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 자베르가 온코트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관련 영상 캡처.
AFP,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슬람권인 튀니지 출신의 자베르는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이자 여자 테니스 왕중왕전인 WTA 파이널스 조별예선 2차전에서 마르케타 본드루소바(6위·체코)를 세트스코어 2-0으로 꺾고 대회 첫 승을 거둔 후 눈물을 흘리며 멕시코 칸쿤의 경기장을 찾은 관중에게 연설을 했다.
자베르는 “승리는 매우 기쁘지만 솔직히 말해서 최근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세상 상황이 저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아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랜드슬램 결승 무대를 밟은 최초의 아랍 여성 선수인 자베르는 감정을 추스른 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에 관해 이야기 했다.
“매일 죽어가는 어린이들과 아기들을 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가슴이 아파요. 그래서 상금의 일부를 팔레스타인을 돕기 위해 기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이번 승리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어요. 테니스 이야기를 해야 하는 데, 매일 영상을 보는 게 너무 답답해요.”
그는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죄송하지만 정치적 메시지가 아닙니다. 그냥 인류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 세상의 평화를 원합니다.”
자베르는 각각 4명씩 2개 조로 나눠 라운드 로빈 방식으로 치르는 조별 예선 마지막 3차전에서 세계 2위 이가 시비옹텍(폴란드)과 격돌한다. 2연승을 거둔 시비옹텍에게 반드시 승리해야 준결승 진출을 바라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자베르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중동에서 벌어지는 상황으로 인해 테니스에 집중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해 설명했다.
“가능한 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매우 힘들어요. 매일 끔찍하고 처참한 동영상과 사진을 보게 되죠. 잠을 잘 자거나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최악의 상황은 절망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내게 마법의 손이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끝내고 모두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었으면 좋겠어요.”
자베르는 계속해서 “하지만 답답한 일이고, 돈을 기부하면 그들이 겪고 있는 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 돈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저는 모두에게 자유와 진정한 평화를 기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