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러브 스테이지] 박혜나 “오랜 만이네, 엘파바 왈칵, 눈물이 나더라”

입력 2016-04-0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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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초록색 바람’을 일으켰던 뮤지컬 위키드의 박혜나가 3년 만에 엘파바(작은 사진)로 돌아온다. 배우 김찬호와 최근 결혼해 신혼의 달달함을 만끽하고 있는 박혜나는 “지난 3년간의 삶이 이번 엘파바에 묻어나올 것”이라며 무대에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2013년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초록색 바람’을 일으켰던 뮤지컬 위키드의 박혜나가 3년 만에 엘파바(작은 사진)로 돌아온다. 배우 김찬호와 최근 결혼해 신혼의 달달함을 만끽하고 있는 박혜나는 “지난 3년간의 삶이 이번 엘파바에 묻어나올 것”이라며 무대에 설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클립서비스

■ 뮤지컬 ‘위키드’의 박혜나


다른 작품 하며 벗어나려 노력도
내 안에 켜켜이 쌓여 있던 엘파바
5∼6월 대구·7∼8월 서울서 공연


뮤지컬 위키드가 돌아온다. 초록피부의 4차원녀 엘파바와 찬란한 금발을 가진 애교쟁이 야심가 글린다의 파란만장 좌충우돌 스토리. 위키드가 돌아온다는 것은, 빗자루를 타고 공중으로 치솟으며 ‘중력 반항(?)’을 외치던 박혜나(34)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다.

2013년 한국어 공연으로는 처음 막을 올려 장장 11개월이나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블록버스터 뮤지컬이다. 아쉽게도 올해는 대구(5월 18일∼6월 19일·계명아트센터)와 서울(7월 12일∼8월 28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딱 11주간만 공연한다.

서울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인근의 한 카페에서 박혜나 배우를 기다렸다. 문이 열리고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며 들어서던 박혜나가 기자를 보더니 그만 ‘빵’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 했더니 오늘 기자님하고 인터뷰였어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잘 살아야”

박혜나는 2013년 초연 때 엘파바를 맡아 국내 최다기록인 144회의 공연을 했다. 새삼 연습씩이나 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무대에 오르면 될 것 같다.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 사실 위키드 이후 다른 작품들을 하면서 일부러 엘파바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워낙 오래 했으니까. 그래서일까. ‘오랜 만에 한 번 해볼까’하고 노래를 딱 하려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엘파바의 뭔가가 내 안에 켜켜이 쌓여 있었던 걸까.”

박혜나는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을 맡아도 손에 잡힐 듯 선명한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몇 안 되는 배우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을 ‘켜켜이’ 쌓아 오늘의 박혜나가 완성됐다. 하지만 박혜나는 “뮤지컬 배우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운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스스로 “난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여긴다.

“위키드를 하기 전까지의 나는 엘파바와 비슷한 면이 많았다. 오르고 싶은 곳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피해의식과 열등의식이 있었다. 왜 나는 안 될까. 지금의 나는 ‘그 부분’을 잃었을 수도 있다. 지난 3년간 난 잘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이번 엘파바에게 도움이 될지 반대로 독이 될지는 모르겠다. 이 두려움이 발전적인 형태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초연 때는 엘파바를 옥주현, 김선영과 함께 맡았다. 이번에는 차지연이다. 차지연과는 소속사(알앤디웍스)도 같아 친분이 깊다. 차지연은 “내게 위키드는 어려워. 역시 난 한이 있어야 돼”라면서도 콘서트 같은 걸 할 때엔 “한의 여신, 섹시 카리스마 이런 거 말고, ‘귀염둥이 차지연’으로 소개해 달라”고 한단다. 결혼을 하더니 차지연도 웃음이 많아졌다.

박혜나는 “요즘 들어 배우란 이름이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다”고 했다. 박혜나는 반짝 스타가 아닌, 밑에서부터 한 계단씩 올라 지금의 자리에 오른 대기만성의 스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비슷한 이미지의 배우로는 윤공주가 있다.

“내가 나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누군가의 본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더욱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리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도 결국 그 안에 배우가 나타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배우는 평소에 ‘잘’ 살아야 한다. 나도 잘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혜나는 지난해 11월 한 살 아래의 김찬호와 결혼했다. 신혼재미가 달달하지만 두 사람 모두 배우이다 보니 연습이나 공연이 끝난 밤에만 만날 수 있다. 박혜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같이 있을 수 있게 둘이 분식점을 차리자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라며 웃었다.

위키드에서 박혜나가 부르는 ‘디파잉 그래비티’는 용맹했고, ‘노 굿 디드’는 더없이 처연했다. 그의 연기와 노래에 관객의 마음은 초록색으로 물들어갔다. 3년 동안 위키드를 떠나 ‘잘 살고’ 돌아오는 박혜나 엘바파의 초록색은 얼마나 더 진해져 있을까. 5월, 7월이 성큼 왔으면.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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