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현 감독은 “꾸준히 여성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여성 서사의 역량을 발전시키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이충현 감독의 일과 사랑
고교시절부터 여성 문제에 관심
앞으로도 여성 서사 작품 만들것
배우 전종서(29)와 이충현(33) 감독이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20년 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 ‘콜’에서 배우와 연출자로 만나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이 두 번째로 함께 내놓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발레리나’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영화는 절친한 친구 민희(박유림)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의문의 악당 최프로(김지훈)에게 복수하는 경호원 출신 옥주(전종서)의 이야기를 그린다. 6일 공개 이후 전 세계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 영화 부문 차트 2위에 오르고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두 사람은 함께 이뤄낸 성과에 대해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이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고교시절부터 여성 문제에 관심
앞으로도 여성 서사 작품 만들것
●감독 이충현 “연인 이유로 캐스팅?…시나리오 쓸때부터 찜”
전종서와 공개 열애를 시작하고 차기작의 주인공을 여자친구로 내세운 건 이 감독에게도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연인이라는 이유로 캐스팅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최선을 선택”을 피하고 싶진 않았다고 돌이켰다.
“‘콜’을 함께 하며 종서 씨와 누와르 장르를 한 번 더 같이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고 이번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후 이 역할은 종서 씨가 가장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실제 종서 씨의 성격도 극중 옥주와 비슷하거든요. 확신이 드는 일이라면 폭풍 속으로도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이에요. 대체 할 수 있는 배우가 없었죠.”
오히려 연인과의 두 번째 작업은 단점보단 장점이 더 많았다. 서로에 대해 잘 아는 만큼 촬영 현장에서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뭘 원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길 바라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는 그는 “공개 열애를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못 박았다.
“사실 막 숨길 생각도 없었어요. (열애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을 때는)아무도 물어보시는 분이 없어서 말을 안 했던 거거든요. 열애 보도가 나가고 난 후에도 부정하거나 숨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어요.”
앞서 전종서는 이 감독을 “여성 배우를 위한 작품에 관심이 많은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그 말처럼 이 감독은 ‘발레리나’ 뿐만 아니라 충격적인 단편영화 ‘몸값’부터 ‘콜’ 등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단편영화를 만들어왔는데 제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꼭 여성이었어요. 여동생이 둘이나 있어서 그런지 여성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앞으로도 여성 서사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 같아요. 또 여성 서사에 대한 역량도 발전시켜가고 싶어요.”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이번 영화의 ‘빌런’을 여성을 물건으로 취급하고 성을 착취하는 이들로 설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극중 몇몇 설정은 N번방 및 승리·정준영의 ‘버닝썬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실제 성범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특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건 아니에요. 시나리오를 쓸 때 국내외를 막론해 그런 성범죄 사건이 유난히 많았고 여러 사건에 영향을 받았죠. 복수를 그린 영화는 많았지만 디지털 성범죄와 성착취 가해자를 통쾌하게 때려 부수는 영화는 드물었던 것 같아요. 전 그런 복수극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