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대표로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 출전한 조코비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ATP(남자프로테니스) 랭킹 상위 10위 안에 있는 선수 10명 중 5명이 모나코에 산다. 이들은 왜 면적 1.95㎢의 소국에 모여 사는 걸까.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중해에 면한 모나코는 1년 중 300일 이상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고, 유럽 각국의 수도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으며, 유명한 무라토글루 테니스 아카데미를 비롯한 최고 수준의 훈련시설을 차로 1시간 내에 이동해 사용할 수 있다.
스타 운동선수와 부유층에게는 다른 이점도 있다. 이 나라는 개인 소득세, 자본 이득세, 투자소득세가 없는 조세 피난처다. 지난 1년간 약 3840만 달러(509억 원)를 번 것으로 추산되는 조코비치는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US오픈 우승 전 기준)
조코비치 외에 러시아의 다닐 메드베데프(3위), 덴마크의 홀게르 루네(4위), 그리스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 이탈리아의 야닉 시너(7위)가 모나코에 근거를 두고 활동한다.
루네는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덴마크는 훌륭한 나라이지만 테니스 선수가 많지 않다. 이곳(모나코)에서 연습할 수 있는 시설과 선수들은 내게 정말 중요하다. 덴마크에서는 이런 경험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나코 북부 몬테카를로 컨트리 클럽에 있는 클레이 코트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모나코에는 막스 베르스타펜(네덜란드) 같은 포뮬러원(F1) 선수들의 집도 많다. 그들 역시 단순히 모나코 그랑프리 연습만을 위해 이곳을 택하진 않았다.
모나코에서 국제 법률 컨설턴트로 일하는 안드레아스 보세 박사는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사람들은 좋은 날씨 때문에 모나코에 오지만, 모나코에 상당한 세금 혜택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거주권을 얻는 일도 특별히 어렵지 않다. 집을 임대 또는 구입하고, 최소 50만 유로(약 7억 원)의 은행 계좌 개설, 전기와 같은 공과금 계약을 하면 된다. 다만 지원자는 범죄 기록이 없어야 하며 보안 당국의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절세 혜택이 그리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운동선수들은 원천징수를 받거나 경기를 하는 나라에 세금을 내야한다. 예를 들어 조코비치는 US오픈 남자단식 우승 상금 300만 달러(39억 7000만 원)에 대해 모나코에선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 국세청은 관대한 조직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스폰서십과 소셜미디어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나라에 따라서는 국내 미디어 출연, 디지털 포스팅, 온라인 판매 등이 과세 대상이며, 이런 방식으로 얻은 선수의 수입 중 상당액이 자국 법의 적용 범위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미국 폭스 로스차일드 로펌의 제리 오거스트 변호사는 “미국이나 국제적으로도 과세의 기본 원칙은 국내에서 노동이 이루어졌다면 그 국가는 항상 그 노동에 대해 과세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