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선수 박찬호? 스스로 격(格) 떨어뜨린 신한동해오픈

입력 2023-09-05 09:2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39회 신한동해오픈 포스터 이미지

신한금융그룹(회장 진옥동)이 주최하는 제39회 신한동해오픈이 7일부터 나흘간 인천에 있는 클럽72CC 오션코스에서 열린다. 2019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 아시안투어 3개 투어가 처음 공동주관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회로 발돋움한 신한동해오픈은 올해 역시 세 투어의 최정상급 선수들만 출전한다.

그런데 추천선수로 참가하는 낯익은 이름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코리안특급’ 박찬호다. 2021년 4월 군산CC 오픈, 7월 야마하·아너스K 오픈에 나섰던 박찬호가 코리안투어 정규대회에 출전하는 건 지난해 5월 우리금융 챔피언십, 6월 SK텔레콤 오픈에 이어 이번이 벌써 5번째다.

2021년 코리안투어에 처음 나섰을 때만해도 여자골프 인기에 미치지 못하는 남자골프의 현실을 감안한 ‘홍보성 이벤트’로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 했다. 박찬호를 통해 팬들의 관심을 끌고, 남자프로골프가 미디어에 한 번이라도 더 노출되겠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한골프협회의 핸디캡 3 이하 공인 인증서를 획득한 아마추어 박찬호의 코리안투어 추천선수 출전이 규정을 어긋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박찬호의 출전은 더 이상 화제가 되지도, 감흥을 주지도 않는다. 이전 4차례 출전에서 매번 최하위권 성적으로 컷 통과에 실패한 것을 언급하려는 게 아니다. 박찬호가 야구 선수로서 남긴 업적이나, 그가 가진 남다른 골프 사랑을 폄훼하려는 것도 아니다.

박찬호의 추천선수 출전은 3개 투어 공동 주관을 강조하며 ‘아시아 최고 무대’를 자부하는 신한동해오픈의 격(格)을 스스로 떨어뜨린 것이다. 남자골프계 한 관계자는 “셀러브리티가 출전하는 프로암대회라면 모를까 왜 또 박찬호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한국은 물론 일본, 아시아에서 정상급 선수들만 참가하는 대회다. 신한금융그룹이 박찬호를 추천선수로 넣으면서 스스로 대회 위상을 추락시켰다”고 밝혔다. 지난주 코리안투어 LX 챔피언십 현장에서 만난 한 선수는 “한두 번도 아니고…. 직업 골프선수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박찬호는 개막에 앞서 6일 펼쳐지는 신한동해오픈 스킨스 채리티에 유명 연예인, 신한금융 후원선수 4명과 함께 나선다고 한다. 신한금융그룹이 박찬호를 굳이 ‘모시고’ 싶었다면 스킨스 채리티 출전만으로도 충분하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건 박찬호에게 귀중한 엔트리 한 자리를 건네면서 간절한 마음으로 신한동해오픈 출전을 원했던 그 누군가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코리안투어 규정에 따르면 한국프로골프협회와 타이틀 스폰서는 출전 선수 규모의 10% 이하로 프로 또는 아마추어 선수를 추천할 수 있다. 이번 신한동해오픈은 총 138명이 출전하고, 이중 신한금융그룹이 추천한 선수는 8명이다. 협회는 선수를 추천하지 않았다. 신한금융그룹은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참가할 국가대표 장유빈과 조우영을 엔트리에 포함시켰듯 타이틀 스폰서 권리로 뽑을 수 있는 추천선수 자리를 더 뜻 깊은 선수에게 활용했어야 했다. 마땅한 이가 없다면 7명만 추천하고, 차라리 박찬호의 자리가 엔트리 대기 시드우선순위선수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신한동해오픈은 1981년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을 주축으로 당시 일본 관서 지방에 거주하던 재일교포 골프동호인들이 모국의 골프계와 친선을 도모하고 한국 골프발전 및 우수선수 육성을 위해 창설한 대회다. 동해오픈골프선수권대회로 불리다 1989년 신한금융그룹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뒤 신한동해오픈으로 대회명이 바뀌었다. 남다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신한동해오픈이 품격을 잃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어 유감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