로 여성들 역시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다. 정작 생리 기간에는 통증을 참고 출근하면서 생리가 아닌 날에 편의적으로 생리휴가를 사용하는 문화 역시 제도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권리는 목적에 맞게 사용될 때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생리휴가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휴가 하루가 아니다. 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생리통에 대한 이해다.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은 쉽게 과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학은 분명히 말한다. 생리통은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몸 안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생리학적 사건이다. 제도를 비판하기 전에 먼저 통증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논쟁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조정현 원장/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연세대 의대 졸업, 강남차병원 교수, 미즈메디강남 원장 역임

조정현 원장/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연세대 의대 졸업, 강남차병원 교수, 미즈메디강남 원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