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남성들에게 몸은 하나의 경쟁력이 됐다. 한때는 좋은 학벌과 직장이 자신을 증명하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탄탄한 가슴, 선명한 복근, 넓은 어깨가 또 하나의 이력서가 되고 있다. SNS를 열면 운동 전후 사진과 근육을 자랑하는 게시물이 넘쳐나고, 헬스장은 건강을 관리하는 공간을 넘어 자신을 보여주는 무대가 됐다. 더 크고 더 선명한 몸을 만들기 위한 경쟁은 이제 특별한 사람들만의 문화가 아니라 평범한 청년들의 일상이 됐다.

그러나 화려한 근육 뒤에서는 의외의 변화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겉으로는 누구보다 건강해 보이지만 정작 생식기능은 크게 저하된 젊은 남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난임 분야에서는 단백동화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 제제의 무분별한 사용을 그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피트니스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과 대학생들까지 근육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 약물의 도움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남자다운 몸을 만들어 주는 주사’, ‘근육 성장의 비밀’이라는 표현이 어렵지 않게 등장하지만, 인체는 광고 문구처럼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면 정자도 더 많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름부터가 남성호르몬이니 남성성이 강화되고 생식력도 함께 좋아질 것이라는 추론은 얼핏 상식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생식생리학은 우리의 직관과 종종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정자는 고환이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뇌와 고환이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유지하는 정교한 생물학적 시스템 속에서 생산된다. 뇌하수체는 LH(고환에서 남성호르몬 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와 FSH(정자 생성을 자극하는 호르몬)를 분비해 고환에 지속적으로 생산 명령을 내리고, 고환은 그 신호를 받아 남성호르몬과 정자를 만들어낸다.

문제는 외부에서 남성호르몬이 반복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혈액 속 호르몬 농도가 충분하다고 판단한 뇌는 더 이상 LH와 FSH를 분비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한다. 그 결과 고환 내부의 남성호르몬 농도는 떨어지고 정자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함께 억제된다. 쉽게 말하면 몸은 풍족해 보이는데 공장은 멈춰 버리는 셈이다. 겉으로는 근육이 커지고 어깨가 넓어지지만, 고환 안에서는 생식세포를 생산하는 공장이 조용히 가동을 멈추기 시작한다.

실제 평소 운동으로 다져진 체격의 젊은 남성이 임신이 되지 않아 검사를 받았다가 정자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세히 병력을 살펴보면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단백동화스테로이드나 남성호르몬 주사를 사용한 사실이 확인되곤 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자신이 사용한 약물의 성분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몸을 만드는 데는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그 과정에서 생식기능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는 한 번도 설명을 듣지 못했던 것이다.

SNS는 이러한 현상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화면 속에는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 근육과 완성된 몸매가 끊임없이 등장하지만, 그 이면의 생식력은 누구도 보여주지 않는다. 복근은 사진으로 남지만 정자 수는 사진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넓어진 어깨는 자랑할 수 있지만 위축된 고환은 드러나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선택이 결혼 후 아이를 계획하는 순간 비로소 후회로 돌아오는 이유다.

물론 모든 남성호르몬 치료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의학적으로 진단된 남성호르몬 결핍증은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다만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남성이라면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같은 남성호르몬 이상이라도 생식능력을 유지해야 하는 환자에서는 일반적 남성호르몬 보충요법 대신 다른 치료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인터넷 정보 및 주변 권유만 믿고 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운동은 오히려 생식기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생활습관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체중 관리는 정자의 수와 운동성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운동이 아니라 결과를 서두르는 마음이다. 땀으로 만들어야 할 시간을 약물로 단축하려는 순간, 몸은 우리가 기대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 근육은 몇 달이면 만들 수 있지만, 생식력은 그렇게 쉽게 되돌릴 수 없다. 아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 키워야 할 것은 근육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생식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정현 원장/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학술전문위원, 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연세대 의대 졸업, 전 강남차병원 교수, 전 미즈메디강남 원장 역임

조정현 원장/현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학술전문위원, 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연세대 의대 졸업, 전 강남차병원 교수, 전 미즈메디강남 원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