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 감독 “크리스토퍼 인제? 말도 안 돼…나는 박인제” (종합)[DA:인터뷰]

입력 2023-09-13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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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만든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큰 반응을 끌어낸 ‘무빙’. 강풀 작가의 필력과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박인제 감독의 연출력이 더해져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

박인제 감독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디즈니+ 드라마 ‘무빙’ 인터뷰를 진행해 기자들과 만났다.

이날 박인제 감독은 ‘무빙’에 대한 대중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찻잔 속의 태풍 아닐까. ‘오징어 게임’ 정도 돼야 하지 않나. 유튜브에 말초적인 타이틀이 있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세계적인지는 아직 모르겠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박인제 감독은 “좋다”라며 “아직 안 끝났기 때문에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앞으로 5편이나 남았는데, 남은 5편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조인성, 한효주, 차태현, 류승룡 등 한 작품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배우들의 조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캐스팅에 대해 박인제 감독은 “류승범이다. 원래 좋아했다. 액션을 멋있게 할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 외국에서 살아서 영어도 잘 됐고. 류승완 감독과의 친분으로 캐스팅을 했다. 선택은 대본을 주고 했다. 다들 대본을 주고 판단했다. 강풀 작가의 원작이 워낙 훌륭했다. 작품에 나왔던 분들이라 신뢰감이 있어서 작품을 같이 또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빙’의 프랭크 캐릭터 비하인드와 관련해 “원래는 대본 단계에서 프랭크는 서양인이었다. 근데 서양인을 캐스팅해서 액션 스쿨을 보내서 무술을 구사하는 건 리스크가 컸다. 또 그런 배우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차라리 입양을 한 캐릭터로 바꾸는 과정에서 과연 누가 있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무빙’은 500억이라는 제작비로 더욱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인제 감독은 “우리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디즈니에서 생각할 문제였다. 나는 메이커,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잘 만들면 잘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이걸 완성시켰다라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무빙’ 에피소드를 총 20개로 구성한 이유를 묻자, 박인제 감독은 “20개나 되는 회차를 관객들이, 특히 젊은 관객들은 이런 경험이 없을 거다. ‘프리즌 브레이크’나 ‘로스트’를 봤던 세대가 아니지 않나. 20개나 되는 걸 진득이 본다는 건, 나도 못 볼 것 같다. 요새는 회당 50분만 넘어가도 제재가 들어온다. 근데 20개 회차로, 40분 동안 관객을 잡아야겠다는 건 ‘모래시계’다. 그런 압박감이 컸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박인제 감독은 원작인 웹툰 ‘무빙’은 보지 않았다면서 “결론적으로 작품에는 더 괜찮지 않았나 싶다. 작품에 선입견이 있었다면 더 자유로웠던 것 같다. 강풀의 ‘광수생각’은 알고 있다. 일부러 안 본 게 아니라, 습관이 안 돼서 보지 않았다. 만화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박인제 감독이 ‘무빙’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인제 감독은 “무조건 새로운 걸 한다. 입봉할 때도 그랬다. 기자 영화가 없어서 ‘모비딕’을 선택했다. ‘킹덤’도 그랬고, ‘무빙’도 안 해본 것을 해보자고 해서 선택의 기준이 됐다. 아직 부족하고 미숙한 감독이고, 신인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걸 하면서 배우게 된다. 근데 ‘무빙’은 두 가지가 있었다. 아기가 태어났고, 부모 자식의 이야기가 (‘무빙’에) 들어있었다.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이유였다”라며 “(‘무빙’에서) 사람을 날려야하는데, 와이어라고 하는 것에 태워야 한다. 그런 걸 해본 적은 없었다. 후반 작업 CG를 내가 직접 경험해서 작품에서 구현할 수 있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박인제 감독은 ‘무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7화에서 봉석(이정하 분)이 나는 장면으로 꼽으며 “내 영화 같았다. 영화를 하면서 엎어지고, 망하기도 하지만 영화라는 꿈이 있다. 근데 자꾸 실패하고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잘 날게 된다. 그게 나 같았고, 우리 조감독 같았다. 잘 찍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런 (느낀 점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박인제 감독은 ‘무빙’ 시즌2의 연출을 맡을지 묻자 “대본을 봐야하지 않을까. ‘히든’에 새로운 게 있다고 하면 안 할 이유가 없다”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박인제 감독에게 ‘크리스토퍼 인제’ 감독이라는 평에 대해 묻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크리스토퍼 인제가 되려면, 저희 드라마가 한편 당 제작비가 1000억 이상이 돼야 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너무 좋아하는 감독님이고, 레퍼런스도 많이 봤다. 우리도 CG를 안 쓰고 직접 할 수 있다. 나는 그 별명이 싫다. 저는 박인제입니다”라고 말하며 “나무가 빠개져야 하는데, 실제보다 더 좋은 CG는 없다. 소스 차원에서 미리 그런 것뿐이다. 배우 입장에서는 그걸 모르니까. 사실은 더 심오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다.

지난 8월 9일 에피소드 7편 공개 이후, 매주 수요일 2편씩 그리고 마지막 주인 오는 20일에는 3편으로 총 20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될 예정이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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