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에비앙 챔피언십을 올림픽 시험 관문으로…”

입력 2021-07-05 15:1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주며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터. 더구나 끝까지 가슴을 졸이는 1타 차 우승. 18번(파4) 홀에서 1.2m 파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리며 시즌 첫 승이자 통산 8승을 확정한 고진영(26)은 잠시 하늘을 쳐다보며 상념에 젖었다. 만감이 교차한 듯 했다.

4개 월 전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고진영은 “넉 달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때문에 귀국도 못했다.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감사드린다”며 우승 소감을 밝힌 뒤 “더구나 지난 목요일은 아버지 생신이었다. 좋은 생신 선물이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마침 7일은 고진영의 26번째 생일이다. 다음은 우승 확정 직후 LPGA 투어와 가진 인터뷰.


-우승을 축하한다. 이르지만 생일도 미리 축하한다.

“감사하다. 지난 몇 대회 동안은 ‘골프 사춘기’ 같았다. 버디를 하면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이 내 장점인데 지난 몇 개월 동안 버디만 하면 그 다음에 항상 공의 바운드가 좋지 않거나 무언가를 맞고 나가는 등의 불운이 있었다. 그래서 심적으로 많이 괴로웠다. 스윙이나 공 맞는 것, 퍼팅은 잘 됐는데 뭔가 될 듯하면서 안 되니까 힘들었다. 그냥 ‘아, 골프 사춘기가 왔구나’ 하면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고 ‘사춘기 또한 나쁘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고, 업그레이드된 선수가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7월이 되자마자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다. 지난 목요일에 생신이셨던 아빠한테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우승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꼽는다면.

“어제(4일)가 굉장히 힘들었다. 내가 거의 10년 넘게 하루에 18홀 이상을 친 적이 없었다. 10년 전 17살 때도 18홀 이상을 친 적이 거의 없었다. 어제 32홀을 치면서 체력 훈련을 많이 해야겠다는 걸 느꼈다. ‘체력이 많이 떨어졌구나, 나이가 좀 들어서 회복력이 떨어지는구나’라고 느꼈다. 너무 힘드니까 잠도 잘 못자고 몸이 지쳤었다. 어떻게 보면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던 것 같다.”


-마지막 퍼트를 한 후 하늘을 바라보며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무슨 생각을 했는가.

“일단 지난 몇 개 대회에서 힘들면서, 어떻게 내가 가지고 있는 걱정과 염려를 내려놓고 경기할 수 있을까에 대해 기도를 많이 했다. 그런 점이 생각이 났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천국 가신 지가 4개월이 좀 넘었다. 한국에 갈 수 없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입관하시는 것도 못 봤는데, 할머니 생각도 많이 났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지금은 천국에서 보고 계실 걸 생각하니까 뭉클했고, 분명히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올림픽 준비도 해야 한다. 앞으로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에비앙대회에 나간 후에 도쿄 올림픽으로 갈 생각이다.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기 전까지는 체력이나 스윙감 같은 부분을 좀 더 완벽하게 보완할 것이다. 시험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에비앙 대회에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본 후에 도쿄로 건너 갈 생각이다.”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이 향후 출전하는 첫 대회가 되는 것인가.

“그렇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